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가 연세가 꽤 있으심. 아빠를 40에 낳으셔서 올해 93. 근데 지나치게 정정하셨다. 


자전거타고 걸어서 30분 거리인 우리집으로 김치도 가져다 주시고, 어렸을때 어린이날이라고 짜장면 사주시러 직접 오시고. 그러다가 90넘기시고 슬슬 쇠약해지시더니 작년부터 건강이 확 안좋아지심. 


원래 자전거타고 약수터물만 떠다 드셨는데 그것도 힘들어하시고, 추모관에 제사지내러 갔을때 내가 부축해서 걸으시고, 나 중2때 80중후반이셨는데 근의공식을 좔좔 외시던 분이셨는데 작년부터 기억이 잘 안난다고 말수가 확 줄으심... 


6.25에 포병 장교로 계셨어서 할아버지집 갈때마다 전쟁 썰 1시간씩은 듣는게 기본이었는데 말을 안하시더라. 그때 느낌이 확 왔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그래서 1년에 4번밖에 안가던걸 달마다 할아버지를 보러 갔다. 처음엔 내 이름도 기억이 안나신다고 하시더니 꾸준히 가니까 말수가 점점 느시더라. 귀도 잘 안들리셔서 원래 소통이 힘들었는데 그냥 가서 나혼자 30분씩 이야기 하다 오니까 다시 대화를 하시는걸 보고 ㅈㄴ뿌듯했음. 저번주에는 큰아빠들 학창시절 이야기만 1시간 듣고 왔다. 


오늘 다시 할아버지 뵈러 가는데 내가 알던 할아버지로 돌아오신것 같아서 기부니가 좋다. 근데 전쟁얘기 할때만 눈빛이 살아나신다... m1카빈가지고 빨치산이랑 싸우던 얘기를 자주 하시는데 매번 새로운 이야기임. 모형이라도 하나 사드려야 될까 싶다. 암튼 순붕이들도 조부모님 잘 챙기고 새해복 마니마니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