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붕이들의 응원 달게 받았다. 무슨 썰이 개추가 백개가 넘어가냐 ㅎㄷㄷ;;


댓글에 결혼 얘기가 많던데, 결혼은 나나 그 애나 모아둔 돈도 거의 없고 직업도 없어서 아직은 먼 얘기지만, 나도 그 앨 정말 사랑하고 그 애도 날 정말 사랑하니까, 노력해 봐야지. 골인하는 그날까지.


이번엔 장거리 연애하면서 생겼던 일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던 일 중 하나 풀어볼게.


2019년 여름이었는데, 미국은 가을학기제라 학년이 여름에 끝나거든? 그래서 여름이면 걔네 부모님은 걔를 데리러 차로 캘리포니아까지 갔었어.


근데 그때는 그분들한테 내가 가겠다고 말했어. 안 그래도 학기말에 내가 걔랑 평소에 매일 하던 영상통화도 별로 못 할 정도로 바빠서, 한번 직접 만나러 가야겠다 싶었거든.  


그분들은 날 말리시더라고. 옆 주까지 운전해본 적도 없는 애가 그런 장거리 운전을 할 수 있겠냐고 말이야.


근데 내가 계속 우기다시피 해서 두 분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는데, 내가 간과한 게 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내가 운전해야 되는 거리가 미국 극동부->극서부로 횡단하는 거리인 걸 걸 잠시 까먹고 있었던 거야.


좆됐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어쩌겠어? 이미 가겠다고 억지까지 부렸거니와, 아무리 힘들더라도 걔가 정말 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걔네 부모님한테는 서프라이즈를 위해 걔한테 비밀로 해 달라고 하고, 출발을 했어.


근데 장거리 운전이...진짜 체력을 많이 쓰더라고. 처음이라 긴장을 너무 했던 건지는 모르겠는데...한 4~5시간 정도 운전한 뒤에는 지쳐서 더 이상 못 가겠는 거야. 


그래도 어떻게든 중간에 쉬면서 꾸역꾸역 갔어. 중간에 모텔에서 자다가 총소리 나서 깼다가 경찰이 마약 가지고 있는 사람 체포하는 것도 보고...참 다이나믹한 여행이었음.


팁 하나 주자면, 혹시나 미국 여행다닐 사람들은 모텔, 특히 고속도로 옆에 있는 모텔에는 묵지 마. 위생상태는 그냥 눈으로만 봐도 더럽고, 빈말이 아니라 진짜 죽을 수도 있어.


결국 3일째 저녁이 돼서야 걔가 다니는 대학에 도착했는데, 몸은 너무 피곤해도 일단 걔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기숙사로 향했어. 


당연히 외부인이니까 기숙사에 들어가진 못하고, 창문 밖에서 걔한테 메세지를 보냄. 창문 밖을 봐 달라고.


메세지 보내고 잠시 뒤에 걔가 창문에 보이는 거야. 날 보더니 깜짝 놀라가지고 허겁지겁 내려오는데 엄청 귀엽더라고.


그대로 달려와서 내 품 속에 폭, 하고 안기는데 그 순간 여태까지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리더라.


그날 밤은 걜 기숙사로 안 돌려보냈어. 밤새도록 같이 있고 싶었고, 밤새도록 같이 있었어.


그리고 다음 날에 걔 짐 싸가지고 차에 싣고 딱 출발하려는데 너무 졸린거야. 진짜 이대로 운전하다간 사고가 나겠다 싶었어. 


어쩔까 고민하고 있는데, 걔가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하는 거야. 걔랑 나랑 16살 때 운전면허 같이 따긴 했는데, 낡은 중고차 하나 바로 사서 신나게 몰고 다닌 나랑은 다르게 걔는 몇 년 동안 면허만 따놓고 운전은 안 했었거든? 불안하긴 해도 일단 지금 내가 운전하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서 맡겼어. 


뭐...다행히 사고는 안 났음. 단점이라면 걔 운전실력이 너무 불안불안해서 내가 조수석에 앉아서 잠을 못 잔 것 정도였지.


그렇게 다시 초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걔랑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어.


안 그래도 바쁜 학기말을 제외하면 맨날 영상통화 하면서 이야기는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그 많은 이야깃거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참 많은 대화를 했어. 못했던 스킨십도 마음껏 하고.


장거리 연애의 장점 아닌 장점이, 별 거 아닌 일들도 참 두근거리는 일로 다가오더라고. 우리가 커플이 됐던 그 전 해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걔가 우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할 거 같으니까 그 3개월 안에 진도 끝까지 빼자고 말했고, 나도 그런 게 싫지는 않았으니까 그 3개월 동안 진도는 끝까지 다 뺐는데, 오랫동안 못 보다가 다시 손부터 잡으니까 느낌이 참...풋풋하더라고. 연애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느낌이였어.


어쨌든 또 4일에 걸친 운전 끝에 걜 집에 데려다 주고 나서, 난 바로 침대에 누워서 골아떨어졌고, 그대로 12시간이 넘게 잤어.


그런데 침대가 흔들리는 느낌에 일어나 보니까 걔가 내 앞에 누워있길래 깜짝 놀랐어. 너 여기서 뭐하냐고 물어보니까 내 얼굴 보러 왔다고 하더라. 그동안 


그 말을 듣고서 너무 귀여워서 껴안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그대로 꼭 안아줬어.


뭐, 그 뒤로는 별로 특별한 건 없었고, 내 일주일 간의 여정은 그렇게 마무리가 됐어.



약간 후일담으로 뇌절하는 거 같기도 하네, 노잼 썰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