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어릴때,나는 엄마에게 아빠가 어디가 좋아서 결혼을 했냐고 물어본적이 있다. 그 당시 결혼 상대는 얼굴만 보고 고르는 건 줄 알았던 나는 왜 잘생기지도않도 무뚝뚝한 아빠였는지를 물었다.

엄마의 답은 이러했다.

엄마가 정말정말 정신적으로 힘들던 시기, 인간 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주변의 모든것들이 밉던시기가 있었는데 주변에 털어놓지도 못해서 힘들었다. 그 때 아빠가 엄마의 분위기가 달라진 걸 눈치채고 힘내라는 의미로 초코 소라빵을 사왔고 거기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듣고 하찮다고 생각했는데 납득이 가는 이유가 있었음.


우리 엄마는 빵에 환장함. 아빠가 그 특성을 알고 일부러 우울한 엄마를 위해 엄마가 좋아하는 빵집에 갓 구운빵 나오는 시간을 체크하고, 그 시간에 딱 맞춰 가서는  갓 구운 신선한 빵을 사서 엄마 집 앞까지 배달을 해줬다는 것에서  느낄수 있는게 많았대.

아빠가 아닌 척 해도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평소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것. 어떤 빵집인지도 알고있으며 빵에 별 관심 없는 아빠가 순전히 엄마가 조금이라도 기분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빵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빵인 갓 구운 빵"을 공수하려고 빵굽는 시간 까지 조사했다는것. 그렇게 공수힌 빵을 전해주려고 추운 겨울날(겨울날이었다고함) 집 앞 까지와서 직접 전해주면서 생색도 내지 않았다는 것. "위로가 되면 좋겠다,사랑해,힘내"란 말만 남기고 쿨하게 간.것

아빠의 이런 모습이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듯 해서 힘을 얻었대. 이렇게 까지 신경써주거 사랑해주는 세심한 남자라면결혼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대.


아빠는 정작 엄마 마음을 이렇게 흔들어 놓고서는 기억이 안난다고.....(쑥스러워서기억안나는척하는 걸지두.??)

나 엄마에게 이 이야기 처음들었을때 초코소라빵은 내 생명의 은인이다! 라며 주구장창 먹어서 이제 주기적으로 먹어줘야하는 소울 푸드됨


근데 왜 이런 사람이 술 취해서 개가되서는 엄마 어깨를 물고 엄마에게 휘모리 장단으로 혼나고 있을까.....? 바본가.......? 퇴화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