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시작 전 간단한 TMI)

첫 작품이라 노잼일 수 있음, 장편으로 구상중인 작품이라 

주인공들 어린 시절 사랑 관련 부분만 

적어서 올릴 예정. 현생 때문에 자주 못 올릴 수도 있지만

최대한 노력해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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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붉은 눈이 선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체질, 모두에게 핍박받음.

 

카이엔 (11)-이종족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혼혈이며 왼팔에 검은 문신이 있음. (평소엔 붕대로 가림)

평상시엔 친절하고 다정한 성격이지만 분노하거나 이성을 잃을 때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해버린다.

또래들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이성적인 것이 특징. 갑작스런 마족과 괴물들의 침략으로 마을 주변의 모든 도시가 궤멸했고 

운좋게 홀로 살아남은 카이엔은 몸을 피함과 동시에 복수를 위해 국경지대에 위치한 의병단 ‘언더울프’에 가입한다.


레아 (9)-의병단 ‘언더울프’를 이끄는 배런의 외동딸. 태어날 때부터 가진 붉은 눈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마녀라 불리며

혐오당하고 핍박받는다.


(연 나이: 카이엔 13살 레아 1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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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새들과 매미들이 노래를 부르던 어느 여름, 산중턱의 넓은 공터. 한창 여름인 산속은 뜨거운 햇빛 때문에 

무척 더웠지만, 동시에 여러 산맥을 타고 올라온 바람이 스르륵 몸을 휘감아 시원하게 느껴졌다.


“레아! 이리 와서 같이 공놀이 하자!”

“…”


카이엔은 레아에게 웃는 얼굴로 공을 차며 말을 건넨다. 

하지만 레아는 그늘 밑에서 몸을 웅크린 채 앉아있을 뿐이었다. 

여전히 카이엔이 무서운지,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며 곁눈질로 그를 흘겨볼 뿐이었다.


“이것봐, 나처럼 햇빛을 쬐야 건강해지지, 계속 그늘 밑에서만 있으니까 축 늘어지잖아!“


제자리에서 공을 차며 레아를 지켜보던 카이엔은 잠시 발걸음을 옮겨 그녀 곁으로 다가간다.


“!”


가까워지는 카이엔의 모습에 깜짝 놀란 레아는 빠르게 일어나 

그를 피해 도망친 뒤 근처의 나무 뒤에 숨어버린다.


“레아! 이것 참, 어떻게 맞춰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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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가 처음 이 의병단에 가입했을 때 그가 배런 단장에게 맡은 첫 번째 임무는 다름아닌 

자신의 딸과 친구가 되어줄 것.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임무를 들은 그는 쉽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처음 레아를 만났을 당시의 순간은 너무나도 기억에 생생히 남았다. 

그녀는 본인의 방 구석에 틀어박혀 몸을 웅크린채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레아구나!”


조금 긴장했지만, 카이엔은 활짝 미소지으며 레아에게 말을 걸었다.


“…”


카이엔은 잠시 눈치를 살피다 다시 용기내어 레아를 향해 손을 건넸다.


“만나서 반가워. 난 카이엔이라고 해. 며칠 전에 의병단에 들어왔어.”


레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카이엔을 바라보았다. 그때, 카이엔의 눈에 레아의

루비같은 빨간 눈동자, 차갑게 휘날리는 검푸른 머리카락이 들어왔다. 

그녀의 눈동자에 매료된 듯 카이엔의 눈이 크게 떠졌고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고 미세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헤헷. 보기보다 엄청 예쁘네. 친하게 지내자!"


악수를 건네는 그의 손이 점차 다가오자, 레아는 카이엔이 

자신을 때리려는 줄 알고 몹시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꺄악!”


“레, 레아?”


카이엔이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해진 사이, 레아는 그의 뒤에 서있던 배런을 발견한다.


“아빠..!”


레아는 벌벌 떨며 배런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고 재빠르게 그의 뒤에 숨었다. 

배런은 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잡한 표정으로 카이엔을 바라보았다.




“하하… 이제 알겠지? 왜 다들 이 임무를 맡기 꺼려했는지 말이야. 레아는 아버지인 날 제외한 모든 사람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어. 무엇보다 다들 내 딸을 굉장히 싫어해.”


이해할 수 없었다. 카이엔의 눈에 비친 레아는 루비처럼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소녀였다.

그동안 봐온 여자아이들 중 가장 예뻤고 묘한 이끌림을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레아를 싫어한다니,

살짝 화난 듯 카이엔은 언성을 높였다.


“어째서죠? 이렇게 귀엽고 예쁜 여자아이를!”


