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가족애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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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나 왔어!"

"허허 오늘은 빨리 왔구나? 무슨일로 왔니?"

"당연히 할아버지 그림보러 왔지!"


하교 후에 반드시 가는 곳이 있다. 화가 할아버지의 작업실이다. 친딸은 아니지만 그만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오늘은 뭐 그릴거야?"

"풍경화를 그릴거란다."

"오오! 할아버지가 제일 잘하는거!"


화가 할아버지는 풍경화를 아주 잘그리신다. 처음 작업실에 온 이유도 풍경화였다.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가 꿈인 나는 할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무작정 작업실에 쳐들어왔었다.


할아버지가 붓에 물감을 묻혔고 아름다운 폭포를 그리기 시작했다. 몇시간 뒤, 아름다운 산 속 폭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림 뒤에 설명을 쓰기 시작했다.


"나 궁금한게 있는데. 그림 뒤에 설명은 왜 적는거야?"

"음...그건 말이다...내 아내를 위해서란다."

"할아버지 아내?"

"그래. 지금은 먼저 떠났지만."

"실례될 수 있지만...이야기 해줄 수 있어?"

"그럼. 근데 좀 긴 이야기란다."

"괜찮아! 시간도 많고."


흠...그럼 나와 내 아내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시작해야겠구나.

그녀를 만난건 맞선 때문이었단다.

그녀는 외모도 아주 이뻤어. 학력도 준수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들과는 다른점이 있었다.

바로 시각장애인이었어.

난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말을 듣고 편견에 빠져 며칠 만나고 헤어지려했단다. 어리석었지.

그러나 그녀를 계속 만나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남을 이해하고 남을 위해 생각할줄 알았다.

그러다보니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었지.

몇달 뒤 난 그녀를 위해 그림을 그려 선물해줬다.

하지만 내가 망각한것이 있었지.

그녀는 볼 수 없었다.

절망적이었지.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고 설명해주자'


이 방법으로 그녀는 내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들을 수 있었다.

난 그녀 덕분에 붓뿐만 아니라 글과 말로도 그림을 그리게 됬다.

우리는 결혼 후에도 끊임없이 그렸고 들었다.

그녀가 먼저 떠난 이후에도 난 항상 그림에 설명을 썼지.

그리고 매일 저녁 그녀의 사진 앞에서 그림을 들고 설명한단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구만."


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겼다. 몇분정도 지났을까. 난 해야할 일이 떠올랐다.


"할아버지 고마워. 덕분에 해야할 일을 찾았어. 나 먼저 가볼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됬구나. 잘가렴."


난 곧장 내 집으로 뛰어갔다. 할아버지의 이야기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단은 붓뿐만이 아니었다.

집에 도착한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엄마를 불렀다.


"엄마!"

"어머, 우리딸 평소보다 빨리왔네?"


우리엄마는 화가 할아버지의 아내와 같은 시각장애인이다.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을 시작할 시간이다.


"엄마. 내가 그림을 하나 그렸어."

"딸. 아쉽게도 엄마는 앞을 볼 수 없단다."

"아니, 보는게 아니야."

"어?"

"내 그림을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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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단편하나 썼음. 퀄은 좀 떨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