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suddenly in a new era that is the opposite of globalisation, where statecraft and security concerns trump free markets and economics"

오늘자 FT기사. 이제 과거와 같은 평화배당금 (peace dividend)을 만끽할 수 없을 것이라는 보도다.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벌어진 전면전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경험하면서 이제 재정투입의 최우선 요소가 안보부문이 될 것임을 우울하게 예견하고 있다. 교육과 복지 비용을 대폭 포기할 수 밖에 없음을 한탄하는 에스토니아 총리의 말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있다.

탈냉전. 30년 조금 넘긴 평화의 시대는 이제 저무는 것일까? 어쩌면 2차대전 이후 전후질서위에서 조심조심 버텨왔던 70여년간은 유사이래 기이하다 할만큼 평온했던 평화배당금의 시대 아니었을까? 그나마 냉전시대 보안을 책임져왔던 큰 시큐리티 회사 미국이 철수하니  이제 다들 자경단을 만들어야 하는 신세랄까? 그렇다면 냉전보다 더 위험한 정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다시 누군가 세계화의 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역설이랄까? 아침 출근길. 3조원 플러스 알파에 달하는 현대로템의 K2-PL 전차 180대 폴란드 수출 계약 가능성 소식을 들으며 왔다. 노르웨이에도 K2 전차 1조 6천억원어치 물량을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연초 한화 디펜스의 천궁2 UAE 수출 (4조) 를 포함, 한국의 방산 수출 추세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중동은 이란의 부상, 그리고 유럽시장은 러시아의 침공 때문이다. 러시아의 위협을 온 몸으로 느끼는 폴란드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늘 안보의 위협속에 평화배당금과는 제법 거리가 멀어보였던 우리가 방산수출 호조로 일부 기회를 얻는 장면을 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럼에도 안정적 질서 위의 자유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이 우리에겐 훨씬 큰데... 지금이야 말로 resilience라는 단어가 절실한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