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채널에서 군사와 다른 주제를 구분하는 것에 대한 얘기.

해당 사항이 '군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아니면 순수하게 '군사'만을 다루고 있는지를 국장 혼자서 명명백백히 나누기엔 정말 힘듦. '군사'라는 주제 또한 십진법처럼 0과 1로 딱 나눠지는 게 아니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관심주제들을 집대성할 수 있는 공론장이 형성되는 대상이기에, 큰 주제가 군사에 맞춰져 있으면 다른 부수적인 것들인즉, 외교, 정치, 안보, 국제정세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끼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군수품이나 총기류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AK-47, M16, 파지법, 탄약의 규격, 반동, 파괴력, 총기수입 등을 갖고 얘기를 할 때 칼라시니코프가 어떤 사람인지를 덧붙일 수도 있다. 또 전략 병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핵무기, 항공모함의 핵추친체, 최첨단 조기경보기, 신의 지팡이 등을 갖고 얘기할 때 미국이 왜 신의 지팡이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는지 덧붙일 수 있다. 또 아니면 나처럼 군사력을 동원한 국제 정세나 그와 관련된 군의 역사 등에 관심이 있는 자들은 우리나라와 여러 나라들과의 관계 속에서 '군사'를 얘기하겠지. 이때 청나라, 제정 러시아, 일제가 등장한 제국주의 팽창기에서부터 현대의 인도-태평양 전략 등까지 논의를 확대시킬 수도 있고 말이다. 각자의 관심은 천차만별인데, 그럼에도 이들 담론은 기본적으로 '군사'에 수렴되기 때문에 '군사'에 끼어들어 온 다른 이야기들을 분명하게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칼로 물을 가를지언정, 벨 수는 없듯 말이다. 바로 이것이 사관학교에서 배우는 군사학의 기본이다. 그래서 나무위키에 군사학을 검색했을 때 서술되는 항목을 복사해서 붙이면,


"군사학(軍事學/military science)은 군사에 관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전술, 전쟁사, 무기학, 군사행정, 군법 등 군사와 관련된 여러 분야를 다룬다. 초창기에는 병력 운용 등 전술적인 측면의 기초적인 학문이었지만 심리학이나 경제학 등이 발전하면서 학문간 연계가 이뤄지고 전쟁의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고도의 실용적인 학문으로 발전한다. 군사학이 중요한 것은 전쟁이 나면 당장 써먹어야 하는 학문이란 것이다. 경영학이나 의학과 비슷하다."라고 기술돼 있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썼다. 어쨌든.


여기서부터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나는 병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 다른 것들을 다 빼고 오로지 병기에 관한 사항만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자들이 나타나는데, 이런 생각은 군사를 논하는 데 있어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허용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올곧이 병기에 관한 사항이 아닌 것들을 얘기하고, 또 심지어 '군사'에 정치, 안보 등의 담론을 엮어 얘기하는 자들 또한 군사를 논하는 데 있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허용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문제는 이러한 자들이 충돌했을 때지. 국장이 솔로몬이 되지 않는 한, 이 둘의 충돌을 양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해결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전자에 해당하는 자가 '너는 다른 생각을 피력할 거 없이, 혹은 다른 생각을 최대한 지양해서 군사를 논해라. 이런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군사를 빙자해서 정치적 담론을 퍼뜨리려는 심모원려로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굉장히 비생산적이다.'라고 한다든지, 후자에 해당하는 자가 '너가 말하는 총기류라는 미시적이고도 유일한 소주제가 군사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걸 지양하라고 하다니, 무슨 권리를 갖고 그렇게 얘기하는 거냐? 오히려 너가 더 비생산적이다.'라고 반문한다면 서로 '군사'를 풀어내는 방법론에 대해서 싸우는 꼴이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논쟁도 결국엔 '군사'에 수렴된다. 담론이라는 새끼가 원래 이런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현대 사회학계에서도 굉장히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위대한 선대 사회학자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국장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지 않겠냐? 동시에 이 채널뿐 아니라 현대 한국사회의 다른 층위들에서도 '담론에 대한 논의'로 굉장히 말이 많다.


