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오타쿠들은 3D보다 2D를, 사진보다 작화를, 현실보다 허상을.

어느 민간인보다 만화 속 세상을 존경하고 여자보다 여캐에게 호감을 주는 존재, 오타쿠.

그저 현실보다 만화를 보는 이들은, 일반인에게 그리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한다.

그도 그럴게 대개 오타쿠들의 이미지는 이런 게 태반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단절된 부적응자. 뚱뚱하고, 안경 끼고, 여드름 우수수 난 모습으로 모습을 연상시키지. 

만화에선 이들을 미화시켜 좋게 비춰주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차피 오타쿠 이전에 이런 인간은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로 꺼리고, 싫지만은

·····무시하지 못한다. 나도 그런 류 거든.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화를 좋아하고 빠져든 나의 모습을 보고는

‘나의 외형을 멋대로 표절해, 안여돼라는 터무니없는 신조어를 양산한 게 아닐까!’ 하고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내가

참으로 낯뜨겁다. 오이오이~



여기는 유명 만화가들을 대거 배출해 전세계에 한국 만화 시장을 진출시킨 유명 대기업, 『마나방고』. 이 거대 기업에서 만화 편집부에 입사한지 어언 3년차에 접어드는 청년 편집자, 오탁후 씨. 그는 자신이 꿈꾸던 대기업에 운좋게 입사하여 두근대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자신도 만화를 좋아하는, 일명 ‘오타쿠’로서의 삶을 걸어왔기에 더울 좋게 다가왔죠.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크나큰 걸림돌이 있었으니


“어라, 탁후씨. 이 여자 캐릭터 좋아하나 봐. 바탕화면에 띄어놓고 있는 걸 보면?”

“네?! 아닙니다, 부편집장님;! 요번에 도맡을 신입 만화가에 장르를 파악하려고 찾아보다가;;”

“난 또 회사내에서 딴 짓거릴 한 줄 알았네. 내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내 연애 금지, 또 ‘덕후질’ 금지라는 건 알지? 회사를 문란하게 만드는 주범이니까. 아무튼 자네도 명심해둬.  얼른 부탁한 서류, 빨리 작성해서 보내주게. 알겠나?”

“네····. (옆에 있는 사람은 놔두고, 왜 나만)


실은 회사내에서 그를 보는 시선들이 썩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만화를 다루는 회사와 달리 오타쿠를 꺼려하는, 정확히는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의 준말)』를 연상시키는 폐인같은 인간을 배척하는 경향이 좀 있어, 그중에 주인공 오탁후 씨는 전형적인 안·여·돼· 이 3절음에 딱 들어맞는 닝겐이기에, 동료 직원들도 겉으론 표현은 안하지만 피하는 편이었죠. 특히 그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바로 옆자리에 멀끔한 동료 사원도 같은 오탁후, 아니 자신보다 심한 ‘씹덕’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캐릭터 상품 쭈욱 진열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죠. 쟨 되고 넌 안되는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뼈저리게 느껴야만 하는 회사에 지쳐, 사람 만나는 것도 피하는 쪽으로 기울어 가는, 일명 『은둔형 폐인』이 될까 의심스럽네요.


“(언젠가 생활 자금 넉넉하게 모아서, 월급쟁이에서 해방되어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테야) 그럴려면 이번엔 꼭 좋은 소식이 들려와야 할텐데····.”


이런 핍박받는 근무 환경에서도 우직히 견디며 연명하던 그에겐,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원대한 꿈이 있었으니


“(이번에야말로 꼭 신입상을 재치고 인기 만화가로 데뷔하겠어! 간바레!)”


그것은 바로 편집자를 그만두고 만화가로 전직하는 것.
그가 편집부에 입사하기 이전에 마나방고에 원고를 보내던 풋내기 만화가 지망생으로 있었으나, 허다하고 매번 낙방만 하던 탓에 노파심에 회사 입사를 지원했는데 운좋게 붙어버린 것이었죠. 물론 돈많이 주는 회사에 취직한 것 까진 좋았으나, 정작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고, 정직원이 되는 바람에 원고를 자주 보내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이름을 바꿔가며 보낸 원고가 우편으로 돌아온 건 차가워진 종이 원고와 담당자의 코멘트 한 줄.


