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https://arca.live/b/lovelove/1140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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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붙었습니다. 붙었다구요!


  선배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붙었습니다. 1년 동안 열심히 한 덕이겠죠.

 

  나 : (사진) // 14:01

  나 : 선배! 저 붙었어요! // 14:01

  선배 : 축하해. // 14:02

  나 : 반응이 왜 그리 시원찮아요? // 14:02

  선배 : 축하해~ // 14:05

 

  선배는 여전합니다. 만나자고 하면 늘 학원이거나 독서실이고, 어떻게 꼬시려고 해도 넘어오질 않더라구요. 채팅은 문제 질의응답이거나 그저 그런 반응. 전화는 가끔 했습니다만, 전화만으로 제 마음이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니 더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입학식 날이 됐습니다.


  선배의 얼굴을 볼 생각에 싱글벙글했지만 저는 기분이 좀 언짢습니다. 선배가 몇 반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선배에게 안 물어봤냐구요?

 

  나 : 아 맞다. 선배 몇 반이에요? // 07:10

  나 : 선배? // 07:20

  나 : 선 // 07:30

  나 : 배 // 07:30

  나 : 선배?????? // 08:10

 

  계속 안 물어보다가 오늘 아침에 물어봤는데, 선배가 문자를 씹더라구요.


  가끔 이렇게 답을 안 해주는 일이 있었는데, 하필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물어볼걸. 근데 이건 선배가 나쁜 거예요. 오늘 같은 중요한 날에 문자를 보지 않는 선배가 나쁘다구요.


  조금은 울적한 마음으로 입학식 장소에 왔습니다. 입학식에서는 형식적인 무언가가 쭉쭉 진행됐습니다. 국민의례, 신입생 선서, 교장 선생님의 이런저런 말씀, 선생님 소개……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작게 하품을 하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 아이들은 서로 재잘재잘 떠들고 있습니다. 다들 언제 친해졌는지, 참.


  “다음은 배지 전달식이 있겠습니다.”


  배지 전달식? 설명을 들어보니,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선배들이 교화(校花) 모양의 배지를 우리에게 주는 관례라고 합니다.


  주황색 장미인 교화를 어디에 써먹느냐에 대해선 감이 안 잡힙니다만, 하여튼 이 빌어먹을 행사가 빨리 끝나서 선배를 찾고 싶습니다.


  “2학년 입장하겠습니다.”


  곧 2학년 학생들이 줄지어 떼로 들어오고, 각자 해당하는 반의 줄으로 옵니다. 아, 저 중에 선배도 있겠네요. 어디 있지? 까치발을 들고 점프도 해봤지만 키가 작아 먼 것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결과가 영 시원찮아 아쉬워하던 그때, 누군가 제 앞으로 왔습니다. 2학년이겠구나 싶어 대충 머리를 숙였습니다.


  “어.”


  저를 보고 놀란 그 목소리가 너무도 익숙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네, 아니나 다를까 선배였습니다.


  “배지를 1학년에게 전달해주세요.”

  “안녕. 진짜 오랜만이네.”


  선배는 제게 배지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해서 설레긴 했습니다만, 저는 일단 심술이 좀 났습니다.


  “……왜 카톡 안 봤어요?”

  “응? 어…… 왔었네.”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는 선배를 지긋이 봅니다. 평소의 저였다면 '늘 봐왔던 선배군'의 반응이었겠지만 오늘은 그러질 않네요. 선배는 제가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는 걸까요.


  “미안. 오늘 이거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바빠서.”

  “미안해요?”

  “응. 미안해.”


  근데 미안하다는 소리 한 번이면 방금의 감정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선배는 분명 별 생각 없이 말하는 거겠죠― 그래도, 선배에게 미운 소리를 더 하고 싶어도 나오질 않습니다.


  “그럼 매점에서 뭐 사줘요.”

  “지금?”

  “네. 가장 비싼 걸로.”


  문득 1년 동안 들인 노력이 헛수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와 더 같이 지내고 싶어서,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 거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이런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도 없는 저라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렇게 장난치는 것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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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일이 있어서 쓰지를 못했다 ㅠㅠ

  일찍 다 쓸 거 같아서 제목을 그냥 안 지어뒀었는데 괜히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