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못 참고 달리는 2화! 제정신 아닐 때 쓴 글이라 시험 끝나고 다듬어 볼 예정이니, 퀄이 조금 부족해 보여도 양해 부탁.

소재 : https://arca.live/b/monmusu/103744058

1화 : https://arca.live/b/monmusu/103968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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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비록 누추한 곳이지만, 가혹한 추위를 대신하여 당신을 품어줄 온기는 있답니다. 부디 편하게 있다가 가시지요."

"... 응."

'신기한 향기가 나... 낯설지만, 싫지는 않아.'



매를 닮은 소녀는 얼떨결에, 노인의 초대를 받아 카페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나무로 된 문이 열리며 가장 먼저 소녀를 반기는 것은, 카페 안을 가득 채운 그윽한 향기와 따스한 온기.

볶은 커피콩의 구수한 향기와 목재 가구들에서 풍겨오는 정겨운 나무 향기, 창가에 매달린 능소화의 향기는 마치 소녀를 어루만지는 것처럼 그 주변을 아련하게 맴돈다.

그리고 벽난로에서 흘러나오는 온기는 이 모든 향기들을 카페의 곳곳에 실어나르며, 소녀로 하여금 가혹한 눈보라와 추위를 잊게 만드는 요술을 부리고 있었다.



[딸랑–]

"천천히 둘러보시고, 원하는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워낙 작은 곳인지라,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별로 없지만..."

"... 저곳에 앉을 수 있나?"

"오, 물론이죠. 테이블을 닦아드릴테니, 잠시 기다려주시길."

'... 카페에는 이런 것들이 있는건가.'



청아한 종소리가 다시 울리며 카페의 문이 닫히고, 소녀는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멋쩍게 웃으며 카운터 앞의 테이블을 닦는 노인의 뒤로 보이는 여러 기계들, 커피콩을 식히는 중인 후라이팬이 가장 먼저 소녀의 눈에 들어온다.

큰 규모의 카페가 아니기 때문일까, 노인은 커피콩을 팬에 직접 볶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작지만 아늑한 카페의 내부는 목재 가구들과 벽난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작은 축음기, 살아있는 능소화를 이용한 인테리어 등으로 적당하게 꾸며져 있다.



"모처럼 이곳까지 오셨으니, 한 잔 하시겠습니까? 마침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커피를 내리려던 중이어서 말이죠."

"... 부족하지는 않은가? 혼자 마시려던 커피를 둘이서 마신다는 건..."

"오, 이 늙은이를 신경써주시는 겁니까? 마음은 감사하지만, 부디 걱정하지 마시길. 우연인지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업 전에 손님이 찾아오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두 명이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커피콩을 볶았답니다."

"... 그렇다면, 부탁하지."

"네, 이쪽 테이블에 앉으시면 됩니다, 매 아가씨."

"..."



소녀는 노인의 안내를 받아, 카운터 앞에 놓인 아담한 의자에 기꺼이 몸을 맡긴다.

소녀는 카페 안의 모든 것들을 조금 더 날카롭게, 하지만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팻말이 놓여져 있네... 예약석?'

"음? 아까부터 그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시는군요. 뭔가 궁금하신 게 있나요?"

"... 저거, 무슨 의미지?"

"예약석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 '예약석'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저를 찾아왔으면 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서 말이죠."

"... 어이없군, 이런 곳에 누가 올 수 있다고."



노인의 헛소리와 같은 말에, 소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영봉의 꼭대기에는 눈보라와 추위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수많은 도전자와 탐구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마력조차 얼어붙게 만드는 추위와 눈보라가 아닌, '극도로 희박한 공기.'

베테랑 셰르파인 소녀조차도, 영봉의 꼭대기에서 두 시간 이상을 머물면 호흡곤란이 찾아온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장소와 상황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니, 분명히 눈 앞의 노인이나 노인이 기다린다는 그 사람은 평범한 존재가 아닐 것이다.



"아, 그래.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다는 걸 잊었군요."

"... 뭐지?"

"이 카페는 연중무휴이지만, 오직 '해가 고개를 내밀고 있지 않을 때에만' 문을 여는 곳이랍니다. 그러니 커피가 그리워지실 때엔, 아름다운 노을이 시작될 무렵에 이곳을 찾아주세요."

