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연애썰이지만 사실 연애썰을 가장한 첫사랑썰이야
뭔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글 읽으면 이해할거다



처음으로 연애를 해본건 고1때였음
한살 아래였던 중3짜리 애랑 사귀었다
고등학교 입학 전 다녔던 중학교에서 3학년 때 동아리활동으로 만난 후배였는데
어찌저찌 다음 해에도 연락이 닿게 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주고받다가
내가 먼저 고백해서 반년간 사귀다 헤어졌음

그땐 참 사랑한다 좋아한다 많이도 말하고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첫사랑은 아니었던 거 같아
연애하고 같이 다니면서 풋풋한 느낌도 잘 안들었고 헤어질 때도 별로 아쉽단 생각이 없게
초경합금 칼날로 잘라낸것마냥 깔끔했음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별생각 안든다


그렇게 수능보고 대학에 입학했음
내가 다니는 대학은 소규모의 단과대학이었고, 다른덴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1학년들이 학기에 전공수업 1~2개만 듣고 나머지는 논문쓰기, 영어, 기타 교양 같은 걸로 학점을 채우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타 학과생들과의 교류가 제일 많은 시기임

그런 공통과목들을 들으면서 진짜 진심으로, 제대로 좋아했던 애를 만났다.
편의상 그 애를 이제부터 C라고 부르겠음

처음에는 내게 있어서 C는 걍 평범한 지나가는 여자애 A였을 뿐이었다
그냥 길가다가 수업듣다가 얼굴만 마주친 게 전부였음

근데 어느 날 내가 영어수업에 좀 심하게 지각을 하게 됨
시발 수업이 오전 10시 25분 시작인데 기상을 10시에 해버렸지뭐야 ㅋㅋ
어떻게든 출석점수라도 챙겨야한다는 생각에 존나 급하게 준비해서 학교로 뛰쳐나갔음

대학교 1학년 1학기였고 대학생활 시작한지 1개월도 안 됐던 때였기 때문에 내 몸에는 고등학교 시절의 감각이 남아있었다
그 때문에 수업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문 벌컥 열고 들어가면서
죄송합니다!! 하고 뛰어들어가 자리에 앉아버림
그땐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개 쪽팔린 짓이었음 싴ㅋㅋㅋㅋ발ㅋㅋㅋㅋㅋ
아직도 이때생각하면 얼굴화끈거리고 이불킥 존나 한다

당연히 어그로도 존나게 끌렸지 ㅋㅋㅋㅋ 안 좋은 쪽으로ㅋㅋㅋ....하

그리고 다음 주에 있었던 같은 수업에서 C 옆자리에 앉게 됐음
이 수업은 교수님 방침 하에 매 시간 조원들을 바꾸거든
그렇게 로테이션으로 돌리던 와중 우연찮게 C 옆에 내가 앉게 된거임

근데 그날 내가 좀 심하게 졸았음
내가 강의 때 앵간하면 안 졸려고 존나 노력하는 사람인데
그 때문에 졸 때 엎드리지 않고 선채로 좀비가 된 것마냥 꾸벅꾸벅 거린단말이야

어쨌던 고통스러운 강의가 끝났음
심하게 졸아버린 나는 당연히 강의를 제대로 못 들었지만
어머니가 고등학교 영어교사이기 때문에 아 나중에 어머니 힘 좀 빌려야겠다 생각하고 짐 싸고 있었다

근데 그 때 옆자리에 앉은 C가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거는거임
엄청 피곤하신 거 같은데 괜찮냐고, 괜찮으시면 제가 책 좀 보여드릴까요? 라고

이 말 듣는 순간 C한테 제대로 빠져버렸음
와 이 막막한 세상에 아직도 이런 상냥한 사람이 남아있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C랑 가까워지려고 노력 많이 했다
그 학기에 나랑 C랑 같이 듣는 수업만 3개였고 해서 말 트는 건 어렵지 않았음
어른들이 흔히 '여자 뒷꽁무니만 따라다닌다'고들 많이 하는데 내가 딱 그 짝이었다
물론 민폐 끼칠 정도로 따라다닌 건 아니고...선 안 넘는 선에서만 어떻게든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려고 했음

하지만 내심 둘이서 이어질 순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남자다보니 군머도 가야했고 C도 자기입으로 군대 안 간 사람이랑 사귀는건 좀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고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자유라고 생각하고 계속 좋아했음

그러다 고백도 못하고 까였다
하도 티를내서인지 C가 아주 장문의 카톡으로 나에게 거절의사를 밝히더라 ㅋㅋ....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해서 나도 그러기로 하고 맘 접었음
나중에 안 일이지만 C는 내가 하도 들이대서인지 마음고생을 좀 했다고 하더라
이 말 듣는순간 미안함에 치를 떨었다


근데 참 놀랍게도 이때부터 C랑 나랑 친구라는 이름의 제2의 관계가 시작됬음
서로 연인으로써 이어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 좋아함의 시간으로 인해
내 인생도 되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하나의 전환점 같은게 생겼다
C도 일단 사람이 굉장히 좋은 애라 친구로써 엄청 잘 지냈음
한참 나중에 C가 나보고 내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라고 해 줬을때 참 기쁘더라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입대도 하고 제대도 하고 복학도 하고 C는 졸업하고...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잘 지내고 있다

근데 걔가 내일 결혼한대

마음속 미련은 몇년도 더 전에 진작에 싹 없어졌으니
(문학적 반어법 같은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임)
내일 잘 차려입고 식장에 가서 축하해줄란다


여기까지 되게 두서없이 쓴거같은데 읽어줘서 고마움
순애챈 순붕이들 다들 좋은 밤 보내라
난 자기전에 섀버 일퀘 깨러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