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두 나라간의 전쟁이 끝났어

각 나라의 왕들은 종전 조건으로 양 나라의 막내 왕자와 막내 공주를 결혼시키고

그 둘이 두 나라의 국경 가운데에 있는 영지를 다스리게 하기로 했지


백성들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왔다고 좋아했지만, 사실 두 나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각 나라의 왕들은 결혼식 전날 각자 왕자와 공주를 불러 밀명을 내렸지

'상대 나라의 왕자/공주를 매혹해서 우리나라의 편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그 나라의 중요한 정보들을 알아내라.

전쟁이 다시 시작되면 그것들이 우리나라를 승리로 이끌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왕자와 공주는 다짐했어

자신의 마음은 주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뺐겠노라고


그러나 그 다짐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깨지고 말았어

결혼식날 그 둘은 서로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고 말았거든


그렇게 그 둘의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됐어

왕자는 길을 지나다 이쁜 목걸이라도 보이면 바로 공주의 얼굴이 떠올라서 망설임 없이 목걸이를 사가면서

'이건 공주를 매혹하기 위해 사는 거지, 절대 내가 공주를 좋아해서 사는 건 아니야'

라고 몇번이고 되뇌이고,

공주는 왕자가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주면 기뻐서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지만,

새어나오는 미소를 참으며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지

공주가 답례의 의미로 시녀들에게 배워서 쿠키를 직접 만들고 혹시 왕자가 싫어하진 않을까 맘 졸이며 건네면

왕자는 아까워서 먹지도 못하고 실실 웃으면서 보고만 있다가 

왕자의 시종이 혹시 독이 들어있진 않을까 고민되시는 거라면 자신이 먼저 맛을 보겠다고 하자 

다른 사람에게 주기 싫어서 그제서야 와구와구 먹었어

시종과 시녀들이 '혹시 왕자/공주에게 반하신건 아니시겠지요?' 라고 물으면 

깜짝 놀라서 절대 그럴일 없다고 고개를 저었지


이렇게 왕자와 공주가 서로

이미 자신에게 반한 상대를 자신에게 반하게 하려하고

이미 반한 상대에게 반하지 않으려 하는 그런 이야기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