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자정. 파도 소리마저 고요함.




당부받았던 대로 가급적 매일 기록해야겠다. 아마도 이게 첫 번째 기록이 될 것 같다. 


지금은 새벽 감성이 몰려오는 밤이다. 문득 네 생각이 날 만큼.


나는 아직 너를 잊지 않았다. 아니, 잊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너와 함께 뛰놀던 그 마을에 산다.


나는...


너른 들판, 화창한 햇살, 흐드러지게 핀 꽃들, 그리고 잡꽃을 엮어 내 머리에 씌우던 네 모습.


모든 것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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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메모리아 빌(Memoria bill).


여기는 대륙 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한적하고, 낭만적인 해변과 바다를 앞에 두어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관광지.


“…날씨가 좋네.”


괜히 혼잣말을 지껄여 봤다. 그러다가도 익숙하지 않아서 금방 그만두었다. 빨리 익숙해지는 게 좋을 텐데.


해변 근처에는 집이 몇 채 있었다. 그중 나는 빨간 지붕을 단 집에 살았다.


바다와 제일 가까워서, 아침마다 파도 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 늘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에메랄드빛 물결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쏴아아-


한결같은 풍경이다. 옛날과 다를 바 없는.


“······씨, 아이샤 씨. 지금 제 말 제대로 듣고 계신 것 맞습니까?”


그런데 웬 모르는 남자가 집에 있다. 내게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다.


누구지.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은 없는데.


“하아···.”


누구냐고 물으니 한층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왕진 의사입니다. 아이샤 씨. 기억 안 나십니까?”


듣고 보니 의사인 것 같았다. 흰 가운에 마스크. 영락없는 의사 차림이지.


그런데 왜 온 걸까.


“여긴 무슨 일로 오셨죠?”


“정기 검진입니다.”


정기 검진?


“아이샤 씨. 정말 저도 이제 지칩니다만, 하는 수 없군요. 다시 말씀드리는 수밖에.”


“무슨 말씀이신지...”


“치매에요.”


“···?”


“허, 안 온 새 더 심해지셨군. 아이샤 바이올렛, 하프엘프, 178세, 후천적 마력 고갈로 인한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임. 당신이잖아요.”


그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어딘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치매라.


내가 그랬었나. 그랬지. 까먹었나 보네.


의사의 말을 듣자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지러운 머릿속으로, 서서히 몇 가지 기억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