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하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의료적 소견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재활치료에 관한 내용은 담당의와 상의하세요.
        척추손상 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 분들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2.

처음에는 병원에 직접 가서 치료를 받았었는데
너무 오래 동안 방치된 상태였어서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거야
2주 동안 다녔는데 눈에 띄는 차도가 없으니까 재활치료를 집에서 하고 싶어하더라고

그렇게 집에서 하는 치료가 시작됐지

우리 같은 경우 재활치료랑 마사지 하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어
순수하게 치료하는 시간은 한 시간도 안되는데 서로 장난치다보니 시간이 길어지더라고

순서는 보통 다음과 같아

관절 풀어주기
근육 풀어주기
발가락 꼼지락거리기
다리 근육에 힘주기
마사지하기
마무리 스트레칭


위의 내용을 풀어 쓰면 다음과 같아

먼저 침대에 눕힌 상태로 발목 관절을 상하좌우로 풀어줘
그 다음 무릎관절을 배 위로 올려주고는 쭉 눌러줬어
처음엔 너무 아파해서 깜짝 놀랐어

으윽하고 신음소리를 이 꽉 깨물면서 참는데 
이 여자 이렇게 안 하면 회복 못한다는 생각으로 마음 독하게 먹고 계속했어
양쪽 다 끝나고 서럽게 우는데 진짜 내 맘까지 같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진짜

겨우 어찌저찌 끝내면 그 다음부터는 그나마 수월했어
바닥에 내려서 폼롤러랑 마사지볼로 근육들 풀어주는데, 바로 전 단계보다는 확실히 나은지 곧잘 하더라고
물론 아파하는 건 똑같았어

발가락 꼼지락 거리기랑 다리 근육에 힘 주기는 단 시간 만에 될 거라는 기대도 안 했어 
미세하게 봐야 겨우 알아차릴 수 있는 움직임들이었는데
옳지 잘한다 같은 칭찬 섞어가면서 힘 주는 걸 최대한 오래 유지 시켜주려고 했지

안 움직이는 근육들 억지로 움직여서 힘 다 빼고 난 다음은 마사지야
이전 단계에서는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는데 그와는 반대로 이젠 내가 해줄 수 있는 거여서 마음은 편했어

따뜻한 수건으로 몸이랑 내 손을 데운 다음 오일 마사지를 해줬지
침대 위에 수건을 깔고 옷 다 벗긴 다음에 가습기 틀고 오일 발라주려는데
뭔가 야동 분위기랑 비슷해지는 거야

겨우 정신 차리고 정성스럽게 오일 발라주고 있으니까 뭔가 조용해
살펴보니까 마사지 받으면서 이미 자고 있더라고

조용히 정리한 다음에 옆에 누워서 수고했다고 속삭이면서 머리 쓰다듬어주니까
잠결에 내 말을 들은 건지 잠꼬대 하더라

첫날은 그렇게 끝까지 다 못하고 잠들었어


그 다음날에 이어서 두 번째 재활치료를 하려는데
어제의 고통이 생각났는지 너무 하기 싫어하는 거야
너무 싫어하니까 억지로 시킬 수도 없고 그날은 포기하고 넘어갔어 

난 고민에 빠졌지
어떻게 해야 강제로라도 시킬 수 있을까
돈도 나보다 훨씬 많고 그렇다고 협박같은 걸 하기에는 부작용만 있을 거 같았어 

열심히 고민해보니까 답은 하나밖에 안 나오더라고

연이 불러서 이야기했지
너가 재활치료 잘 받으면 하루에 두 번씩 해주겠다고

원래는 저녁에 한 번만 관계를 가졌거든
두 번 하자고 졸라도 내가 피곤해서 못해줬어

그렇게 컴터에 콘돔 100개 주문 창 띄워 놓고 할래 안 할래 물어봤지


그날부터 아픈 거 진짜 어거지로 참더라
눈물 찔끔 흘리면서도 실실 웃는데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 될 정도였어

