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27 되는 0.3 애엄마 순붕이다.

잠도 안 오고 해서 신혼썰 풀어본다.

비록 신혼이었던 기간은 1년도 안 됐지만

연애 10년정도 하고 작년 1월 1일에 남친이 귀엽게 프로포즈 한거 받아주고

연애 10주년이 딱 되는 발렌타인에 결혼식 올림.

이제 결혼식 올리고 원래 동거하던 집이랑 작별하고 신혼집을 구해야 하는데...

직장 근처에 구하다 보니까 좀 난항을 겪음.

그래도 뭐 어찌어찌 잘 구하고 금액은 걍 둘이 모아둔 돈 다 까고 대출까지 끼니까 해결됨.

이제 신혼집도 구하고 보니까?

프로포즈는 1월 1일에 받고 결혼식은 2월에 했는데 집 구하니까 5월이 돼버렸음.

그리고 결혼했으면 당연히 해야했던 일이

서로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신혼여행!

신혼여행을 당연히 가야하는데 시기가 ㅈㄴ 애매했었음

5월에 가자니 계획을 제대로 못 세울거고,

6월에 가자니 그 미묘한 초여름의 위화감이 싫었음.

그렇다고 너무 늦게 가면 그 신혼 분위기가 날아가니...


그래서 걍 7월로 정하고 그 시기에 갈만한 여행지를 찾아봤음.

근데 여름, 신혼여행 이 두 키워드면

몰디브를 빼놓을 수가 없잔아...


그래서 몰디브 어떠냐고 딱 물어보니깐

남편이 막 자기 꿈이었다느니 어쩌느니 들뜨면서 엄청 좋아했음.

어쨋든 같이 몰디브 가는 비행기표 예약하고 숙소도 잡았음.

그리고 이왕 신혼여행 가는 김에 한번 퍼스트 클래스 기깔나게 예약함.


고대하던 신혼여행 당일, 옷이랑 카메라, 놋뜨북까지 짐 다 싸고 여권 챙겨서 이른 아침에 공항으로 출발함.

공항에서 표 발급받고 수화물 싣고 탑승 수속하니까 시간이 금방 지났음.

그래서 아무튼 신혼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싱가폴 경유해서 몰디브 가는 노선이라 비행시간이 꽤 됐는데

당연히 그런 비행 시간이면 기내식도 나올거 아냐?

내 남편이 퍼스트 클래스 기내식을 엄청 기대했었는데...

직장에 연차를 땡겨쓰려고 업무를 다 끝내기 위해 전날 야근을 해 버렸고...

아침 일찍 나오다보니 잠도 얼마 못 잔 상태다보니 거의 좀비같은 상태였음.

그래서 결국 비행기에서 기절하는 바람에...

비록 좌석간 거리가 좀 돼서 제대로 터치는 못했지만

기내식 나올 시간이라 내가 깨워봤는데도 기절한 상태였음.


결국 비행기가 싱가폴에 착륙하고 나서야 간신히 깨어났고

사람이 절망하면 눈빛이 맛있어진다는걸 깨달았다.


그래도 싱가폴 공항에서 4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음.

나는 기내식을 먹었다지만 남편은 못 먹어서 배고프다고 하니까

라운지 가서 간단하게 먹고 나서


몰디브의 수도, 말레로 가는 비행기에 탔음.

기내식으로 랍스타 나오고 샴페인 나오고 하니까

남편 얼굴 봤더니 진짜 어린 애들이 맛있는거 먹을때 짓는

그 순수하게 행복한 표정으로

'비행중이라 맛이 잘 안 느껴지긴 하는데 그래도 맛있다' 이런 식으로 엄청 좋아했음.


그리고 말레 도착하니까 밤이었는데

밤바다를 기대하고 해변으로 갔지만...

불빛이 많이 없는 바다는 생각보다 많이 어두웠음.

