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오렴. 나쁜 사람이란다."

"...최악.."

그가 길거리를 걸어간다. 금발, 태닝한 피부, 팔에 잔뜩 있는 문신. 찌든 담배 냄새. 귀에 피어싱. 처음 보는 이들이라도 단번에 인상이 나락까지 떨어질 수 있는 외모였다. 그는 울먹이고 싶은걸 애써 참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반지하의 좁은 방이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옷을 훌렁 벗은 채 이불에 뛰어들었다. 등에는 레이저로 지져진 자국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가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눈물을 흘렸다.

"..."

눈물만 흘렸다.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게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는 억울했다. 말을 할수 있을때 부터 그는 금발에 태닝이었다. 창녀와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나 여름의 땡볕에 무방비하게 유기되어 한참 뒤 주워진 그는 피부가 재생이 되지 않은 채 얼룩덜룩했다.

절반쯤 태닝, 절반쯤 갈색. 마치 달마시안과 같은 느낌이었기에 그는 피부를 가리려 태닝을 했다. 금발은 어쩔 수 없었다. 문신과 피어싱은 그를 주워준 아버지라는 작자가 자신을 도화지 삼아 전신에 한것이었다.

그를 뿌리치고 고아원에 들어가서는 평범했다. 원장한테 달려가 울고, 친구들과 싸우고, 속내를 털어내고, 과거를 애써 뿌리치며 살았다.

학교는 항상 두꺼운 긴팔이어야 했다. 그가 더위를 잘 타지 않는 체질이라 다행이었다. 그러다 중학교때 시비가 붙어 어쩔수 없이 주먹질을 했고, 정당방위는 인정되었지만 시력은 손실되었기에 누군가를 제대로 보려면 째려보는 눈을 해야 됐었다.

신세를 한탄하며 흡연을 시작했고, 그의 인생중 가장 뼈아픈 후회를 시작한 날이었다.

그는 잘못되지 않았다. 세상이 괴상하고, 자비가 없는것이었지.

"아.. 대학교.."

내일은 대학교 OT였다. 그는 어느새 일어나 옥상으로 올라가며 옷에 찌든 담배 냄새를 없애며 중얼거렸다.

아르바이트 사장에게 내일은 쉬어도 괜찮겠냐며 문자를 보냈다. 원장의 친구였기에 그의 사정을 잘 안 사장은 바로 긍정의 문자를 보내며 대학교를 잘 갔다 오라고 말했다. 긴팔 입고 가라는것도 빼놓지 않았다.

피식 웃으며 옷에 페브리즈를 뿌렸다.

#

대학교 OT날이 왔다. 그는 전날 새벽에 억지로 피어싱을 빼려고 했지만 신경이랑 맞닿은 피어싱은 고통스러웠기에 그만뒀다. 대신 그는 긴팔과 아껴둔 안경을 쓰고 짐을 챙긴 채 은단을 씹으며 출발했다.

그가 도착했을때는 인원 체크 중이었다. 최대한 빨리 줄에 섰다. 낭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19번 김태영?"

"예!"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그는 최대한 담담하게 서있었다. 익숙하진 않아도 참을수는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