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안으로 들어가시죠. 비가 점점 심해집니다."


"곧 들어가지. 고맙네."




오늘따라 비가 멈추지 않고 온다.


카인. 너와 마지막으로 만난 그날도, 이렇게 비가 왔지.


잠시 생각을 해보면, 닥터가 날 살려낸 그 날도 비가 많이 왔던 것 같아.



내 기억 속 가장 깊은, 닥터가 채 지우지 못한 그 기억의 파편 속 넌


붉은 그 눈을 반짝이며 전투에 임했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춘 나를 향해 쏜 화살은 정확했어.


화살은 나를 향해 순식간에 날아와 꽂혔다. 반응할 겨를도 없이..


이미 내가 많이 다쳐있었고 굳이 피할 생각도 없었지만


넌 정말 훌륭했다.


화살이 몸에 꽂히고, 내 몸이 뒤로 쏠리면서


세상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어.


레프군 들에 의해 우리들의 고향이 모두 불에 타 없어질 때에도


드라카즈에 의해 네가 모든 기억을 잃게 되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 했을 때에도


그런 네가 정말 충실한 살인 기계가 되어버렸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


그날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난... 네가 꽤...




"보스. 당신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연구에 차질이 생깁니다. 어서 들어오시죠"


".... 그러지.."


"..... 보스. 일전에 당신에 제게 말했던, 강해지기 위해 기억을 지워달라는 부탁은.. 여전합니까?"


"........ 물론이지. 과거는.. 약점에 불과해.."




말이 끝나자마자 닥터의 손 주위로 모여드는 밝은 빛의 무언가들.


시야가 점점 흐릿해진다.


과거는.. 내게 약점일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서는...


과거는 잊어야만 한다...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오직 그것뿐이다..


그러나... 넌.....


살아라, 카인. 오직 네 의지대로.




점점 흐릿해져 가는 의식을 억지로 깨울 생각은 없다.


블랙 노바의 마지막 생존자..


어둠의 추격자....


카인......


내.... 사랑하는....... 동ㅅ...............


---------------------------------------------------------------------------------------------------------

카인이 그냥 너무 좋아서 본캐로 한 메린이인데 카인 관련해서는 2차 창작이 적더라고요...

예전에 사촌동생들 돌보던 누나의 마음으로 똥글 한번 써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