카이엔의 대답을 들은 배런은 크게 놀라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살면서 딸에 대해 호전적인 말을 해준 건

저 소년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배런은 다급하게 카이엔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정말로 레아를 그렇게 생각해?”

“네? 네…”


무슨 소린지 영문을 몰랐던 카이엔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배런은 갑자기 희열을 느낀 듯 카이엔을 힘껏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하하하! 역시 널 데려오길 잘했어. 네가 레아의 유일한 희망이야!”

“대장님, 어째서 사람들이 레아를 싫어하는 거죠? 이유를 모르겠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 보군. 뭐, 오히려 더 믿음직스러워서 마음에 들어!"


배런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고, 자신 뒤에 숨어있는 레아를 바라본다.


"붉은 눈 때문이야.”

“네?”

“이 세계에선 붉은 눈이 선천적으로 생기지 않는 특이한 체질이야. 

그 탓에 붉은 눈을 가진 사람은  저주 받은 존재로 낙인 찍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거나 죽임을 당했지. 

다행히 레아는 내 밑에서 자란 덕에 무사히 살아남았지만 말이야.”

"그럴수가, 이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배런은 한탄하듯 크게 한숨을 쉰 후 말을 이어나갔다.


“난 정말 못난 아빠야. 우리 병사들과 나라를 위해 힘을 쏟는 동안 

정작 하나뿐인 딸아이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어. 엄마도 없어서 무척 외로웠을 텐데,

지금 당장 이 아이가 의지할 사람은 나뿐이야.”


엄마가 없다니, 설마? 하는 생각이 든 카이엔은 긴장한 표정으로 배런에게 질문했다.


“잠깐만요. 레아에게 어머니가 없다니,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 말을 들은 배런은 과거의 일을 떠올린 듯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5년 전, 국경 지대에서 큰 전쟁이 있었던 거, 기억하고 있나?"


"아..!"


들은 적이 있었다. 남쪽 지대에 영토 분쟁으로 인한 전쟁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는 걸.

카이엔은 북쪽 지대에서 살고 있었기에 피해가 없었지만 그 피해자를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배런은 눈물이 맺힌 듯 고개를 들었고 천장을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 때, 우리가 살던 마을에 적국 '블레디안'의 군대가 들이닥쳤어. 

레아와 난 가까스로 마을에서 도망쳐 목숨을 건졌지만, 

며칠 후 다시 돌아왔을 때 마을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있었지. 

수많은 시신들을 피해 집에 돌아왔지만 집은 완전히 부서져 있었고 레아의 엄마는…”


"...죄송합니다."


“아직도 기억나.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레아가 쓰러진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 손이 차가워요….’ 라고 중얼거렸어. 

그리고는 내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고. 벌써 5년이 지났는데도 내 딸은 그 날을 잊지 못했는지 

종종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곤 해.”

"..."


카이엔 또한 부모님을 잃었기에 어떤 감정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의지할 존재를 잃었다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그래서 레아와 친구가 되어 달라고 한 거군요.”

“너에게 이런 임무를 줘서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근처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전부 내 딸을 마녀라고 부르고 돌을 던지거든. 

내가 아무리 타이른다고 한들 전혀 나아지지 않는구나...”


카이엔은 몇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왼팔에 있는 괴상한 문양으로 인해 모두 본인을 피했고, 자신을

괴롭히고 구타하던 사람들 때문에 참지 못하고 폭주하자, 몸이 검게 물들어 괴물이라는 오명을 썼던 지난 과거. 

그 기억이 떠오르자 잠시 카이엔의 얼굴에 어둠이 졌다. 하지만 단장의 품에 안겨 계속 울먹이는 레아를 보며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천천히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저도 레아와 비슷한 처지인걸요. 오히려 마음이 맞는 친구가 생길 것 같아서 좋은데요?”


"네가? 겉보기엔 무척 어른스러워서 또래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널 좋아할 것 같은데."


"그러면 다행이겠네요. 저의 다른 모습까지 좋아해줄 수 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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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있었던 일을 회상한 카이엔은 씩 웃으며 나무 뒤에 숨어있는 레아를 바라본다.


'그래도 전보단 많이 용감해졌네. 처음엔 아예 집 밖에서 나갈 생각도 안 했는데.'


카이엔이 자랑스럽게 레아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고,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아는 곁눈질로 카이엔의 눈치를 살폈다. 처음 겪는 이런 상황이 익숙치 않은 듯

레아는 혼란스러운 듯 무척 긴장한 채 식은땀을 흘렸다.


'나 같은 마녀에게 자꾸 친절하게 대하는 거, 이해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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