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전 당시 아직 총각으로 서울에서 공무원하고 계셨음.


2. 견고한 무쇠덩어리들이 밀고 내려오는데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에 낚이셔서 피난 안가고 남아계심. 사실 진짜 안심해도 되는 상황이라도 전시에 공무원이 자리 뜰 수 없긴 하지.


3. 상황 파악되실 때 쯤에 이미 한강 철교 날라감. 서울 점령됨. 오도가도 못하심. 그리고 의용군 징집되심(...)


4. 사실 남하하는 거 자체는 크게 힘드신 거 없었다고 하심. 물론 서울에서 경남까지 도보로 가는 게 개고생이긴 하셨지만.


5. 그리고 운명의 낙동강 전선(...). 뭐 지금 기억나시는 건 폭격인지 포격 맞아 무너진 참호에서 겨우 파내서 빠져나오신 거. 총이야 그냥 막대고 마구 쏘신 거고. 그나마 정말 운좋으신 게 돌격은 어찌어찌 안하셨다고 함.


6. 그리고 대망의 인천상륙작전이 터지자 일대 인민군들 난리남. 뒤통수에 그 많은 연합군이 밀려오는데 그야말로 멘붕 그 자체였다고 하심. 그냥 앞뒤 안재고 무조건 태백산맥 타고 튀려고 했다고 하심.


7. 여기서 외조부님이 간보시길, 지금 이놈들 그냥 좀 물러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38선 위로 넘어갈 거 같은데 이러면 전쟁이 어찌되든 고향으로는 아예 못돌아갈 거 같다는 감이 오셨다고 함. 그래서 당시 지휘하던 소좌(직책은 기억안나심. 강제로 군대 끌고온 놈에게 관심도 없으셨겠지만)에게 나는 몸이 약해서 도저히 먼길 못가겠소. 나는 어디 숨어있다가 빨치산으로 들어가겠소.


8. 허락안해주면 너랑 나랑 여기서 같이 죽는 거고. 라며 총 겨누고 딜을 거심. 솔직히 좀 말도 안되는 어거지긴 한데 당시 지휘하던 소좌놈 입장에선 1초라도 빨리 튀어야 그나마 살까말까한 판국인데 여기서 의용군 하나 붙잡고 동무 사상이 불손 어쩌고 저쩌고하면 그럴 여유도 없고 그냥 여기서 죽기도 하니까 그냥 에라 모르겠다 동무 알아서 하라우 하고 그냥 가버린 게 아닐까 싶음.


9. 어쨌든 그렇게 혼자 남으셨다가 근처 민가 가서 의용군 도망 나왔는데 좀 도와주시라 하셨고 마침 그집 주인도 아들이 의용군 끌려갔던 터라 먹을 거 입을 거 내주고 국군 올라오는 거 보고 인민군에서 도망친 사람이라고 인증도 해주심. 용케 그때까지 공무원증 숨겨두고 계서서 그걸로 반공포로 인증하시고 거제도 생활 시작.


10. 사병 포로라서 이학구 총좌 같이 고위 인물들은 못봤다고 하셨고 그냥 반공포로들 틈에 섞여다니느라 바쁘셨다고 함. 반공포로 일행에서 떨어지면? 나 여기서 이런 거 쓸 일 없어지는 거지(...). 진짜 자고 일어나니까 옆사람 찔려죽어있던 것도 보셨다고.


11. 어쨌든 반공포로 석방으로 고향에 돌아오시고 반공이긴 해도 의용군 경력 때문에 공무원 복귀 못하시긴 했지만 그럭저럭 직장 생활하시며 지금까지 살아계심.



국무위원장 동지. 내레 혁명가문 출신이야요. 이제까지 돼지라고 한 거 다 화전양면전략이었시요. 앞으로도 가열차게 돼지라고 해서 남조선 괴뢰들을 속이갔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