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제발...누가..! 좀 도와주세요...!"

소녀가 숲을 달리며 말했다.

그 뒤를 사냥꾼과 사냥견이 차례대로 추격했다.


"으악!"

소녀의 발이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제발..! 살려주세요...!"


사냥꾼의 석궁이 소녀의 머리를 향했다.

"하아...."

숨소리가 들려온다.

사냥꾼의 숨소리는 아니다.


철컥. 철컥.

갑옷의 소리다.

그리고 사냥꾼의 뒤에.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등 뒤에 달린 대검.

검고 날카로운 갑옷.

검은 머리카락과 포식자의 눈.

피로 물들어 선혈빛을 띄는 망토.


존재 만으로도 주변에 공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위압감을 뿜어내며 기사는 사냥꾼에게 향했다.

"너, 너 뭐야! 다가오지마!!"

기사는 아무 말 없이 사냥꾼에게 다가갔다.

"이, 이 개새끼가!"


사냥꾼의 석궁이 기사를 향했다.

그리고 아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사냥꾼은 직감했다. 지금 여기서 저 녀석을 못 죽이면, 목이 날라가는건 나다.


화살을 매섭게 기사를 향해 날라갔다.

그리고 마치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기사는 화살을 낚아챘다.

"뭐, 뭐야..! 이 괴물!!"


사냥꾼이 허리춤에 단검을 뽑아들고 기사에게 돌진했다.

바람을 가르는 거센 소리가 들렸고 섬광이 일어났다.

기사의 손엔 어느새 검이 들려있었고 사냥꾼의 팔엔 점점 균열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사냥군의 팔이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내 팔!!!!!!!!"


고통에 몸부림치며 사냥꾼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기사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목에 검을 겨눴다.

"제, 제발 살려줘! 난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서서히 기사의 입이 열렸다.


"어디서 본 상황이군 그래, 넌 그 소녀를 어떻게 하려고 했지?"

"다, 당연히 죽이려 했지?"

"그럼 나도 똑같이, 그대를 죽이겠다."


다시한번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섬광이 일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꾼의 목은 떨어졌다.

"...."

그저 침묵만이 이어졌다.

소녀는 이미 공포에 경직돼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흠.."

기사의 고민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기사는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뭐야? 어디갔지?"

소녀는 아까 그 기사를 찾는 듯 했다.

그 순간.

소녀의 뒤에서 이미 한번 들었던 숨소리가 들렸다.


"하아..."

"히이이이익!!!!"

소녀의 겁에 질린 비명이 들렸다.

"괜찮네. 그대의 목숨을 노리는건 아닐세."

"저..정말요?"


기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휴...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대는 어찌하여 그자에게 쫒기고 있던 건가?"

"그게...사실 제가 마녀에요..."

"마녀사냥이었군."


마녀는 예로부터 부정적으로 여겨저 왔던 존재다.

과거 혼자사는 여인들을 마녀라 의심하고 불에 태워 죽였지만 무고한 희생자가 너무나도 많았기에, 마녀사냥은 이제 종교에서 진행되지 않고 나라에서 정식으로 의뢰가 나온다.

의뢰의 대부분은 사냥꾼에게 조사를 부탁, 사냥꾼들은 대상을 감시하며 마녀라는 증거가 나올 경우 사냥꾼은 마녀를 사냥한다. 그 후 마녀사냥의 증표로 머리를 참수하고 근처 국가기관에 제출함으로서 마녀 사냥은 끝난다.


"잘못하면 그대의 머리가 날아갈 뻔 했군. 헌데, 그대같이 어린소녀가 마녀라고?"

"네..."

"허,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살다보니 이련 인연도 만나는구려."

"그러게요. 저도 제 머리가 날아갈 걸 대비해야 할 줄은 몰랐죠..."

"걱정말게, 지금은 붙어있지 않나? 이제 목만 잘 간수하면 될 걸세."

"하...그건 그렇긴 하네요..."


"...그대, 혹시 따로 일행은 없소? 만약 없다면 잠깐 같이 다니는게 어떻소?"
"제가 미쳤다고 아저씨랑 같이 다니겠어요? 언제 재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데."

"이런...충분히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그렇다면, 나를 고용하는건 어떻소?"

"고용이요?"


"그래, 그대를 지킬것을 맹세하지. 대신 그대는 내게 아주 약간의 재화를 지불해 주면 되네."

"나쁘진 않은데, 아깝게도 제가 지금 무일푼이네요..."

"흠...그럼 돈은 나중에 받도록 하지."

"진짜요? 의외로 착하시네요."

"난 원래 착하다네."


기사와 마녀는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이보게! 이거 좋아보이지 않나?"
"속지 마세요, 제발. 그거보다 더 좋은거 암시장 가면 널려있어요."

"그...내가 기사인건 알고있나?"


"아저씨, 오늘은 여기서 자죠?"

"자네...적어도 여관이나 정상적인 곳에서 자면 안되겠나? 아무리 그래도 기사가 노숙은 좀..."

"우리가 그런거 따질 여유가 있어요?"

"하...알겠네."


"아저씨."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까 아저씨 몇살이에요?"

"올해로 스물 넷 일세."

"생각보다 젊네요?"

"왜 그런가? 자네도 내가 40대 용병처럼 보이는 가?"


"아니요? 반 백인 줄 알았는데요?"

"...그건 너무 심하지 않나?"

"후훗, 농담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와 많이 달라졌군, 어느새 농담까지 하고."

"글쎄요, 아저씨랑 만나서 그런 걸 수도?"

"농담으로 받아들이겠네."


"...아직도 농담 인 것 같으세요?"

"뭐?"

"아니에요~"

'방금 뭔가 이상했는데...'


"일단은 마시죠? 오랜만에 휴식인데."

"그러지, 앞으로를 위해!"

"위해!"


"으윽...너무 마셨나..좀 어지럽군...."

"아저씨? 괜찮으세요?"

"미안하군..이런 추태를 보여서..."

"근데 아저씨. 아랫쪽은 확인하셨어요?"

"아랫쪽이라ㄴ...아, 아니 이건;;;; 그...그런 게 아닐세!!"


"후훗~ 작전 성공이네요~"

"뭐..? 작전?"

"사실 아저씨 술에 미약을 탓어요."

"에...? 어째서?"

"어째서 냐니...그야, 아저씨가 이렇게 꼴린 잘못인걸요~ 그리고, 저 오늘 위험한 날이에요♥"

"자, 잠깐만!! 벗지 말게!!"

"닥치고 X이나 세우세요!"



".....아..."

아침이다...그리고 내 옆엔...

"Zzz...."

하...신이시여, 설마 내 처음을 어린 소녀에게 주다니...심지어 위험일에....이거, 아마 임신했겠지?

"으음...뭐야 아저씨 깼어요?"

"그...일단 책임은 지겠네..."

"후훗~잘 부탁해요. 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