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려... 수업 언제 끝나?'

"...아무래도 이건 별로 쓸만한 정보가 아닌 것 같다. 다른 쪽지를 열어보자."

라고 되네어 본게 몇 번째일까. 아이들을 찾기 위한 단서를 수색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까진 좋았지만, 어쩌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비밀을 적어놓은 쪽지라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좋은 생각인데?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몰래 주고받던 쪽지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어. 분명 이 하급 마법책들 사이에 쪽지가 숨어있을 거야. 아까 보니까 너 싸움 좀 하는 모양이던데, 하급 마법책들을 사냥해서 남학생들의 쪽지를 찾아줄 수 있겠니?"

"싸움에 자신있는건 아니지만...이 근처의 하급 마법책 정도라면 문제 없을거야. 쪽지는 얻는대로 열어보면 되겠지?"

"쪽지를 열어보면 쓸모없는 정보도 있을 거고 쓸모있는 정보도 있을거야. 쪽지를 얻을 때마다 열어서 하나씩 내용을 확인해봐야 해!"

그때 쿠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대로 책들을 사냥하기 시작한지도 30분째다. 외부인들에 대한 일종의 방어 시스템이라더니, 확실히 새로 배운 마법을 동원해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네...이제 공격하는 책들은 거의 다 제압한 것 같은데, 그동안 읽어본 쪽지의 내용들은 이랬다.

'눈부셔... 교감선생님 머리 완전 눈부셔...'

'승부다, 파이니! 내 날개가 더 빠르다는 것을 증명해주마. 오후에 한 판 붙자.'

'아무래도 옆반의 트레시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이놈의 인기란...'

'얼레리꼴레리. 도시는 여자애들이랑 손잡았대요.'

'에포니, 오후 수업 땡땡이 치지 않을래? 같이 놀러가자.'

'이 쪽지를 받는 사람은 멍청이다! 무한 반사.'

'네가 더 멍청이다! 무지개 반사.'

무한 반사와 무지개 반사라. 마법사 입문서에서 배웠던 매직 가드나 매직 아머의 변형 마법일까? 학생때부터 이런 수준 높은 마법을 배운다면, 엘리니아에서 만나봤던 요정들이 마법에 능통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책좀 빌려달라고 하면...안 빌려주시겠지? 일이 마무리 된다면 스승님도 찾아뵐 겸, 엘리니아 마법 도서관에서 방어 마법 관련 서적들을 찾아봐야지.

...가 아니라 실종된 아이들에 대한 단서를 찾아봐야 하잖아! 의미 있는 정보를 단번에 찾을 수 있을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종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러고 있기에는 한시가 급한데...이 방법이 맞는걸까?

아, 또 쪽지다.

'우리의 비밀스러운 물건은 책장 밑에 잘 챙겨놨음. 혹시라도 교감선생님께 들키면 절대 안 됨.'

교감선생님이라...확실히 깐깐해보이는 분이셨다. 기숙사 수색 허락을 받고서도 어찌나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시던지. 그렇지만 외부인인 나와 쿠디를 그렇게 경계하시는만큼 사실은 학생들을 소중히 여기시는 분일텐데. 스승님 역시도 그런 분이기에 쿠디를 찾아달라고 내게 부탁하신거겠지. 이곳 사정을 아직 말씀드리진 못했지만 아셨다면 분명 도우라고 하셨을거다.

그나저나 책장 밑, 비밀스러운 물건...? 이건 단서가 될 것 같다. 쿠디와 상의해보자. 쪽지를 건네주면 되겠지.


"이 쪽지 한번 볼래? 비밀스러운 물건이라 적혀있으니까, 단서가 될지도 몰라."


"쪽지에서 유용한 내용을 찾은거야? 비밀스러운 물건이라...그게 과연 뭘까? 우리가 직접 찾아보는 편이 좋겠어. 쪽지에 적힌 대로라면 기숙사 어딘가에 숨겨져 있지 않을까? 남학생들의 기숙사는 2층의 양 끝에 있다고 들었어. 그곳을 조사해서 무엇이 나오는지 봐줘."

"알았어. 조사해보고 어디로 가면 될까?"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하긴, 아까부터 책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는걸 보니 싸움에는 영 소질이 없어보인다. 굳이 따라왔다 다치게 하는것보단 혼자 갔다오는게 낫겠지. 혼자 있다 책에게 공격받아도 큰일이니 최대한 빨리 조사해보고 오자.


여기가 남학생 기숙사인가. 나는 메이플 월드를 혼자 여행하며 마법공부를 했지만, 학원에서 같이 생활하며 공부한다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까 살펴본 쪽지의 내용들 중에도 엘리넬 학생들의 일상이 녹아있는게 있어서 괜히 미소짓게 됐었지. 땡땡이라니, 요정 남자아이들은 다 성격이 윙 같은걸까?

쪽지에서 책장 밑이라 했었지. 조사를 계속해보자 어쩐지 수상한 기운을 폴폴 풍기는 곳이 보인다. 이곳이 비밀의 공간이겠지. 뒤져보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극 대본을 발견했다. 조금만 읽어볼까?

...? 다른 페이지를 읽어보자.

들은 얘기가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검은 마법사를 봉인했다던 영웅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학생들이 쓴거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휘랑 감정표현이 풍부하네. 엘리넬은 외부와 차단되어 생활하는 것 같던데, 이런 바깥 세상 이야기에도 관심이 있었던걸까? 아이들이 왜 이런 대본을...일단은 가져가서 쿠디와 함께 이야기해보자.

"기숙사 책장 밑에서 연극 대본을 하나 찾았어. 쪽지에 적혀있던 '비밀스러운 물건'이 이거 아닐까?"

"대본을 발견했다고? 어디 한 번 읽어볼까? ...이건 검은 마법사를 봉인한 메이플 월드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잖아? 대사들이 어쩐지 조금씩 격양되어있긴 하지만...왜 이런 대본을 요정 아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걸까?

"나도 그게 궁금해. 펜시에게 엘리넬은 인간과 섞이기를 거부한 요정들의 집단이라 들었는데...일단 조사를 계속해보자. 다음은 어디를 보면 좋을까?"

"다음은 3층을 조사해보자! 위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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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라 할 수 있을지 애매하지만 모법 시점 엘리넬 2층퀘에 살만 덧붙여 봤읍니다. 허접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늘어난다면 메챈문학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질까 싶어 손을 보태봄. 많이많이 도전들 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