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혼에는 단풍잎이 깃들어 있습니다.


10년도 더 전에, 단풍이야기에는 내 영혼의 형제들이 살았습니다.


그들은 pc방을 집으로 삼고 학원비를 게임에 탕진하며, 죽을 때까지 등짝을 맞았습니다.


10년생이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낭만의 시대


오래된 블로그 글에서만 내 형제들이 닥사 하며 용맹하게 개미굴을 누볐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잠이 든 뒤 나는 아직도 형제들과 나란히 개미굴을 누빕니다.


눈을 감으면 어느덧 내 시야에는 컨트롤 키를 누르는 손가락과 메직클로를 날리는 제 캐릭터가 보입니다. 


물약값을 아끼기 위해 줄에 매달려 mp가 채워지길 기다리면, 자리는 금세 다른 사람에게 뺏겨버리곤 했습니다. 


나와 내 형제들은 단풍이야기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워 질 수 있었습니다.


단풍이야기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태고의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들


회초리를 들고 pc방에서 아들을 찾던 어미들도


담배를 태우며 리니지를 하던 무서운 아재들도


내 형제들의 집념에 결국에는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달리고서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면


나의 귀에는 아직도 10여 년 전의 브금소리가 들리고


나의 영혼은 낭만이 가득한 그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아우성칩니다. 


하지만 그 잠깐의 흥분이 끝나면 


나는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과 슬픔에 휩싸여 아이처럼 울게 됩니다


10여 년 전 메소를 사랑하고 낭만의 형제였으며 단풍의 민족이었던 내 형제들은 이젠 시간 속에 풍화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사라진 것이 너무 슬펐고 


사라지고 싶지 않아서 나는 아이처럼 울었습니다


그 슬픔은, 아주 많은 파란물약을 받으면 달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내 형제들이 다시금 가족의 눈치를 보며 메이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그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다면 파란포션을 잔뜩 주셔야 합니다.


부디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