『타 작가의 작화에서 받은 영향이 크게 나타납니다. 다음번엔 자기만의 개성으로 투고해 주십시오』


무려 고등학교 때부터 보냈다니. 이정도면 포기할만도 한데 오히려 이런 쪽으로 낙관적인 우리의 주인공. 물론 연출과 작화는 나름 준수한 편이지만 못 박히게 보는 그 한단어, ‘표절’! 맞습니다. 그에겐 창의성이 부족했죠. 따라 묘사하는 건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던 그는 오히려 도리어 그 때문에 발목잡히는 원인이 됐죠. 안타깝게도 그는 이런 부분에서 자각이 없는지 이번엔 큰 맘 먹고 다른 회사로 확인차 직접 방문 투고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들려온 건 같은 어드바이스. 또 작렬히 빡꾸당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입구에 나오던 그때!


팍!


“ㅇ? 뭐지? 뭔가 발에 걸렸는데···· 음? (덥썩) 이건 서류 봉투?”


떡하니 떨어져 있던 누군가 실수로 버리고 간 것 같은 서류 봉투안에는, 빽빽히 적힌 글형식의 콘티와 일러스트. 아마도 원작가로 투고하려던 걸로 보이는데···. 응? 잠만 그거 왜 가져가?
내용물을 확인하자 이성을 잃은 듯 즉시 가방에다 쑤셔 넣더니 곧장 집으로 도착. 그 후 아까 투고 용지들을 주욱 늘어놓곤
“진정하자. 나는 그저 누군가에게 차인 히로인을 보는 거와 같이, 현상황은 그저 주인공만 다른 거뿐이야. 나라면 그녀를 공략할 수 있어— (중얼중얼)” 거리는데 해석해보자면

『스토리 0도 떠오르지 않았던 참인데, 마침 버리고 간 원고를 GET! 분명 일부러 버린 것일테니···· 참고만 해주겠어, 으흐흐~ (씨익)

맙소사. 하다하다 남이 버린 원고마저 베끼려드는 주인공. 아무리 스토리가 고팠어도 표절만은 안ㄷ—— 하고 몇달이 지나 끝내 고대로 완성시켜버린 답없는 돼지쉑ㄲ— 그리고 투고하기 전날 밤. 떨리는 맘으로 잠을 이루게 되는데.


“우와. 내가 정말 열심히 그렸나 봐. 내가 그린 주인공이 나라니. 스고이!”


하렘 액션 완소남 주인공. 그가 투고할 만화속에 주인공으로, 지금 그는 꿈속에서 그 캐릭터가 되어있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네다씹 꿈이라 하겠지만 탁후 같은 오타쿠들은 몇달의 한번씩 일어나는 기적으로써, 여캐들을 만나 하앍하앍 할수있— 어쨌든 그만큼 기분좋은 꿈이었고, 간만에 그는 꿈속에서 못해본 짓들을 합니다. 액션, 히로인과 꽁냥꽁냥, 또 액션, 적, 한방. 일례적인 소년만화물의 정석대로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 책상에 놓인 봉투를 급히 들고 나가 등기로 보내 끝끝내 몇년만에 드디어 통과 소식을 듣게됩니다. 그는 하늘에 ‘얏따아~!’를 외치면 기분에 고취되어선 곧 그는 신상이 미공개인 신인 작가로 데뷔하는데, 차차 편집자를 관둘 준비를 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응모작이 실린 책을 부랴부랴 집으로 사갔고 와서 펼치게 되고, 고대하던 순간. 자신이 그린(표절한)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되는데!


“어디보자~ 음음~ (펄럭) ·····어라? 이거 내 눈이 잘못된거지? 그럴리가 없잖아, 상식적으로 다가! (부비부비) 다시!”

“······에에엨?!!!? 뭐야!? 내가 그린 게 아닌데!??”


분명 실려있어야 할 자신의 작품이 제목만 그대로 갖다붙인 채로 내용물은 완전 딴판이었던 것이 아닌가. 패닉 상태가 된 탁후의 머릿속에선 예전엔 불가능했을 스토리를 생산해내는데 우선 사측에 실수와 음모론을 시작으로.


