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의 아침은 이르다. 그의 아내 되는 드래곤이 깨기 전에 아침을 준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잠에서 깨어 주방으로 온 그녀는, 사내에게 아침인사 겸 키스를 건넨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아침 준비를 돕는 대신,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질문을 건넨다.

"여보- 혹시 내 무기고 건드린 적 있어?"

어제 밤늦게 째그락거리던 소리의 정체가 저것이었구나. 사내는 약간의 불안을 안고 답한다.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소유 또한 사랑하는 탓이다.

"응? 한 5년쯤 전에 대대적으로 청소할 때가 마지막이었어. 무슨 일이야?"

부부가 함께 대청소를 하던 때의 일이다. 이것저것 건드려 보며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인지, 아내의 자랑을 한참이나 들으며 작업한 탓에 시간이 두 배는 걸렸었다. 모아둔 보물의 3분의 1쯤 자랑한 뒤에는 드래곤의 피로도 못 견디리만치 기운이 빠져 적당적당히 정리만 했을 정도였으니, 그녀의 재보를 알 만 하다.

"혹시 낡은 검 본 적 없나 해서. 아마 날이 이렇-게 굽고, 칼날에 무늬가 있고 손잡이에 금박과 이런저런 장식이 있었을 건데."

구운 베이컨을 접시에 옮겨놓고 잠시 생각을 해 보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음...모르겠네, 그런데 그 검은 왜?"

"왜, 이번에 박물관이 개관한다잖아. 그래서 보기 괜찮고 썩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한 자루쯤 기증하려고 하는데, 보이지를 않네. 그게 400년쯤 전에 무슨 왕자한테서 빼앗은 거였는데."

사백 년이라! 용과 피를 섞어 그녀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그지만, 그녀의 시간이란 참으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녀가 앞으로 사백 년을(그리고 그 전의 기나긴 시간을) 살았듯이, 그와 그녀는 함께 앞으로의 사백 년을 살아가리라고, 그 시간이란 분명 행복하고 충만할 것이라고, 그는 잠시 생각했다.

"400년 전이면, 우리 30년쯤 전에 이사할 때 잊어버린 거 아니야?"

아마 그렇지는 않을테다. 둘이 살기에 마음에 차지 않는다며 둥지를 옮길 적에, 그녀가 자신의 모든 재보를 목록에 적어 옮기기 전후로 두 번 세 번 확인하던 모습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러자, 그녀는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다리에 제 꼬리를 얽는다.

"제일 소중한 보물이 여기에 있는데, 티끌처럼 사소한 물건 하나쯤이야 내줄 수 있지 않겠어?"

오, 지금 몸을 겹치면 아침이 다 식어버릴텐데. 침실로 끌려들어가면서, 사내는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