"... 취향 참 독특하네. 사람들이 잘도 찾아오겠어."

"독특한 취향이라... 젊었을 적에는 그런 말을 자주 듣곤 했죠. 특히, 언젠가 저 예약석에 앉을 그 사람에게는..."



노인은 상당히 씁쓸한 미소를 짓는 듯했다.

'물어볼 것이 늘었어.' 라고, 소녀는 노인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소녀는 카페 앞에서 노인에게 처음 물어본 것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소녀의 마음 속에는, 노인을 향한 '의심'이라는 벽이 다시 쌓이고 말았다.



"어라, 어째서 낯빛이 어두워지는 건가요? 이곳에선 편히 계셔도 되는데."

"... 시끄러워. 내가 뭘 하든, 내 마음이야."

'이런 곳이니까 편하게 못 있는 거라고. 영봉의 꼭대기에서 긴장을 풀었던 얼빠진 셰르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어.'



깊은 의심이 소녀의 얼굴에 드러나자, 노인은 당황한다.

하지만 노인이 무슨 태도를 보이든지, 소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셰르파의 규율'을 지키기 위해 경계를 멈추지 않는다.

노인의 미소와 친절은 소녀가 가진 마음의 벽을 낮출 수는 있어도, 그것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수많은 선대 셰르파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셰르파의 규율'은, 설산의 가장 좋은 동반자인 소녀에게 절대적인 것이었으니까.

볶은 커피콩이 알맞게 식을 때까지, 시간은 어색하게 흘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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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 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보셔도 대단한 정보나 비밀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그저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노인일 뿐이니까요."

"... 이게 나의 의무야. 그리고, 당신은 나의 조사 대상이고."

"그렇다면, 조금 더 자세히 보셔도 괜찮답니다. 커피를 내리는 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진정시켜 주니까요."



소녀는 카운터 앞에 앉아, 노인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소녀는 분명 노인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애석하게도 소녀의 얼굴은 어딘가 뾰로통한 것이 귀여워 보였기에, 노인의 웃음만을 사고 있다.

물론, 소녀가 작정하고 핏대를 세우고 적의를 드러낸다면, 노인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사라지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녀가 그러지 않는 이유는 분명, 커피콩이 고운 가루가 될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 그라인더의 부드러운 소리가 조용한 클래식 음악과 섞여, 소녀의 모난 마음을 부드럽게 풍화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저는 이제 다 늙은 노파인지라, 그저 이 자리에 멍하니 서서 커피콩이 갈리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료함이 가시곤 하죠. 당신은 어떠신가요?"

"... 몰라. 이런 거, 처음이야."

'그나저나, 아까부터 뭐 하는 거야... 안에 들어가서 마저 이야기하자고 하더니, 물어본 것에는 대답도 안 해주고... 쓸데없이 이상한 버튼이나 누르면서 헤실거리기나 하고...'



노인에게 묻고 싶은 것은 산더미처럼 많았기에, 소녀의 입은 점점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노인의 이름, 하필 이곳에 카페를 차린 이유, 카페의 이상한 영업 시간, 노인이 기다리는 사람... 소녀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눈 앞의 노인은 설산 만큼이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소녀는 노인에게서 희미하면서도 따스한 미소밖에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소녀는 노인이 먼저 정보를 제공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것을 선택한 듯했다.



"아, 혹시 라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저희 카페의 첫 손님에게 드리는 커피로, 쓴맛이 진한 에스프레소는 맞지 않을 것 같기에."

"... 상관 없어. 마음대로 해."

'라떼...? 에스프레소? 모두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혹시 커피에 이상한 것을 넣는 건 아니겠지?'



사실, 소녀는 사람들의 앞에 서면 말이 어눌해지는 타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녀가 살아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 뿐이기 때문이다.

영봉의 꼭대기로 향하는 '등정 루트'에 발을 들인,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자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날릴 때.

온기가 사라진 자들의 유품을 관공서에 전해줄 때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식료품점에 들러 물건을 계산할 때.