“설마 내가 서류를 잘못 보냈나? 아니지, 그럼 소식 통보가 올리가 없잖아. 그럼 보낸 원고가 뒤바꿨나? 아니지, 매번 검토하고 확인했는데 그럴리가!”

“역시 출판 쪽에서 문제가 생긴 거겠지! 그럼 문의를 해봐야 하는데, 내 목소리를 알면 어쩌지? 관련부서가 달라도 그래도 만에 하나····. 으아악, 이게 어떻게 된거야! 아니 그보다!”

“이거 왜이리 재밌는 건데! 내 거(←아님)보다 완전 잘 만들었잖아, 이 작품! 내 원작보다 훨씬! (←아니라고) 근데···· 이 내용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펄럭펄럭) 음? 작가 코멘트? 내가 이런 걸 쓴적이 있던가?”


그리고 코멘트를 한번에 읽어내려 간다, 그런데.


제 첫 작품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이 영광을 누리기 이전에 절 이 자리에 서있게 해주신 편집자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실수로 잃어버린 제 원고를 찾아 읽어주시고, 이렇게 작품을 내주시다니, 뜻밖에 일이었습니다.


“??? 잃어버린 거? (!!!) 잠만,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혹시 제 만화, 꿈에서 본 적이 있으시죠? 그도 그럴게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셨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겠지요. 그때 주인공이 되셨을 때 어떠셨나요? 첫 만화와 비슷하지 않나요ㅎㅎ


잠만, 그러고보니····· 어디서 본 것 같던데 이 내용·····(!) 내가 꿈에서 꿨던 거하고 똑—!


자료 보고 계실 편집자님께 따로 드릴 말씀이 있어, 용기내어 자택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꼭 읽어주시길^^

편지라니? 우편함에 그런 건—(!) 엥!? 언제 내 책상 위에 편지가?!


놀랍게도 갔고 온 적도 없던 하얀 편지가 그의 책상 위에 하나, 툭 올려져 있었다.
꼭 누군가가 마법이라도 써서 올려둔 건지, 도둑이 든 건지
이때 그는 그런 것까지 돌아볼 이성이 남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꺼낸 편지지엔 이렇게 써져 있었다.


『오탁후씨. 남의 작품을 멋대로 표절하고, 그대로 보내려 하신 그 얄팍한 용지는 찢어버렸습니다』
『함부로 남의 창작물을 베끼시다니, 그 죗값으로 이 조항들을 철저히 지키셔야 할 겁니다』

『첫째, 앞으로 만화 전개, 즉 꿈속에서 벌이신 짓들을 앞으로 계속하셔야 됩니다』
『둘째, 단, 이야기를 이상하게 흐리시지 말 것. 주인공답게 행동하십시오』
『셋째, 그렇게 저지르신 행적들을 토대로 완성된 작품을 편지와 함께 보내게 될겁니다』
『그게 그 달의 피드백 & 평가입니다. 꼭 숙지하십시오. 그러시는 편이 좋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만일 이 조항들을 하나라도 무시하거나, 불충족시』
『당신 인생은 거기서 끝입니다』


편집자로서, 풋내기 표절 만화가로서 그에게 일어난 크나큰 난제.
저작권 침해에 응징해, 꿈속 프라이버시마저 침범해오는 누군가.
내가 꾼 꿈들이 전부 만화로 그려진다고?!
그럼 직접 연재 안해도 되서 개이ㄷ···· 이 아니라 진행은 내가 하잖아!
맘에 안 들면 그댜로 OUT이라니···· 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야?!?!
낮에는 현실속 안여돼 주인공으로서,
밤에는 만화속 훈남 하렘 주인공으로서 대활약!

한번의 잘못으로 인생이 바뀌어버린 주인공은
정체불명의 익명 작가의 지시에 따라
과연 독자들로부터 만족시켜 무사히 완결시킬수 있을 것인가!
또 이 계기로 낙오된 자신을 어떠한 정신적 성장을 이뤄낼 것인지!

이상으로 『평범한 안여돼 오타쿠 씨가 주인공인 만화는 안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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