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시 채널

그런데 말이죠. 우리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칠관족이 탄생한 후의 어느 날, 아카산무이와 만나 톤환(오키나와식 돼지고기 덮밥) 한 그릇을 비우던 틴간이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급히 입안의 음식을 마저 씹어 삼키곤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물론 지금 국내에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던지라, 그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카산무이는 잠시 식사를 멈추고 틴간을 향해 눈을 느리게 깜빡이는 것으로 반문을 대신하였다.


아. 군대요, 군대!


이어진 그의 대답에 아카산무이의 입에서 헛바람 섞인 긴 탄식이 흘렀다.

이내 두통이 밀려오는 듯 잠시 미간을 좁히던 그는 어떻게든 평정을 되찾으려 노력하며 틴간에게 말했다.


밥 먹을 때 일 이야기 하는 거 아니다.


그 말을 들은 틴간 역시 킬킬거리면서도 동의를 표하였고, 두 사람은 다시 조용한 식사를 시작하였다.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무력을 담당하는 집단인 군대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은 비단 타국을 공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부터 자국을 방위하여 백성의 삶을 평안케 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군대가 부재한 국가의 운명은 자연히 풍전등화와 다를 것이 없게 된다.

헌데 하필 지금의 카니무이가 딱 그 꼴이었다.

만일 이대로 외적의 침공이라도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끝장인지라, 국군의 통수권자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식사를 끝내자마자 국왕인 타키누시에게 달려가 이에 대해 의논하였다.

허나 길었던 논의의 과정이 무색하게도 정작 실제로 창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일단 기존의 부족들 내에도 군대는 존재했었기에 비록 당장은 그들이  모두 해산된 상황일지라도 최소한 재징병은 가능했던 덕이다.

게다가 치안 유지를 위해 일종의 자경단에 몸담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자원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까다로운 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육군 700명에 수군 500명을 모을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은 우선 군적만을 등록했을 뿐 실제로 입대하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아직 이들을 수용하고 양성하는 데 필요한 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존하는 몇몇 병영 등에 대해서도 차라리 철거하고 통일된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기 때문에, 졸지에 이러한 공사들까지 총관해야 할 처지에 놓인 아카산무이와 틴간은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