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지금 축복 앞에서 어떤 인형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거는 중이었다.


모든 일을 끝내기 전.


마지막으로 라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정말이지..정말로 인형가지고 노는 취미라도 있는거야?"


틱틱대며 라니 인형에 차가운 냉기가 깃들었다.

하지만, 기분나쁜 차가움은 아니었다. 마치 눈이 세상을 덮는것과 같은.


차갑지만 따듯한, 모순적인 냉기였다.


"뭐, 있다면 있다고 해야겠지. 인형이랑 결혼도 하는걸?"


"에잇."


작은 인형의 팔이 내 가슴팍을 콩콩 내리찍었다.


"..아무튼. 곧 끝이구나. 황금률의 세상이."


"그러게. 이제 새로운 시대가 눈앞에 있어."


"블라이드가 이 광경을 봤으면..좋아했을건데."


".....그랬겠지. 그녀석, 보고싶더라."


"끝까지 날 지키려다 죽었어. 그렇게 미쳐가는 와중에도.."


"그만큼..소중했다는거겠지."


"...정말로 과분한 사람들이야. 나한텐..이지도, 블라이드도..또 너도. 내가 뭐라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감상에 젖었네."


"....이때쯤 되니까. 눈물이 많아지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알았지?"


"알았습니다. 나의 반려시여."


"...그럼, 가봐. 내 영원한 왕.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다시 일어서서.


그녀가 준 검을 잡고, 새 시대를 열러 일어섰다.


차가운 별과 달의 시대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