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시끌벅쩍하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축복을 위해서 있다. 누구의 축복? 그것은 알아낼 방법이 없다.


무수한 관중. 그 안에서 나는 그림자처럼 서서 사람들과 악수했다. 


익숙한 얼굴들도 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들도 있다.


꼬르륵. 이 놈의 배는 시도 때도 없이 자명종을 울린다. 아니 사실은 배가 고픈 것이 아니다. 무엇이 고플까.


계속해서 검은 것으로 채워지는 하얀 장부 속에는 축복을 위한 자들의 무수한 덧칠 만이 존재한다.


"자 지금부터 OOO과 OOO의 결혼식이 시작됩니다. 둘의 축복을 위해서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식은 10분 뒤에 시작하겠사오니, 귀빈 분들 께서는 12시까지 자리에 착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벌써!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젠장. 또 늦었다. 


평생 느릿하게 살았던 나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 놈의 자식아! 넌 왜 이렇게 굼 떠!" "커서도 그럴레?"


하하. 언제나 익숙하게 내 귀에 박혀온 그 분의 말씀이다. 


어머니. 우리 엄마는 언제나 빠르셨다. 늘 빠릿빠릿하며, 나무늘보처럼 매달려있는 나를 늘 채찍질 하셨다. 


그렇다고 아프진 않았다. 악의 없는 채찍은 나를 아프게 하기보다 각성하게 만들었다.




"자! 이제 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따다다단 따다다단 


결혼행진곡이 울린다.


몇 시 부터 준비됬는지도 모르는 음향 설정. 조명 설정. 식의 리허설. 


단 한 명. 


지금 이 한 시간 동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워야하는 단 한 사람 만을 위한 무대.


그 무대의 막이 올랐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힘차면서도 두려움에 가득찬 발걸음


오늘부로 품절남이 되는 자의 발걸음에 몸을 실은 알 수없는 기쁨과 두려움이 섞인 구두 소리가 천장을 타고 식장 전체에 울렸다.


700일? 800일? 아니 사실은 그 보다 더 오래.

7년? 8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

17년? 18년? 19년? 그래 그 쯤.


그 쯤부터 뽑아낸 붋은 명주실이 두 사람의 새끼손가락을 이었다. 


속절없이 늘어나고, 부끄러운지도 모르는 체로 길어져만 가는 그 실이


오늘에서야 하나의 천이 되어, 


축복받을 그 여인에게는 하얀 날개되어 달렸고, 그 여인의 축복을 받을 사내에게는 검은 갑옷이 되었다.



또각 또각 터벅 터벅 또깍 또각 터벅 터벅


여인의 아버지와 백의의 천사가 식장을 열고 들어왔다.


아아. 이 어찌 슬프고도 찬란한 장면인가.


떠나보내야만 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된 자는 보낼 수 없다.


평생을 키워온 여인이 이윽고 날개달아 날아가 버린다.


뜨거운 한 방울이 흐른다. 뺨을 타고 흐른다.


옆을 보자 천사도 흘렸다. 적어도 그녀의 아버지보다는 많이


나도 그들을 알고 있다.


7살 떡볶이 한 컵을 사먹고 조용히 도망가던 나의 뒷덜미를 잡고 호통치던 그 엄한 사람이


이제는 작아진 몸으로 그의 마지막 소행을 다하며 걸어온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내게로 걸어온다.


종종 걸음도 아니고

발랄한 걸음도 아니다.


무거운 발걸음도 아니며,

심한 장난을 쳤을 때에 달려오던 그 무서운 발걸음도 아니다.


스무 해.


나의 붉은 실은 스무 해를 넘도록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지겹도록 애틋하고 설레게 만들었던 그 붉은 실


아니 사실 지겹다까지가 정답이다. 애틋하고 설렌건 20년 내내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니 사실은 애틋하고 설렜다.


민희가 나에게 떡볶이를 훔쳐먹으면 안 된다고 혼냈을 때부터

나에게 우정 초콜릿을 준 그 순간이 지나고

비오던 날 내 우산을 민희에게 쥐어주고 나는 전속력으로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갔던 순간을 지나고

민희가 처음으로 다른 남자를 사귀었던 순간을 지나고

민희가 처음으로 이별을 했던 순간을 넘어서

민희와 처음으로 둘이서만 스페인에 여행을 갔던 날,

민희와 둘이서만 영화를 보던 날,

그 날 밤 가로등 밑에서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던 그 10분

나에게 민희를 껴안을 허락이 떨어진 10초

좋아한다 말을 꺼낸 3초


"나도 좋아"를 듣고만 3초


민희를 뒤에서만 바라보던 10년과

3초들이 모인 10년을 넘어서


지금 내 손을 잡은 민희에게

키스를 하는 이 순간까지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어느 순간이든

어떤 상황이든


민희 만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제는 민희도 나를 사랑한다.











https://arca.live/b/lovelove/104131037?p=1

이거 보고서 급하게 쓴건데 아마 재미 없을 꺼임.

혹시 끝까지 봤다면 고맙다.

근데 인터넷 짧은 소설 이렇게 쓰는 거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