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지금은 헤어진 여친이랑 있던일임

크리스마스 데이트 때 여친에게 데이트 플랜을 짜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좀 피곤에 쪄든때라 살짝 기대봤는데 여친은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

그 순간만큼은 되게 고마웠었음 근데 딱 그순간뿐이었다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 여자친구가 만나자던 장소는 명동이었고

식사는 예약조차 하지 않은 빕스에서 하자더라

당연히 빕스는 웨이팅만 4시간이 넘었고

근처 다른 가게들 전부 다 만석이었음

여친이 나보다 연상에 나이도 꽤 있었는데

너무 빡통같이 계획한게 답답하고 날도 추운데 가게만 찾으러 다녀서 빡쳤었음

겨우겨우 자리 있는 미스터피자 발견해서 밥먹고

담엔 어디갈지 생각해놧냐고 물어보니 자기 동네에 가재

명동까지와서 또 잠실로 이동해야댐

일단 가긴 갔는데 빡침이 주체가 안되더라

안주가 맛있다며 추천하는 술집가서

나는 입맛 없으니 적당히 양적은거 하나만 시키자 했는데

이거저거 먹고싶다고 까나페랑 파스타 시키더라 

내가 음식남기는거 짱 싫어하고 여친도 알고있었음

피자도 먹었는데 이거 다 먹을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먹을수 있대

안그래도 내가 빡쳐있으니 주눅든 목소리로 말하는데

그것도 보니까 짜증났었음

아니나 다를까 파스타를 반도 못먹고 까나페도 몇조각만 먹고 남김

남은 파스타는 내가 꾸역꾸역 다먹고

까나페 남은거 다먹으라고 하고 씩씩 대면서 난 담배피러 잠깐 나감

다시 들어와보니 여친이 고개 푹숙이고 흐느끼면서 꾸역꾸역 먹고있더라


와 그때 뒤통수 존나 세게맞은 느낌이었음

내가 대체 뭔짓을 한건가 싶었다

얘가 대체 뭔잘못을 했길래 저렇게 울고있고

나는 뭔 대단한 이유로 여친을 울리느냐 싶더라

바로 자리로가서 여친 끌어안으며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내품이서 여친은 더 서럽게 울었다

나도 같이 눈물이 나면서 미안하다고 내가 너무 못됐다고

사죄했다


계산 허겁지겁하고 나와서 그 추운날에

여친 집 근처 밴치에 앉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면서 내가 더 잘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추위에 몸이 파르르 떨릴때 즘

그제서야 여친이 웃음을 되찾더라

그 미소에 나도 먹먹했던 마음에 안도가 생기고

정말로 소중하게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음

한참후에 헤어지긴 했지만

헤어질때까지는 이때의 다짐으로 정말 소중하게 대했던

여친이었음


비추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