이런 생활이 일상의 전부였던 소녀는 당연하게도, 말주변이 좋을 리가 없었다.

물론, 이것은 소녀의 문제가 아니다.

원래 말주변이 좋은 몬무스라고 하더라도, 소녀와 같은 생활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말주변이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야, 그의 뒤편에 있는 메뉴판에도 같은 글씨가 보여. 커피에 장난질을 하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그가 말한 것들은 무엇이지?'

"흠...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시는군요. 혹시, 라떼에 대해 모르시는 겁니까?"

"... 응."

"역시 그랬습니까. 저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군요."



노인은 다행이라는 듯, 약간의 장난기를 띤 얼굴로 소녀를 향해 조용히 웃는다.

그러나, 노인의 웃음기를 띤 말이 소녀의 얼굴을 굳어지게 만들고 말았다.



'너를 의심하지 않아? 아니, 여기서 너를 더 의심할 수 없는 것 뿐이야.'



소녀의 말은 무거움밖에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무모한 온기가 영봉의 꼭대기에서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을 막지 못할 테니까.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만큼, 두려운 것은 없어.'



소녀의 말에는 미사여구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저 길고 허울 뿐인 말을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의 마음의 벽을 더럽히고 망가트리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너처럼 능구렁이 같은 녀석 따위에게, 나의 깃털 하나라도 내어줄까보냐.'



소녀는 절대로 타인과 친해지지 않는다.

소녀가 항상 맞이하는 얼어붙은 표지판 중의 하나가, 한때 자신의 친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상상만 해도 치가 떨리니까.



'네가 가지고 있는 사정 따위, 더 이상 내 알 바가...!'



소녀는 사소한 것에 드러나게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말)'은 의문'(생각)'을 낳고, '의문(생각)'은 '호기심(마음)'을 낳으며, '호기심(마음)'은 '죽음(고통)'을 낳게 되니까.

그렇기에, 소녀는 스스로의 말과 감정에 족쇄를 채웠다.

소녀는 구태여 질문하지 않고, 타인과 거리를 두며, 항상 말해야 할 내용만 쓸데없이 무게를 잡아가며 말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알아야 할... 바가...'



하지만, 노인은 소녀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자유로운 인간 남자였다.

그는 사소한 것까지도 구태여 물었고, 자신을 경계하는 소녀에게조차 가까이 다가서며, 말하지 않아도 될 잡다한 것들을 매우 가볍게 토해내고 있다.

게다가, 노인은 눈앞의 소녀가 짊어진 족쇄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가벼운 몸으로 하늘을 누비는 소녀의 종족인 매 몬무스처럼, 그녀의 말과 감정 또한 하늘 높이 떠오를 수 있도록.

무거운 족쇄에서 풀려난 소녀의 말과 감정이 바로 이곳, '세상에서 가장 높은 카페'에 머무는 소녀의 몸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 딱 커피만 마시고, 알아내야 할 것들만 알아내면 돌아갈 거야.'



노인의 마음이 소녀에게 닿은 것인지, 소녀의 굳어진 얼굴은 금세 풀어졌다.

노인도 그것을 알아챈 것일까, 그는 소녀에게 밝은 목소리로 다시금 떠들기 시작한다.



"라떼는 말이죠... 쉽게 말해,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우유를 곁들인 커피입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는 아무 것도 곁들이지 않은 순수하고 진한 커피를 의미하죠."

"... 응, 그럼 라떼로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커피 이외에 특별히 드시고 싶은 메뉴는 있으신가요?"

"... 토스트, 적당히 구워서."

"네,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소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인은 쾌활한 대답과 함께 홀스타우로스의 우유와 토스트 전용 오븐을 꺼낸다.

노인은 소녀의 마음, 정확히는 소녀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보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한편, 소녀는 노인의 속내를 여전히 알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바랐던 따뜻한 커피와 토스트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 앞에서, 그것은 더 이상 소녀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소녀는 노인의 분주하면서도 쾌활한 움직임과 토스트가 오븐 안에서 적당히 구워지는 소리, 커피와 우유가 섞이는 향기, 카페를 한층 더 따뜻하게 만드는 온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마치 눈을 녹이듯이 마음의 벽을 천천히 허물고 있었다.

