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간이 존나게 남아돌아서 이럴 때 장기 여행이나 하자 싶어 떠남. 뜬금없게도 과거 군복무 시절이 자꾸 생각나고 마침 지하철 1호선이 연천까지 뚫린 김에 찾아감. 사실 태풍전망대에서 복무는 안하고 그 밑에 어디어디에서 했는데 내가 높으신 분도 아닌데 부대 방문할 수도 없는 일이니 대충 그 언저리 밖에 뭐 있나. 


마찬가지로 외출 외박 나와서 주로 싸돌아다니던 곳도 전곡인데 거기서 택시타면 훨씬 비쌈.(필승사 살아있나)


택시 타니까 기사님이 두루미 보러 가냐고 물어봄. 내가 옛날 생각나서 간다고 하니까 깜짝 놀래심. 하긴 부대쪽으로 오줌도 안싼다하는데 거길 찾아간다고 하니까. 나도 그러긴 했는데 나이 먹으니 센티해지더라.



가면서 느낀건데 진짜 바뀐 게 없음. 해봐야 병력들 장구류나 동네에 태양광 모듈 깔린 거 정도.

두루미는 라떼는 없었는데 그 이후로 서식지역 됐는지 관측시설까지 만들어놓음. 사진 가운데 흰점이 두루미.


고라니야 역시나 넘쳐나고.


들어가기 전에 검문소에서 신분증 맡기고 운전하는 기사님은 이것 저것 적어서 내심. 원래 이 뒤로 내가 근무하던 초소 하나 있었는데 없어짐.




왔는데 다른데는 시간이 안흘렀다면 여긴 더 빠꾸한 느낌. 왠지..... 폐허 느낌도 난다? 물론 병력들이 관리는 하는데 간부 안보임(...) 옛날엔 병력이고 민간인이고 꽤 사람 있었고 높으신 분들도 자주 오고 했음. 라떼는 유엔군 사령관도 먼발치에서 봄.


이게 28사단이 내년에 없어진다 어쩐다 하니까 관리가 안되서 그런가싶기도 하고. 저기서 만난 50일 말년 용사랑 얘기 좀 해봤는데그때는 말 못했는데 50일이 올 거 같냐 PX도 없다고 함! 라떼 여기 피엑스에서 막 뭐 사고 그래서 오랫만에 피엑스 냉동 하나 먹을까 했는데. 진짜 문닫으려고 이러나? 


6.25 전쟁 당시 베티, 닉키, 테시, 노리 고지 등 격전지를 말하며 조국 수호 의지를 담은 비석. 


사실 28사단은 전후 창설되었다(...)



대충 한미유엔연합군의 희생을 기억한다는 탑. 한자 좀 쓰지 맙시다. 거 우리 조국을 침략한 놈들 문자 아니요.




베티고지에서 활약한 소년전차병 기념비. 옛날엔 이런 거 없었다.




베티고지 육탄용사 기념탑.




법당과 성모상 같은 종교 시설물이 보인다.아주 크게


마량산 전투 기념 호주군 참전비.


관람 들어가기 전에 따로 신상명세 적고까진 아니지만 보는 건 자유되 북한땅 사진 찍는 건 안된대서 안찍음. 애들이 따라다니며 통제하는 건 아니었지만 괜히 그런 거 찓어서 올렸다가 누가 절대시계 타려고 신고하고 여러사람 고생하게.

어차피 날씨도 흐려서 잘 안보이긴 함. 그리고 전망대 망원경도 옛날에 그거냐;;;


사진 못찍었는데 실향민분들 제사 모시는 단도 있는데 라떼 여기 지나 저 안쪽까지 오셔서 산 뒤만 돌아가면 고향 보일 거 같은데 어떻게 안되겠냐고 하시던 어르신 생각나시네. 이제는 뭐...... 못오시겠지.


여기 들어가면 관람석 크게 있고 관람창도 크게 보임. 앞에 지형 축소판 있어서 지형 설명도 듣는데 마침 내 앞에 초급 간부들 교육? 받으러 들어가서 그냥 나옴. 어차피 미세먼지 때문에 하나도 안보이더라.


입구에 임진강에 떠내려온 시체가 달고 있던 거 전시한 게 있는데 AK, PPSH 계열 화기, 복장, 장구류에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인민군 14.5mm 탄두와 아군 대응 사격시 RAP 추진체 탄 거(?) 전시해 놓음.


야 근데 이거는 사진 찍어도 상관 없는 거잖아. 왜 못찍게 하는데.


내려오면서 보니까 예전에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초소가 들어서 있었음. 여기가 예전 내가 있던 초소 이전한 건가 싶은데......



하긴 관람객 올라갈 때마다 새끼들이 차붙잡고 아저씨 담배 한갑만 사다주세요 아줌마 과자 좀 사다주세요 이 지랄하니까 저기로 쫒아냈지. 피엑스도 그래서 없앴나. 


아니 나는 사복 입은 사단작전과장인 줄은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