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소년 채널

픽션입니다 아마 



평일 오전 어느 날, 나는 외출을 했다.


오랜만의 고가철도. 그 안에는 남자 중학생 한 명이 있었다.


중학생이 왜 이 시간에? 늦잠을 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맞은편 좌석에 앉은 남중생에 대해 점점 의식하게 되었다.


짙은 곤색, 반팔 카라셔츠의 생활복의 옷차림. 그것에 더해 그의 얼굴, 헤어, 키, 스타일, 운동화. 모든 것이 귀여웠다. 가방에는 인형뽑기에서 얻은 듯한 키링을 달고 있었는데, 거기까지 사랑스러웠다. 그의 성격을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늦잠을 잤으니 조금은 덜렁거리는 면도 있을 것 같다. 그걸 포함해서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머리를 마구 문지르는 동작, 입에 손을 대고 하품을 하는 동작, 졸려서 꾸벅꾸벅하는 모습.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내 안의 그는 '귀여운 학생'에서 점점 '성적인 존재'로 변해갔다. 그는 너무 야하고 음란하고 외설적이었다.


그 소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미래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이성과 결혼해서 자손을 번창시키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그 소년은 단지 나를 흥분시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말을 이 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할 수는 없다. 이 아이도 사람이다. 소년에게도 가족이나 친구가 있을 것이고, 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나는 경멸의 시선을 받게 될 것일 뿐더러 이 사회로부터 격리당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머릿속 세상에 있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배덕감이 이 상상을 더욱 발전시켰다.


나는 소년을 걱정했다. 그는 자신의 매력을 알고는 있을까. 애초에 자신이 사람의 성욕을 자극하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이나 하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이토록 활발한 매력을 가지고 밖을 돌아다녀도 괜찮은 걸까. 이 소년의 존재 자체가 공연음란죄에 저촉되지 않을까.






작아지고 싶다.


6센티미터 정도로 작아져서 이 아이의 반려동물로 키워지고 싶다. 그 키링처럼 나를 귀여워해 주었으면 좋겠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쳐주었으면 좋겠다. 무방비 상태인 나를 향해 '귀여워'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아이, 귀여워.', '크큭, 귀엽네.', '너 귀엽다.' 등 나의 사소한 행동이나 몸짓, 말투에 대해 다양한 '귀엽다.'를 쏟아부어 주었으면 좋겠다.


'형'이라고 불려지고 싶다. '야,' 라고도 불려지고 싶다. 

또는 '○○아' 라며 이름으로도 불려지고 싶다.

'야, 벌레''라며 멸칭으로도 불려지고 싶다. 


외출할 때는 나를 어깨에 올려주었으면 좋겠다. 가슴 주머니 안도 좋다. 머리 위에 올라타서 빌딩만한 그의 크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걷다가 잠시 앉아 쉴 때는 신발 속에 넣어주었으면 좋겠다.


내 상상은 멈추지 않았다.


앉을 때는 무릎 위에 올려놓았으면 좋겠다. 좁쌀 크기로 잘게 부순 쿠키를 손톱 사이에 두고 아~ 하고 먹어줬으면 좋겠다. 장난감 집 안에 나를 집어넣고 집 전체를 들어올려 괴물놀이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왕 괴물놀이를 할 거면 내 크기에 맞는 미니어처 도시까지 만들어서 '크앙!'을 외치며 도시를 점점 파괴해 나갔으면 좋겠다.


함께 목욕을 하고 싶다. 나를 손 위에 올려놓고 공중목욕탕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탈의실을 기웃거리는 나를 향해 "저 애가 더 귀엽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라고 혼내 줬으면 좋겠다.


괴롭혀지는 것도 좋다.


케이지에 가둬지고 싶다. 입안에서 사탕처럼 굴려지고 싶다. 

겨드랑이 속에 들어가고 싶다. 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부드러운 겨드랑이털에 문질러지고 싶다. 음경에 올려지고 싶다. 오줌 싸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가능하면 '이런 거 좋아하잖아?'라고 말하면서 싸줬으면 좋겠다. 

트렁크 팬티 속에 넣어줬으면 좋겠다. 스패츠 안에 넣어줬으면 좋겠다. 자위 도구로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더욱 학대받고 싶다.


일생이 끝날 때까지 평생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싶다. 악어새처럼 입안에 있는 이물질을 입으로 청소하고 싶다. 천천히 소년없인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싶다. 소년이 싫증나버리면 내 인생도 그대로 끝난다는 것을 깨닫고 시키지 않아도 봉사하고 싶다.


여자친구도 있으려나.


중학생 커플의 공통 애완동물로 키워지고 싶다. 크기가 다른 발을 번갈아가며 핥고 싶다. 소녀에게 호모인 데다가 학대받으면 흥분한다며 변태 취급받고 경멸당하고 싶다. 소년은 웃으며 '왜, 귀엽잖아' 라고 날 옹호해줬으면 좋겠다.

음경과 크기를 비교당하고 싶다. '주인님의 음경의 크기보다 작은 소인입니다'를 크게 말하도록 강제되어지고 싶다. 성행위를 침대 헤드 위에 올려진 채로 내려다보고 싶다. 진동에 아래로 떨어질까 무서워하면서도 자위행위는 참을 수 없게 되어지고 싶다. 결국 침대 위로 떨어져서 그대로 휘말리고 싶다.



전철에 앉은 소년은 신발을 살짝 벗었다. 흰 양말을 입은 발을 벗은 신발 위에 올려둔다.

내 상상에서는 소년의 신발 속에 내가 있다. 나는 신발 속에서 양말에 깔리지 않으려고 신발 앞쪽으로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가방에서 작은 텀블러를 꺼냈다. 새끼손가락을 세우며 물병의 내용물을 꿀꺽꿀꺽 마신다.

내 상상에서는 소년의 새끼손가락 끝에 내가 있다. 나는 새끼손가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을 동동 구르며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30초만 더 버티면 풀어줄게'라는 식으로 나를 학대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새끼손가락 위에서 필사적으로 살려고 애쓰는 내 존재를 모르고 있는 걸까. 어느 쪽이든 나의 성욕을 자극한다.



내 안의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나는 이미 그의 육안으로 포착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졌다. 그의 새끼손가락 끝에는 도시가 번성하고 있고, 고운 모래알 같은 집과 건물이 무수히 세워져 있다. 나는 그 작디 작은 도시 안에서 살고 있다.


새끼손가락뿐만 아니라 소년의 모든 부위에서 도시가 번성하고 있다. 수억의 축소된 인간들이 소년의 몸에 기생하며 문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내 안의 세계가 소년이라는 존재 자체가 되었다. 그 세계는 소년이었고, 소년은 그 세계였다.







기차가 다음 역에 도착했고, 내 쪽의 문이 열렸다.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을 지나갔다.


아직 어린, 소년의 냄새가 났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몇 달 동안 집에 있던 나는 오랜만에 사람의 실체를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나는 아무도 없는 차량 안에서 그 소년의 여운에 빠져 있었다.


이제 평생 다시는 그 소년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는 지금 어딘가 다른 누군가의 세계가 되어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