1편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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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은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함.

근데 문제는 내가 살 곳이었지.

나한테는 정말 말 그대로 돈이 한 푼도 없었음.

통장 잔고가 1200원인가 그랬음ㅋㅋㅋ

결국 고시원에 들어감.

매일 12시간 투잡 뛰는 생활을 함.

하루는 일 마치고 비가 와서 건물 처마 아래에 옴싹달싹 못하고 있었음.

몇 분 뒤에 여친이 우산 쓰고 강아지처럼 오도도 뛰어오더라.

근데 우산이 하나임.

내가 비맞으면서 다닐까봐 빨리 오다가, 깜빡 잊고 우산을 하나만 챙긴 거였지.

작은 우산에 둘이서 몸을 꼭 붙이고 감. 

피곤한 등에 여친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 닿는데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옴.

왜 우냐며 여친이 달래주는데 그거 땜에 더 욺.

홀딱 젖어서 도착했지만 진심으로 후련하고 즐겁더라.

여친은 본과 들어간 후엔 내 방에 찾아와서 맨날 공부를 함.

대화를 많이 하지도 못했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담담하게 기뻤음.

솔직히 말하면 사람의 다정함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게 된 건 여친 덕분이라고 생각함.

네가 없었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공허했을 거라고 말했더니 여친이 조용히 얘기하더라.

흑백이었던 자신의 삶이 나랑 사귄 덕분에 칼라가 됐다고, 버팀목으로 존재해 주어서 고맙다고.

어쩌면 이 한마디 덕분에 여친 졸업까지 순탄히 이어졌던 것 같음.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양가 부모님께 소개도 함.

고1때부터 사귀었다고 하니 엄청 놀라시더라.

내년에 27살(당연히 세는나이였음)되면 결혼할거라고 말했는데 오래 사귄 사이어서 그런지 이른 나이인데도 허락하셨음.

그리고 무엇보다 동거를 시작함. 

사실 자주 싸웠음. 

여친보다 수입이 적다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괜히 여친을 시험한 적도 있었음.

자잘한 생활습관이 다른 걸로도 많이 다툼.

근데 결국엔 다 화해하게 되더라ㅋㅋㅋㅋㅋ

둘 다 오랫동안 서로밖에 없었는데 어떻게 갈라서겠어.

지지고 볶으면서도 결국에는 같이 웃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종종 놀랐음.

젊을 때라 확실히 갈등이 생겨도 시원시원하게 풀면서 지낸 거 같음.


쓰고 보니까 우리 인생 참 우당탕탕 살았네ㅋㅋㅋㅋ

다양한 이성을 만나 봐야 한다지만, 그러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걸 말해 주고 싶어.

나중에 결혼 이야기도 풀게.

내 이야기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