그러나, 임시처방이지만 이러한 '구분'에 대한 우리의 무력함이 완전히 전제된 상황은 아님. 행정학계에서, 드로어가 만든 '최적모형'을 대입시키면 조금 편한데, 한 번 대입시켜 보는 거다. 채널 내에서 '정치적인 글, 혹은 군사를 가정한 정치질 유발 글들에 대한 제재'가 국장이 세운 세로운 정책이라고 할 때, 내가 서두에서 언급한 것을 감안한다면, 모두가 납득할 만한 최선의 대안을 이끌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러니 최적대안이 선택되거나, 아니면 채널 참여자들에게, 국장이 만든 정책에 대해서 연역적 규범이 인지됐을 거라는 주술적 사고가 지닌 빈틈, 즉 질적 측면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점을 드는 거다. 드로어는 사이먼과 마치가 합리모형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때 이점을 들어 비판했는데, 그때 대안으로 들고 나온 게 '최적모형'이었다. 국장이 어떤 정책을 실시할 때, 정치와 군사의 엄격한 구분은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는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고 출발하는 거지. 이후 국장이 의사결정할 때 '직관적 판단'을 끌어오게 하는 거다. 행정학계에서는 이걸 '초합리성'라고 하는데, 물론 이건 좀 위험한 방법이긴 하다. '직관적 판단'이라는 게 원래 굉장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 판단에 따라 어떤 글이 삭제되고, 또 어떤 사람이 차단됐을 때 온전히 객관적이다, 혹은 정의롭다고 단언할 수 없고, 바로 그 때문에 부당한 처우를 받게 될 상황이 일어나지 말란 법 또한 없게 되는 거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누군가를 선출해서 관리를 맡긴다는 건 어느 정도 다짐과 각오가 필요한 거다. 동시에 아무나 관리자로 등용해서도 안 되는 거고 말이다. 일단 드로어의 모형을 빌려 와서, 국장은 다음의 네 가지를 원칙으로 삼고 자신의 '직관적 판단'에 의한 제재를 가하면 어떨까 함.


1. 직관적 판단을 하되, 채널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담론의 배제는 나 혼자 공정히 할 수 있다는 믿음. 2. 차단과 삭제라는 양적인 행위를 하기에 앞서, 이 새끼가 '여기서는 어디까지나 '군사'를 논해야 한다'는 규범에 얼마나 잘 따르고 있는지에 대한 질적 고려. 3. 환류, 즉 제재 이후 채널 참여자들의 사후 평가나 요구에 대한 관대함. 4. 군사가 아닌 다른 노림수가 분명하다 생각되는 글이 지닌 무가치함의 내적 정의와 그런 글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현실 문제의 내적 처리를 염두에 두겠다는 다짐.*(드로어 모형을 빌려와서 내 식으로 표현함)


아 물론, 누가 봐도 이 새끼는 완전 정치 분탕을 일삼으려는 새끼라고 여겨질 때는 뇌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배제하면 되니 이런 논의를 할 필요가 아예 없지. 그러나 이 논의는 이런 새끼들이 아니라, 상식적이고도 일반적인 채널 참여자들을 생각하면서 얘기한 거다. 어쩌다 얘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양해를 바람.


* 표절 의혹을 막기 위한 네 가지 원칙의 본래 문헌 표기

1. 초합리성을 고려하되, 양적가치를 '최대한' 섭렵할 것.

2. 초합리적 요소에는 직관, 창의력 등이 포함.

3. 상위정책결정 7단계 중 1) 가치의 처리, 2) 현실의 처리, 3) 문제의 처리를 차용.

4. 정책 집행 이후 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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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 정책학원론, 대명출판사, 1997년.

남기범 - 현대 정책학개론, 조명문화사,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