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날에 걔랑 같이 영화를 보러 갔음


영화 보기 전에 팝콘이랑 음료 사려고 했는데 최근에 영화관을 안 가서 그런 건가 엄청 비싸졌더라


그래도 비용은 각자 부담하기로 했어가지고 개인 팝콘이랑 음료를 샀음


걔는 카라멜 좋아하지만 난 버터가 좋았음


걔는 사이다를 샀고 난 콜라를 삼


취향 차이는 맞지 않는 건가라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음


그 짧은 생각은 지나가고 걔랑 같이 영화 보러 갔음


근데 내가 영화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처음보다 끝까지 다 못 보고 중간에 잠에 자주 빠지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 잠을 안 자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음


물론 걔가 옆에 있어서 긴장되서 그런지 내용은 하나도 안 들어왔음


그렇게 영화 다 보고 근처 일식 식당집에 가서 나는 사누끼 우동, 걔는 규동을 시켰음


그때 나는 밥 다 먹고 헤어지기 전에 고백하기로 마음먹었음


그 생각 때문에 평상시에 물 잘 안 마시는데 이때만 6잔 정도 마신 거 같음


그렇게 밥 먹고 수다 어느 정도 떨다가 마침 근처 골목에 사람이 없길래 확실하게 말했음


나 너 좋아한다고


그랬는데 걔가 갑자기 깔깔깔 거리면서 웃더라


자기를 좋아하는 게 신기해서 웃었음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파악 못했는데 그 이후 발언 듣고 깨달았음


미안하다고


사실 몇년 전부터 내가 걔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자기는 나를 친한 친구라고만 생각했다고 함


이 말 듣고 난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거절에 대한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게 됨


그렇게 포기하고 친한 친구 사이로만 지내려고 체념할려고 했는데


걔가 갑자기 기회를 주는 거임


내가 군대 가기 전까지 자기를 좋아하게 만들라고 함


그래서 내가 성공하면 사귀어 주는 거냐고 물으니까 걔가 고개를 끄덕이더라


혹시나 몰라서 폰에 노트 앱에다가 적어놓았음


날짜랑 위치까지 세세하게


그러더니 걔가 진짜 희한한 부분에서 체계적이라고 당황하면서 말함


그래서 나는 농담삼아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니까 지금 아니면 평생 일어날 일이 없다고 했음


걔가 그 말 듣고 높은 어조로 너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함


그래서 나는 걔가 말한 거에 대한 답변으로 난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사귈 생각 없다고 못 박아놨음


그렇게 영화 같이 보는 일정은 순식간에 끝났고 현재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찬 것보다 기회를 주니까 사람이 더 열정적이게 되더라


걔는 사람 마음 가지고 절대 놀지 않는 신뢰도가 높은 애여서 더 좋아하는 것도 있고


걔가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줘서 기뻤음


이제 이거를 실천으로 옮기는 게 내 다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