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데미안.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계절이 흘러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왔어. 풀 한포기 자라지 않던 너의 쉼터에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구나. 어릴 적 너의 꿈은 어머니와 함께 이곳 리프레에서 작은 정원을 가꾸는 일이었지. 이 꽃들을 너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따스한 기운이 온 메이플 월드를 포근하게 감싸는 와중에도, 내 마음은 너를 잃은 그 차가운 겨울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구나. 검은 마법사와의 싸움이 끝난 직후에는 복수의 대상도, 너도 없는 이 세상에 어떤 의미를 두고 살아가야 할까 잠시 방황도 했었어. 이 모든 비극이 어쩌면 검은 마법사를 따르던 시절 손에 묻힌 피에 대한 업보일지도 모르는데, 이제는 속죄할 대상조차 남지 않았더구나.
그렇게 방황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위해 이 세상을 더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마스테마, 기억하지? 내 부관 말이야. 그녀가 말해주더구나. 앞으로는 나를 위해 살아가라고. 그 말을 들으니 가장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 네가 해준 말이 떠올랐어. 모든 길은 내 마음 속에 있다고 했지?
나는 또 다시 전장에 서려 한다. 메이플 월드에는 다시 봄이 찾아왔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세계를 위협하고 있어. 언젠가는 어머니와 너와의 추억이 담긴 이곳까지 위협할지도 모르지. 더 이상 그 누구도 내 가족의 추억을 짓밟게 두지 않겠다. 꼴사납게 한번 지기는 했지만, 네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결코 포기하지는 않겠어. 그게 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형이 되는 길일테니까.
말이 너무 길었네. 이제 그만 가볼게. 언젠가 다시 웃으며 마주할 날을 꿈꿔보마. 사랑하는 내 동생,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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