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이 챈을 조금만 둘러봐도 국내 밀덕후들이 흔히 한국군 "똥별"들을 비판할 때 들고 나오는 논리인 "똥별들은 탱크랑 포만 있으면 전쟁 이기는 줄 안다"는 식의 논리를 조금만 찾아봐도 많이 볼 수 있다. 본 글을 시작 하기에 앞서 이 글을 쓰는 본인은 본래 각종 항공 병기 및 기갑 차량 등의 전투 장비로 밀덕에 입문 해서 총기 및 장구류 등지에 대한 지식이 비교적 적은 관계로 조금 걸러서 보는게 맞겠지만 본 유저의 견해로는 실제로 맞는 부분도 많지만 틀린 부분도 다소 있다.

본론

일단, 이 말이 비판하는 논리는 크게 몇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1. 보병 장구 등한시

일단 이 많은 밀덕들이 이 논리를 들이대면 대체로 이쪽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로 보인다. 보통 이 말의 근거는 보통 아프간전 & 이라크전으로 "현대전 전장에서 장구류의 발달로 병사들의 목숨을 구한 사례가 많은데 한국은 여기에 관심 자체가 없다!" 라는 논리다. 이들은 현대전이라 하는 전투들, 즉 이라크 및 아프간전 등지에서 나타난 양상이 한국에도 나타날 것을 강변하며 "우리도 살려면 장구류 선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라는 식의 주장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전면전에서 장구류의 발달이 병사들의 생존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지 않고, 한반도에선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면전의 형태로 일어날 가능성이 그나마 가장 큰 것은 명백히 사실이다. 거기에 북한이 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전력인 포 화력을 버려가면서 까지 억지로 게릴라전의 형태로 끌고 간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반도는 애시당초 100년도 더 전에 남한 대토벌 작전에서 보여지듯 게릴라전을 펼치기 힘든 곳이다. 한반도의 토양은 베트남 처럼 돌과 흙의 중간 정도의 성질에 비가 오면 단단해지는 석회 토양이라 복잡한 장비 없이 쉽게 땅굴을 팔 수 있는 거도 아니고 지형도 아프간이나 이오지마 처럼 외지인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 하다시피 한 수준인 것도 아니며 주변도 온통 동,서해와 압록강으로 가로막혀있어 쉽게 오갈 육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적으로도 단일민족 중앙 집권 체제인 한반도에서 이라크와 아프간전의 악몽을 되살리는 일은 없을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실 밀덕들의 흔한 "수십억을 들여서 포와 전투기, 전투함을 살 돈은 있으면서 최신형 장구류 살 돈은 없다고 징징이냐?" 라는 말도 엄밀히 말하자면 어폐가 있다. 4안 야투경 GNVG-18 같은 각종 최신예 액세서리들은 겉으로 보기엔 고가의 최첨단 중장비들과 비교하면 저렴해 보이지만 작은 크기에 비해 들어가는 기술력의 장벽은 매우 높아 가격은 비싼 데 비해 늘어나는 화력은 크지 않아 효율이 떨어진다. 즉, 보병 장구류의 중요도가 전쟁의 다양성으로 인해 한국에도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 의미는 단순히 지나치게 낙후된 한국군 장구류의 현대화 개선 (2차 대전 때나 쓰던 물통을 현재 신품으로 교체중인 것 처럼)이 필요하다는 의미지, 무턱대고 4안 야투경 등 운용 교리가 전혀 다른 소수 정예 서방 군대와 완벽히 동등한 수준의 최첨단 장구류 적용을 통한 전면전 교리 탈피 요구는 옳지 못한 말이다. 차라리 현 정규 부대는 지나치게 노후화된 장구류 교체 및 개선, 차량/기계화, 드론 및 무인 전력 강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고 특전사등 소규모로 다니며 장구류의 질이 중요한 쪽의 장구류 수준을 서방과 동등한 수준으로 맞추는게 더 말이 된다.

