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가야할 곳이 있다고?"

"응. 근데 많이 위험해."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 결과는 매우 희망적이었다. 바로 준장님이 죽기 전이라는 것. 준장님의 집도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찾았기 때문에 준장님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 김정원에게도 간단하게 정보를 전달했다.


"그럼 우리는 적당히 근처에 있다가 습격이 오면 막으면 된다는거?"

"그렇지."

"근데 궁금한게 있어."

"뭔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거야?"

"뭐?"

"서로 만난적도 없으면서 왜그렇게 못도와서 안달이야?"

"그게..."


김정원의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남들이 보기엔 집착으로 보이는 수준이었으니. 난 결국에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


"ㆍㆍㆍ그렇게 된거야."

"음...어쨌든 너는 너고 그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됬네. 가자."

"ㅈㄴ 쿨하네."

"그래서 싫냐?"

"아니 그래서 더 좋은데? 막 사랑스럽고 섹시한데?"

"야! 너!"


김정원은 얼굴을 붉히며 살짝 내 어깨를 쳤다. 귀여워 아주 그냥 깨물어버리고 싶네. 아 어젯밤 깨물었지?


"자 그럼 출발할까?"













준장님 집 근처에 자리를 잡고 감시한지 5일 정도 지났다. 알게된 것은 금마리가 아주 귀엽다는 것이다.


"야 저기 온다. 준비해."


쌍안경으로 건너편을 보니 다수의 무장한 적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약 70명에서 80명쯤으로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가자."


우리는 빨리 준장님의 집으로 들어가 상황을 알렸다. 준장님은 우릴 경계했지만 쌍안경으로 적을 본 후 우릴 믿고 무장했다.

준장님은 바로 군대에 연락을 보냈다. 30분 정도만 버티면 온다고 했다.

포지션은 나와 준장님이 전방. 김정원이 후방을 맡기로 했다.


"어...이거 이길 수 있냐?"

"왜?"

"지원군 오는것 같은데?"


젠장 우릴 봤나. 아마도 저것들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지원군도 왔다고 생각한것 같다.


"우리...살 수 있지?"

"그럼."


김정원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나도 떨린다. 무섭다. 하지만 주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되는건 없었다.


"죽지마."

"안죽어."


그녀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두려움이 조금 해소된 느낌이었다.

그때 교전이 시작됬다.

우리는 셋. 적들은 100이상.


난 비극이 싫었다.

이야기의 빠져선 안될 부분이라도.

주인공의 비극은 너무나도 슬펐고, 화가 났다.

그러나 이제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내가 여기서 비극을 죽인다.


한놈이 내게 달려드는 것이 보인다. 총과 칼을 들고있다.

재빨리 그놈의 머리에 한발을 쏜다. 이제와서 살인에 죄책감은 없다.

오른쪽과 왼쪽에서 동시에 적이 접근한다.

왼손의 칼로 목을 베고 오른손의 총구를 겨냥하고 당긴다.

드론이 위쪽으로 오는게 보인다. 쏘기엔 앞에서 끊임없이 적이 몰려온다. 뒤쪽에서 총소리가 들렸고 드론이 부서졌다.

역시, 그녀는 총하나는 기깔나게 잘쏜다.

대략 30분 정도 지났을까. 이젠 팔과 다리에 감각이 없다.

그래도 칼을 놓치지 않고 또 한놈을 벤다. 총알은 떨어진지 오래다.

군용 헬기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군인이 왔구나.

그 순간 배에 극심한 고통이 찾아온다. 찔린건가? 총에 맞았나?

배를 확인해보니 총에 맞았다. 한 세발 정도. 피가 솟구친다.

그녀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군대가 적을 섬멸하는 동안 그녀가 날 후방으로 데려갔다.


"야! 괜찮아?! 빠..빨리 지혈을..."


그녀의 손이 덜덜 떨리는게 보였다. 전투가 고됬는지 손이 구석구석 찢어져있었다.


"너...느...ㄴ...괘..ㄴ..차..."

"말하지마! 제발...! 살 수 있어!"


피가 꽤 많이 흐른것 같다. 정신이 흐릿하다.


"비극이 싫다며...왜...너가 내 비극이 되는건데..."


아. 그렇구나. 내 죽음이 너의 비극이었구나.

정작 내가 비극이 싫다고 해놓고. 내가 비극을 만들었구나.


"미안해...그리...고...사랑해..."

"흑...나도..나도 사랑해..."























"나 어케 살았누?"

"요즘 군병원은 대형 병원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시설이 좋다."


음. 존경하는 준장님이 옆에서 말하셨다. 그렇구나. 여긴 다르구나.

그나저나 필름이 끊기기전 마지막에 한 말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때 준장님이 독심술이라도 하셨는지 내게 말하셨다.


"결혼해라."

"예?"

"15년지기 친구라 들었는데 아니었나?"

"그건 맞습니다만.."

"그럼 됬군. 사회는 송소령이 봐줄거다."

"송소령님은 갑자기 왜...?"

"그새 네 친구와 친해졌더군."

"아."


친화력이 대단하시구나. 이미 알긴 했는데...상상 이상으로 뛰어나시다.



"고맙다. 감사인사를 늦게하는군."

"예?"

"나와 내 딸을 구해준것 말이다. 너희가 없었다면 죽었을 것이다."

"아뇨아뇨 안하셔도 됩니다! 부담스럽습니다!"

"아니.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아니...뭐..그렇게 완강하시면야..."


병원에서 몇달정도 지낸 뒤 나와 정원이는 결혼식을 올렸다. 사회는 진짜로 송소령님이 봐주셨다. 진짜 당황했다.

우리는 결혼한지 1년도 안되서 아이를 가졌다.

마리와 준장님은 게임에서의 모습과 다르게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내 염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송소령님도 가끔씩 우리집에 오며 친하게 지냈다. 이제는 그냥 이선이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다.


난 비극이 싫었다.

그래서 비극을 부숴버렸다.

그러니 부숴진 비극 안에 빛이 있었다.

그 빛은 해피엔딩이었다.

아무도 고통받지 않은

아무도 죽지 않은.

내가 원하던 엔딩.




@@@


드디어 내 손에서 완결작이 생겼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재미없은 소설 봐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