그러나 이윽고, 분주한 움직임을 멈추고 소녀를 바라보는 노인의 시선에, 소녀는 다시금 긴장한다.



"그리고... 혹시, 이야기나 고민은 있으신가요?"

"... 그건 왜?"

"저의 카페에서는 커피 값으로 돈을 받지 않습니다. 그 대신, 손님의 이야기나 고민을 받고 있죠."

"... 미안하군."



그제서야 소녀는 커피 값으로 지불할 무언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셰르파의 규율 두 번째, '설산에서의 무조건적인 호의는 베풀지도 말고, 받지도 말 것.'

소녀는 하루만에 그녀의 목숨과도 같은 규율을 두 개나 어겼다는 생각에 얼굴을 붉힌다.

다행히 노인은 커피 값으로 '이야기나 고민'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으나, 마치 공장의 부품 같은 일상을 사는 소녀에게 노인의 환심을 살 만한 이야기나 고민을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야만 했다.



"... 흥미로운 이야기는, 딱히 없어."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오늘 있었던 당신의 사소한 일상 이야기,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과거의 기억이나, 당신이 그리고 싶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당신이 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말들이 곧 제 커피의 가격이죠."

"... 무엇이든, 괜찮다고?"

"네, 어떤 이야기든 괜찮습니다. 저에 대한 사소한 질문도 괜찮고, 당신의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커피값이죠. 이곳에서는 저와 당신이 나누는 모든 대화가 소중한 것이니까, 당신이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 저의 카페가 가장 원하는 대가랍니다."



노인의 말에 안심해서일까, 소녀의 얼굴이 약간 밝아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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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우유의 향기가 섞인 따뜻한 라떼 한 잔, 시원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달콤한 슈가 파우더, 자그마한 식용 허브잎 하나가 곁들여진 토스트가 소녀의 앞에 가지런히 놓여진다.

평범한 커피와 토스트를 기대했던 소녀는 정성이 가득해보이는 눈앞의 만찬에 깜짝 놀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짙은 갈색의 커피 위에는 하얀 우유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며, 잘 구워진 토스트 위에 얹어진 아이스크림과 슈가 파우더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의 새하얀 풍경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위에 올라간 초록색 식용 허브잎은 소녀로 하여금 오늘 있었던 일.

즉, '노인과 소녀의 첫 만남'을 생각나게 했다.



"... 소피아."

"네? 방금 뭐라고..."



'날개를 펼친 매'를 닮은 듯한 그림이 그려진 라떼, '노인과 소녀의 인연'을 연상케 하는 프렌치 토스트를 내려다보며, 소녀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 내 이름, '소피아'야. 소피아 서브리미스."

"소피아... 좋은 이름이군요."

"... 당신, 이름은?"

"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 지금은 그저 '오너'라고 불러주시길."



연세가 지긋한 인간 남자 '오너'는, 베테랑 셰르파라고 불리기엔 앳된 모습을 한 매 몬무스 '소피아'를 향해, 얼굴의 주름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로 밝게 미소짓는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저 스치듯 지나쳐가는 사람에게 먼저 이름을 밝힐 필요는 없다.

모르는 사람이 이름을 부른다고 하여, 그 사람에게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으니까.

그만큼 상대에게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힌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신뢰'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담긴 행위.

오너는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을 경계하던 소피아가,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힐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신뢰한다는 생각에 기뻤을 것이리라.



"오너...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카페의 주인입니다. 저의 이름 그대로 '오너'이죠."

"... 그걸 묻는 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

"제 과거 말입니까? 그건 당장 대답해드리기 어렵겠군요. 하지만 언젠가, 알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것만 알려드리죠."

'... 어떤 것도 답을 안 해줄 것 같네. 그냥 관공서에 신고해버릴까.'



오너의 답답하기 그지없는 대답에, 소피아는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가장 높은 카페의 비공식적인 첫 손님은 설산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소피아 서브리미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설산의 최정상에는 밤하늘이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도록, 소피아와 오너의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아직, 소피아의 커피와 토스트는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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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쓰다보니 새벽글 됐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