2. 비육군 군종 홀대

사실상 알파이자 오메가. 소위 "육방부"와도 직결되는 문제로 모든 것을 육군에만 쏟아붇는 작태를 비판하는 데에도 이 말이 쓰이는 거로도 보인다. (탱크랑 포는 주로 육군에서 쓰니까.) 일단 이것도 슬프지만 일부는 맞는 이야기다. 일단 그 특성상 한국군 중에서 가장 인력 규모도 크고 그에 따른 예산도 많이 들어가는게 육군이다. 게다가 이건 다른 나라 군대라고 근본적으로 완벽히 다른 거도 아니니까. (F-22, B-2 같은 걸 굴려대는 미군 조차 예산은 육군이 제일 많이 차지하고 그 영국군이랑 자위대도 육상 전력에 돈을 가장 많이 투자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미군처럼 육, 해, 공, 해병이 (한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엇비슷한 높이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육군이 나머지를 죄다 압도적으로 찍어 누르고 육군 출신 인사들이 수뇌부를 장악해 육군에만 주요 보직과 예산을 잔뜩 몰아넣는 행동을 반복한 탓에 육군은 배가 불러 F-35 도입 반대 문건에서 볼 수 있듯, 점점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만 늘리며 타 군을 뻐꾸기가 다른 새의 새끼와 알을 대하는 것 처럼 밀어낼 생각만 하고 있고 스스로 발전하고 자정하려는 행동 또한 게을러지는, 전형적인 정치 군인의 행보를 유달리 강하게 보이고 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전장의 신은 포병이다. 병사들에게 수십, 수백발의 포탄을 지속적으로 퍼부으며 떨쳐 낼 수 없는 죽음의 공포를 선사하는 데엔 포병 만한 것이 없다. 특히 한반도 처럼 산악 지형이 지천에 널려있거나, 적국이 방공망이 조밀하고 단단해 뚫기 힘든 경우 포병이 우군의 든든한 화력 지원 수단이 되어준다. 그러나, 여기엔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바로 공군제공권의 존재다. 육군이 힘겹게 땅에서 기어다니며 잘 해봐야 수 km 정도만 볼 때, 공군은 맨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수백 km 밖의 거리의 높은 하늘에서 그 누구 보다도 빠르게 날아가 먼저 보고 먼저 쏴서 먼저 죽인다. 제 아무리 강력한 육군도 막강한 공군력 앞에선 전혀 쓸모가 없다. 전략 목표 타격 및 정찰, 아군을 보호하는 제공권 장악을 통해 전쟁의 흐름을 바꿔버릴 수 있는 전략 공군이야 말로 글자 그대로 진정한 전쟁의 신이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의 뒤엔 순위권의 공군력을 자랑하는 중국러시아가 도사리고 있다. 한국군 내에서 최대 파벌인 독사파 영향으로 지상전의 패왕이라며 찬양하는 서독 조차도 영국에 버금가는 공군력을 자랑했다.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자주국방을 지향하는 한국군에 있어서 전쟁의 핵심인 공군력을 주한/주일 미군에게 크게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자주국방의 의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행동이다.

3. 전투 병과 편애

사실 이쪽이야 말로 가장 심각한 문제다. 예나 지금이나 전투를 위해선 정찰,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보급을 등한시한 군대의 말로가 어떤지는 2차 대전의 추축군, 우러전의 러시아군, 현대의 북한군이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국방부와 군은 바이퍼, 수리온과 구동계만 공유하는 국산 완전 공격헬기등 가성비 높은 다른 대체제 까지도 모조리 퇴짜를 놓으며 거부하고 걸프전 종전 이래로 오로지 아파치 헬기만을 내놓으라고 닦달할 때 지원차량들은 IMF를 핑계로 주구장창 구석에 처박아두고는 K-1A1의 생산양은 IMF 이후 슬그머니 늘려 놓았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2024년이 되어서야 트럭등 지원 차량을 대대적으로 현대화 한다는 중형표준차 전력화 계획을 들고 나온 것은 명백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혹자는 "미군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하지만 이는 미군이 들으면 "우리가 당신들 물자나 뒷바라지 해주려고 있는 줄 아냐?" 라며 노발대발 할 소리다. 물론 동맹국으로써 물자를 공유하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다른 제 1세계 군대들도 미군만큼 원활한 보급을 할 수 없어 미군과 동행하며 물자를 공유받기는 한다. 그러나, 한국군은 정도가 너무 심해 미군을 마치 보급 전용부대 마냥 보고있는 방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한국군이 경제력이 크게 부족해 전투 전력만 겨우 갖추고 방어전만을 상정하던 시대도 아니고, 이젠 세계에서 순위권 안에 들어가는 전력과 경제력을 가진 선진국이다. 그런 나라가 가난한 시절의 거지 근성을 못 버리고 보급을 미군에만 기대고 있는 것은 상기한 사례 처럼 자국에 대한 방위를 책임지지 않는 명백한 직무유기 행위이자 자주국방을 실행할 의지에 대한 의문점을 부르는 주요 원인이다. 미군의 막강한 전투력은 단순히 무기의 성능이 아니라 우수한 보급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미군의 보급 능력을 완벽히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전투보다 중요한 것이 보급이고, 총이 100정이 있어도 총알이 1발 밖에 없는 사람은 총이 1정만 있어도 총알이 100발 넘게 있는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론

현재 한국군의 위상이 낮고 장병들도 자주 무시 당하며 장성들이 허구헌날 똥별 소리 들으며 비난받는 데에는 근거가 있는 법이다. 설사 그 중에서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다고 해도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에 근거 없는 비판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