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정확히 그거다.

내가 그것에게 물었던 질문 내용이 바로 그거였다.

'그것'은, '그녀'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했지만.


"보자마자 알아차리지 못한 겁니까? 역시 인간의 두뇌 연산능력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휴먼."


그것은 도수 있는 안경 너머로 눈동자, 아니, 카메라 조리개를 빛내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내 물음에 대한 답 따위는 추호도 해주지 않았다.


"사람이 묻는데 로봇이 말대꾸."

"로봇인권법은 정확히 16년 5개월 전에 통과되었습니다, 인간. 제가 갓 출고되었던 때, 당신은 모친의 젖을 에너지원으로 삼을 때 이야기지요."


그것의 금속으로 된 얼굴은 그렇게 딱딱하게 대답하고 나서, 약간의 뜸을 들인다.

이럴 때마다 직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다음에 그것이 보여줄 표정은,


"그렇지만 훨씬 고기능의 전자두뇌를 탑재한 제가 대답을 선물해 드림으로써, 인간의 무지를 덜어주는 것. 그 역시 동료 시민으로서의 의무겠지요."


웃음이었다. 비웃음과 호감이 섞인,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산뜻한 기계의 웃음.


"안경을 쓰는 이유는…, 똑똑해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또 놀림거리를 만들었구나 싶어서 속으로 아차 했다.


"뭘 그렇게 쳐다봅니까, 인간? 이렇게 상세하게 답변드렸는데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 따뜻한 미소를 다시 한 번 보여준 뒤, 설명을 계속했다.


"그래픽 처리에는 많은 연산능력이 들어갑니다. 그건 당신 같은 생체 시민도 마찬가지지요. 광량에 따라 조리개를 제어하고, 피사체에 따라 초점거리를 조정하고,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수차나 배경사물의 흐릿함은 전자두뇌에서 따로 보정합니다. 이 보정 과정은 간단한 알고리즘이 아니랍니다. 머리 좋은 저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기계가 잠시 말을 쉬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 정도 설명은 이해했는지 관찰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다초점 기능이 있는 안경을 씁니다. 이 간단한 광학기구만으로도 시각처리에 들어가는 자원을 크게 아끼고, 발열도 많이 줄일 수 있답니다. 그래요. 제가 당신보다 똑똑한 이유의 일부는 바로 이 안경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기다림 끝에 입을 열었다.


"너, 봤잖아."


"무엇을 말입니까, 인간?"


나는 단어를 신중히 고른 뒤, 다음 말을 계속했다.


"내가 안경녀 히로인 나오는 야한 게임 하는 거."


"그,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인간……."


그녀가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그렇게 연산능력이 좋은 전자두뇌를 갖고 있다고 자랑했으면서.


"네가 모르고 있는…, 아니, 모르는 척 하면서 말 안 한 사실이 하나 있다는 거지."


나는 씩 웃으면서 해야 할 말을 했다.


"안경을 쓰면 예뻐 보인다고."


그리고 여기서, 마지막으로 쐐기를 하나 더 박으면 될 테지.


"지금의 너처럼."


나는 그 때, 금속으로 된 차가워 보이는 그녀의 얼굴도 불에 달군 쇠처럼 새빨개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게 말 그대로 달아올라 과열된 거였다는, 그래서 기능이 멈춰버린 그녀를 등에 업고 낑낑대며 정비소를 찾아야 했다는 뒷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