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적 아랫마을에 소 세마리를 키우는 농부가 살았어요. 농부는 매일매일 소들을 데리고 일을 했는데, 세마리는 각자 일하는 양이 달랐답니다.

첫번째 소는 흰 소였어요. 이 소는 일을 대충대충 하고 게으름을 피웠죠.

두번째 소는 검은 소였어요. 이 소는 나름 성실하게 일을 했지만, 그래도 가끔은 빈둥거렸답니다.

마지막 소는 붉은 소였어요. 이 소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쉬는 법도 없었어요.


어느 날은 한 여행객이 이 농부의 집에 묵게 되었어요. 이 여행객은 농부의 소들이 각자 다른 색을 가진 것에 신기해하며 물었답니다.


"저 소들은 원래부터 색이 달랐습니까?"


"아니오, 저 소들은 원래 다 흰 소였다오. 그러다 두 놈이 꺼멓게 되더니, 저 마지막 놈은 갑자기 불그스름하게 되었소."


"아니, 어찌 그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낸들 알겠소? 저들이 알아서 변한 것을."


여행객은 그 사실을 의문스러워하다 다음날 소들이 지내는 모습을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해가 밝자, 농부를 따라 소들이 사는 축사에 갔답니다. 그런데 세상에, 농부가 모든 소들에게 터무니없이 적은 여물을 주는 게 아니겠어요? 당황한 여행객은 농부에게 물었어요.


"아니, 그렇게 조금 먹여서 소들이 일을 제대로 합니까?"


"걱정 마쇼, 어차피 대부분의 일은 저 붉은 놈이 한다오. 그리고, 일하다가도 중간중간 먹을 것도 주고 물도 주고 하니 괜찮소."


여행객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계속 구경하기로 했어요. 농부는 한참 일을 시키는가 싶더니, 흰 소가 빈둥대자 여물을 조금 주었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검은 소가 지친듯이 주저앉자 흰 소에게 준 것보다 적은 여물을 먹여주었어요. 그렇게 일을 하던 중 붉은 소가 쓰러졌답니다. 그런데 농부는 붉은 소에게 여물을 주기는커녕 채찍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붉은 소는 비틀대면서도 일어나 다시 일을 시작했죠.


놀란 여행객은 그 자리에서 그만 도망쳐나왔어요. 그리고 그 마을의 이야기에 대한 교훈이 담긴 글을 지었답니다. 그것이 바로 매번 들어가도 뚫고 익히는 기쁨이 없다는, 매입불숙돌희 이야기의 유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