힘든 거 끝내고 마사지 받아도 어떻게든 깨어 있으려고 용을 쓰는데
원래 여자들 성욕이 이 정도인지 궁금하더라


그때부터 내 밥상이 좀 달라졌어
온갖 정력에 좋다는 거 다 갖다 먹이는데
특히 장어는 너무 많이 먹어서 아직까지 안 좋아해


1일2섹의 효과는 굉장했어
도망치려 했던 사람을 맞서 싸우게 할 정도로
그래서 우린 농담 삼아서 재활치료를 섹스테라피라고 불렀어


시간 좀 지나고 아픈 거에 적응하고 나서 부터는 새롭게 탄력 저항이랑 기대고 걷기를 추가했어
탄력 저항은 밴드를 이용해서 운동하는 거고
걷기는 원래는 보행기로 걷기 훈련 하는 건데
보행기 대신 껴안고 약간 춤추듯이 걷는 게 훨씬 효과가 좋더라


새롭게 추가된 건 운동 종류 뿐만이 아니었어
재활치료 자체가 서로 몸을 맞대고 오랜 시간 있는 거라서
진짜 생각만 있다면 어느 과정에서든지 바로 관계가 가능했어

예를 들자면 무릎 관절 풀어줄 때 목에 팔을 감아온다던지
폼롤러로 슬라이딩 하면서 안겨온다던지
마사지할 때 갑자기 몸 돌려서 껴안는다던지

내가 분위기에 휩쓸리는 타입은 아닌데 연이가 유혹하는 건 왠지 못 참겠더라고

하여튼 그렇게 매일 두 번씩 하다가
어느 날 연이가 절정일 때를 그나마 정신 차린 채로 보게 된 거야
우린 속궁합이 잘 맞아서 종종 오르가즘을 경험했거든

그때 다리를 눈에 띄게 움직이더라고
다른 매체에서 나오는 것처럼 꽉 조이는 정도는 아니었고 살짝 압박이 느껴질 정도였어 
하지만 그 정도여도 우리에겐 큰 변화였어


처음으로 내가 하는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껴서 조금 눈물이 났어
많이는 아니고 아주 쪼오오금

지금까지도 말 안 했는데
그때는 살짝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때였어
아무리 해도 진전이 없어 보이니까 답답하고, 이게 진짜 되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들더라고


연이가 내 눈에 맺힌 눈물을 봤는지 그렇게 기분 좋았냐면서 방긋 웃는데
뭔가 고마워져서 꽉 껴안아 줬어

그때부터 확신에 차서 재활을 도왔지
처음엔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했었어
내가 확신에 차 있으니까 연이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는 게 보이더라고

그렇게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갔어



하루종일 연이한테만 신경 쓰고 어디를 가도 연이 생각만 하니까
술자리도 거절하게 되고 점점 주위에 친구들이랑 연락이 끊겼어

자주 술 마시던 친한 팸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술 마시자고 연락하니까
이미 나 빼고 만나기로 했다는 거야 

그때 좀 혼란스러웠어
주위에 아는 사람이 다 사라져가고 있다는 게 두렵기도 했고
나중에 어쩌지 걱정도 되더라고

그러다가 문득 연이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났어
내가 알기론 연락하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 오랜 시간 동안 도대체 어떻게 참았나 싶은 거야
왜 우울증에 걸렸는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 만나기 전엔 어떻게 살아왔을지
그리고 내가 없어진다면 어떨지

그런 것들을 상상해봤는데 진짜 눈앞이 깜깜하더라고
바로 달려가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연이를 꽉 안아줬어
갑자기 왜 그러냐고 뭐 잘못한 일 있냐고 묻는데 그런 거 없다고 머리 쓰다듬었어


나중에 농담으로 '넌 나 없이는 못살아' 라고 하니까
진지하게 '응 나 오빠 없이 못살아' 라더라




원래는 좀 더 자극적이게 쓰려고 계획했었는데 나중에 혼날 거 같아서 도저히 더 쎄게는 못 쓰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