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서기 20XX년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온난화와 기상이변이 겹치고

식량난과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인류는 서서히 병들어갔다.

 

80억을 넘나들던 인구는 10억까지 줄어들었고

국가 시스템의 유지가 점점 힘들어지자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거대기업 연합체가

각국 정부와 UN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기업연합체는 인류문명을 되살리기 위해

인구증가가 필연적임을 직감했다.

 

사망율은 이미 수십년전 출산율을 추월해서

그 격차를 10배 수준까지 따돌려놓았다.

 

기업연합체의 지구 부흥 시나리오는 간단했다.

강력한 오염 저감정책을 실행하여

전 세계 도처에 산적해 있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전 인류 공공의 이익을 취하는

극단적인 통제정책 아래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동안 지구의 자원을 불살라가며

내우주 진출과 강인공지능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기에

그런 과감한 선택이 가능했던 것이다.

 

 

기업연합체는 출산율 증가를 위해 임신과 출산을 거의 강제하다 싶이 하였다

혼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사회적인 지위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혜택을 누릴 수 없도록 일종의 낙인을 찍어버렸다.

 

그리고 임신사실이 확인되면 곧바로 오염되어 진창인 지구를 떠나

지구 궤도상에 있는 대규모 콜로니로 이주하는 혜택을 부여했다.

 

콜로니는 깨끗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낙원과도 같은 곳이었기에 서민들은 꿈도 꿀 수 없었으나

임신이라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증명만 있으면 곧바로 꿈을 이룰 수 있었기에

이 정책이 시행되고나서부터 출산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내 이름은 한희정.

 

콜로니에 살게 된지 7달이 되었다.

지구에서의 삶은 어렵고 억척스러웠지만

우연한 기회로 꽃피운 사랑의 결실 덕에 콜로니로 이주해와 행복한 삶을 시작했다.

 

남편이 된 사람은 일 때문에 지구에 머물고 홀로 살고 있지만

뱃 속 아기의 태동이 그런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오늘은 월요일, 산부인과에 가는 날이다.

출산 예정일까지 두달이 남았기에 조심스레 배를 움켜쥐고

개인 셔틀을 불러 산부인과에 갔다.

 

"태아는 자리를 잘 잡고 있고, 태동하는 빈도나 심장 박동도 정상적이에요"

"불편하신건 없죠? 산모도 이대로 건강을 잘 유지만 하면 됩니다, 수납하시고 영양제 받아가세요"

 

산부인과 의사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진료를 마쳤다

셔틀에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태동을 느끼면서 콜로니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집에 들어와 불을 켜자 횡 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따뜻한 인공태양 빛에 나른해졌는지 졸음이 몰려와

소파에 몸을 뉘이고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