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술 마시고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웬 예쁜 여자가 다가와서 한 말이다. 이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었는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게 요즘 유행하는 신종 사기 수법인가. 나한테 무슨 뜯어낼 돈이 있다고 갑자기 다가와서 사기를 치는 거지.


"관심 없어요."


"딱 한번만요. 사기 아니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정말... 기분 좋을 거라구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저런 말을 한 거 같지만 대놓고 수상하게 다가와서 수상한 말을 해놓고 사기가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


하지만 당시 술기운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지 난 그대로 여자와 함께 모텔로 하이패스해버렸다. 


이 놈의 술이 문제지.


그렇게 우리는 뜬금없이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끝내줬다.


분명히 처음이라면서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를 능숙한 애무, 들어갈 곳 들어가고 나올 곳 나온 몸매와 조화를 이루는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거의 야겜 속에서나 볼법한 서큐버스를 연상케 하는, 오로지 남자를 쥐어짜기 위해 존재하는 보지까지, 그녀와 함께한 밤은 그야말로 천국과 같았다.


아니, 사실 천국이나 다름 없었다. 이게 천국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녀가 준 쾌락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관계 후에 잠을 자려는데도 그녀가 날 쥐어짜는 모습이 떠올라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제가 계속 떠오르시나요?"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환청을 듣고 있나.


"막, 저랑 한 게 계속 떠오르거나 그러나요? 절 보면 흥분되고 막......"


이 말을 하는 저의가 뭐지. 그래도 그녀가 인상 깊었냐고 한다면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싸... 휴, 다행이야. 공부한 보람이 있었어.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그러자 갑자기 여자는 막 뭐라뭐라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내가 봤을 때, 저 사람 100퍼센트 학창 시절에 아싸였을 거다.


길가다가 번호를 몇 십 번을 따일 것 같은 외모를 두고 저런 짓을 하고 있으니 얼굴 값 못한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저기요, 뭐 좀 물어봅시다. 보아하니 몰카도 아니고 뭐 돈을 뜯어내려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 갑자기 다가와서 이런 일을 하는 이유가 뭐에요?"


"아, 그건...."


여자는 우물쭈물하다가 이유를 말했는데, 그게 또 가관이었다.


우선, 여자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탄생한 사람이라 부모가 그녀를 책임지지 않아 그대로 고아 신세가 되었다.


학창 시절에도 소심한 성격 때문에 늘 아싸여서 친구가 없었고, 돈이 없어서 대학도 못 갔으니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궁핍한 생활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일하다가 갑자기 기절해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병원에 갔더니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수술할 돈은 당연히 없었고, 설사 수술했더라도 너무 늦게 발견한 탓에 어차피 시한부는 예정된 운명이었다고.


어차피 오래 살지도 못하니 일 따위 진작에 때려친지 오래고, 그러던 와중에 병실에 누워있을 때 다른 환자들은 다 병문안을 와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만 없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정확히는, 다른 사람들은 설사 죽어도 그 사람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만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남은 생 동안,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라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그럼 이런 방법 말고 길거리에서 알몸으로 다닌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지 않아요? 왜 하고 많은 방법 중에 이런 걸......."


"물론 그런 방법도 있겠죠. 하지만 안 그래도 남은 생이 부족한데, 감옥에서 보내는 건 사절이라고요."


이 말을 듣고 머리가 참 아득해졌다.


"게다가, 당신이 말한 대로 길거리 가서 옷을 벗든지 하다 해도, 어차피 시간 지나면 관심을 끊을 거라고요. 전 사람들이 영원토록 절 잊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책에서 봤는데, 엄청 큰 쾌락을 주면 상대는 쾌락을 준 사람을 잊지 못해서 다시 그 사람을 갈망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얼굴이나 몸매는 자신 있으니까.........."


대체 어떤 책에서 뭘 봤길래 그런 쌈빡한 생각을 하게 됐을까. 설마 에로 동인지는 아니겠지.


"암튼 감사합니다. 이만 가볼게요."


"또 어딜 가려고요?"


"이제 다른 남자 찾아야죠."


"잠깐만요, 그럼 이 짓을 계속 하겠다고요?"


"네, 어차피 일도 때려쳐서 남는 게 시간이라....."


이건 아니다. 이 여자, 이대로 가다간 100퍼센트 좋은 꼴 못 볼거다. 


"자자자자자잠깐만요! 그러니까 당신 말은,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당신을 기억해줬으면 한다는 거죠?"


"그렇죠? 중요한 건 절 기억해주는 거지, 사람이 많은 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럼 방식을 바꿔보는 건 어때요? 마냥 섹스나 하고 다니는 것보다는, 누군가랑 만나서 의미있는 추억을 쌓고 막 사진 같은 거로 증거를 남기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 하고 싶어도 딱히 그런 걸 해줄 만한 사람이 없어서......"


"저랑 하시죠! 제가 해드릴게요!"


"네? 그래도 괜찮겠어요?"


"당연히 괜찮죠!"


아무한테나 섹스하자고 들이댈게 훤한 당신만 할까. 난 속마음을 삼키며 최대한 미소로 그녀를 대했다.


"근데 갑자기 왜...."


"아니... 그래도 당신 덕분에 동정도 뗐... 아니 뭐라는 거야 아무튼! 그냥 이대로 당신을 보내면 안 될 거 같아서 그래요."


"그래 주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이렇게 그녀와의 연인 행세는 시작됐다.











====================================================================================


섹스가 중요 소재는 아니라 18탭은 뗐는데 보지 언급이 나와서 조금 헷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