뭐 그래도 어차피 다음날에 엄청 놀거라 딱히 실망하진 않음.

리조트 있는 섬으로 들어가려면 날이 밝아야 한대서

예약해 뒀던 공항 근처 호텔 들어가서

간단하게 씻고 옷 갈아 입은 담에 침대에 누우니까

그냥 피곤해서 바로 기절함.


결국 다음날 아침이 밝았고,

아 5월에 올걸 하고 후회하게 만드는 더위가 우리를 반김.

에어컨을 안 틀고 잤더니 진짜 더웠음.

아무튼 그 호텔 조식 먹고,

리조트 들어가는 수상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리조트 셔틀? 차? 타고 라운지로 이동해서 대기함.

근데 라운지에서 보는 풍경이 진짜

몰디브 하면 생각나는 그 개이쁜 바다, 맑은 하늘이 보였음.


그리고 수상비행기 타고 이제 리조트 있는 섬으로 들어가서

리조트 방 들어가니까 진짜 개넓고 침대에 뭐시기 허니문이라고 꽃잎으로 써놨더라.

그리고 무려 발코니? 쪽에 바다로 걍 들어갈 수 있게 되있는

수영장 비스무리한 구조물이 있었음.


암튼 몰디브에서의 둘쨋날은 놀랍게도 그 수영장같은 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냄.

중식뷔페 먹고 방 들어와서

룸서비스로 와인이랑 샴페인 한병씩 아이스버킷에다 담아서 시켰음.

샴페인 까고 마시면서 정신없이 놀다 보니까

저녁 먹을 시간이 됐는지 조낸 배고팠음.


그래서 룸서비스로 치즈 플래터랑 + @ 를 시켰는데 기억이...

능지 이슈로 넘어가고

아까 시켰던 와인 까서 치즈 플래터랑 먹고 하니까 해가 완전 져서 어두워졌음.

그래서 좀 취하기도 했겠다 같이 씻고 샤워가운으로 갈아입음.


그리고 이제 무드등 하나만 켜고 침대에 누워서

그 결혼도 했겠다 고무 쓰지 말고 해보자 라고 내가 말하니까

애가 그냥 바로 고장이 나서 어버버하고 있는거 꽉 안아줌.

그리고 밤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너무 길어지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돼서 플로팅 조식 와서

그 수영장 비슷한 시설에다 띄워놓고 감성 지리게 먹고 놀다

예약해둔 선상 낚시 하러 갔음.

배 위에서 서로 몇마리 낚나 내기했는데

둘 다 아무것도 못 낚는 바람에 씁쓸하게 방으로 들어와서 씻고

침대에서 순애팡팡 하니까


몰디브에서의 세번째 아침이 밝음.

사실 밝진 않았음. 우기라 그런지 계속 비가 쏟아졌거든.


그래서 원래 스노클링 하려던거 취소되고

조식만 먹고 방에 무력하게 박혀 있으려다가

스파 예약해둔게 생각나서 스파 받으러감.

그래도 스파 받으면서 창문으로 비오는 몰디브 보니까

확실히 몰디브가 왜 신혼여행지로 거론되는지 알것같았음.

스파 다 받으니까 남편이 비오는 풍경이라도 보러 나가재서

좋을거 같아서 나갔더니 비오는 몰디브도 나름 운치있고 좋았음.


그렇게 네번째 날이 지나가버리고...

네번째 아침, a.k.a 다섯번째 날은 돌아가야 할 날이었기에...


심지어 돌아가는 비행기에선 그냥 잔 기억밖엔 없어서...

해줄 얘기가 업따 미안하다.


이렇게 신혼여행썰은 마무리가 됐다는 얘기.

이렇게 당시 상황 묘사하면서 썰 쓰는거 너무 힘들다...

썰쟁이들 존경한다.

작년 7월에 간게 벌써 세부적인게 가물가물해지고 있어서

좀 부정확할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