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가운 그리움에게


안녕, 웃음이 어울리는 여제님? 오늘은 문득 당신이 보고파져서, 이렇게 편지를 써. 오늘은 달이 정말 밝고 예쁘거든.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나. 그날의 달빛도 이랬었지. 그때 나는 호기심이 넘치는 괴도였고, 당신은 날 만나보고 싶은 여제였어. 하지만 그날 우리가 본 서로는 그게 아니었지. 우린 그저, 바보처럼 서로에게 반해버린 소년과 소녀였어.


당신의 많은 부분들을, 심지어 사소한 몸짓들도 나는 여전히 기억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고개를 갸웃하던 것도,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던 습관도. 그때의 그 밤에 먼 곳을 바라보면서 짓던 표정도 말이야. 그만큼 당신은 내게 깊게 들어와서 크게 자리잡았어.


있지, 가끔 궁금해져. 당신이 내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을지, 그리고 만약 하고 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지. 왜냐면 난 보다시피 이렇게 아직도 당신 생각을 하거든. 특히나 오늘처럼 달이 아름다운 날에는, 당신 생각이 물밀듯 솟구쳐올라서 주체할 수 없을 때도 많아.


아리아. 몇 번을 되뇌어도 참 예쁜 울림을 가진 이름이야. 신기하지, 정작 당신 앞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불러준 적이 없었는데. 이럴 줄 알았더라면,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될 거였다면 그냥 불러줄 걸 그랬다 싶어.


당신을 잃고 참 많은 후회를 했어. 멍청하지, 어차피 후회한다고 당신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런데 어쩔 수가 없더라. 사람이라는 게 다 그런가봐. 잃고 나니까, 돌이킬 수가 없어지니까 그 자리가 너무 크더라고.


물론 당신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슬퍼하길 바라지는 않았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당신의 마음속 나는 항상 자신있고 당당했으면 좋겠는걸.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는 평범한 꼬마 남자애가 들어있나봐, 그것도 순수하게 당신을 사랑하는 애 말이지.


달이 밝은 밤이면, 늘 당신이 생각나. 특히 오늘같이 시끌벅적한 밤이면 말이지. 이 자리에 당신도 있었다면 좋았을 거야. 도도한 엘프 여왕님, 전투라면 빠지지 않는 듬직한 녀석, 여전히 의견차는 있지만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샌님, 그리고 프리드를 쏙 빼닮은 꼬맹이와 한때 모두를 위해 스스로를 놓았던 친구까지. 당신이 이 사이에서도 잘 어울렸을 거라고 생각해. 물론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지나긴 했지만.


주책없이 괜히 서글퍼지네. 이만 줄일게. 당신을 닮은 이 달빛이 이런 내 편지를 당신에게 전달해주길 바라.

사랑하는 나의 아리아, 잘 지내. 언젠가 다시 만나러 갈 테니까.


당신에게는 그저 사랑한 사람으로 남고픈, 괴도 팬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