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1의 분해 장면

AR-15 분해 장면

좋은 무기란 것은 본래 단순하고 누구나 쓰기 쉽게 만들어며 신뢰성이 뛰어난 물건이란 것은 이미 제 2차 세계 대전을 통해 충분히 증명되었다. 물론 현대 전장에서 무기는 단순히 쏘면 나간다는 단순한 법칙 그 이상을 해야 한다고 보는 나이긴 하지만, G11은 "그 이상"을 하기 위해 무기의 기본을 져버렸고, 그 이상이라 하는 것도 스타워즈에 나오는 입자 가속 블래스터가 된 것도 아닌 주제에 지나치게 비싸고 복잡하며 기존과 너무 상이한 그냥 화약총이 되었다. 오죽 했으면 G11의 별명중 하나가 속사 뻐꾸기 시계였겠는가? 실제로 AK 계열 소총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 분해해야 나오는 부품의 수와 G11의 노리쇠 부품의 수가 똑같았을 정도이다. 이정도인데, 과연 실전에서 저걸 처음 쥐고 훈련을 받아도 쉽게 분해 재조립을 할 수 있는 병사가 있기는 할까? (참고로 똑같이 M-14 소총도 복잡하다고 베트남 전쟁에서 악평이 높았다.)

거기에 무탄피탄의 장약은 기존의 탄피식 탄약 보다 파손에 취약해서 이리저리 험하게 굴러야 하는 전쟁과는 맞지 않는다. 과열 문제야 둔감 장약으로 잡았다 쳐도 외부 환경에 비교적 약할 수 밖에 없고, 폐쇄식 구조는 단기적 신뢰성은 좋을 지 몰라도 장기적 신뢰성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똑같이 단기적 신뢰성에 치중한 M-16 소총이 이라크전에서 드러낸 문제중 하나가 바로 장기적으로 내부에 침투하는 먼지에 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의미 없이 "카탈로그 스펙 최고!"만을 외치며 밀어부친 결과 기존과 너무나 다르고 비싸고 비효율적인 실전에선 최악이 될 무기가 나온 것이다. 이런 총이 실제로 냉전 종식 이전에 나왔다 해도 다른 명총을 충분히 쓰고 있던 타국군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