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용사는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흠, 여기가 호스트바인가? 확실히 높으신분들이 좋아 할 법한 분위기군.”


뒷 골목 어귀에 자리잡은 어느 한 세련된 건물 한 채.


다른 건물들과 비교하면 유달리 깔끔하고 잘 정돈 되어있는 건물 한 채.


오색찬란한 네온사인을 휘감은 이 건물은, 칙칙함으로 물들어 있는 주변건물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사치와 향락 그리고 타락이라는 물감으로 말이지.


“용사여, 저 건물 주변에 가드로 보이는 험상굳은 녀석들이 포진되어 있구나.”


“흠, 대충 예닐곱 정돈 되어보이는군.”


마왕년의 말마따나, 입구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깍두기 무리들.


그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교신을 취하며, 제각각 주어진 임무에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는 고풍스럽게 치장한 VIP로 추정되는 손님들을 마중하고


일부는 달콤한 꿀에 꼬이는 파리같은 잡상인을 겁박해서 내쫒고


또한 일부는 누군가에게 뒷돈을 받고선, 반 쯤 헐벗은 아가씨들을 가게 내부로 들여보내는 등…


정말 쉴 틈 없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왠지 저 녀석들은 우릴 순순히 가게 내부로 보내주진 않을 것 같다.”


“짐이 봐도 그렇다. 손님을 가려서 받는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구나.”


파충류년의 말에 따르면, 저 호스트바는 유흥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호스트바와 격이 다르다고 한다.


오직 초청받은 일부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했으니까.


아마, 저 깍두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주변 일대를 지키고 있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일태다.


저런 가게에 방문하는 특권계층이 불편해하면 본인들에게 불똥이 튈 태니까.


“물론 그렇다고해서 못 들어갈 건 아니지. 버젓이 대문이 있지 않은가?”


“허면?”


“마음같았으면 막던 말던 정면 돌파를 감행했겠다만, 용사로서 대화를 하는게 우선이다. 물론, 말로 통하지 않는다면…”


“주먹으로 말이 통하게 만든다…이 말이로구나.”


“재대로 배웠군.”


그렇게, 용사의 마음가짐을 상기하고 호스트바로 발걸음을 향한 이 몸과 마왕년.


“이 녀석들은 뭐야? 손님…은 아닌거같고, 물장수가 보낸 녀석들인가? 그런 것 치곤 하나같이 수질이…”


입구 근처에 발을 딛자마자, 건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을 길바닥 창놈 창녀 듀오로 엮는 깍두기 녀석과 마주했다.


“어이, 깍두기. 남은 일생을 죽만 먹고 싶지 않으면 입구에서 비켜라.”


“뭐? 깍두기?”


“이 몸이 좋은 말로 해줄 때, 인상피고 비켜라. 3초의 유예시간을 주겠다.”


“이 새끼는 뭐하는 새끼야?”


“3.”


“이 미친 새…”


퍼어어어억ㅡ!


“…끄얽?”


투우우우욱…


“후우! 역시 이런 양아치녀석들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군.”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희망했으나, 결국 뜻대로 되지않아 무력을 사용 해버린 이 몸.


3초라는 역겁의 시간을 줬음에도 끝끝내 까오를 포기못한, 깍두기 녀석의 주둥이에 ‘민트초코 햄버거’ 를 박아줬다.


그것도 일반 민트초코 햄버거보다 3배, 아니 3배수로 지독한 트리플 민트초코 햄버거로 말이다.


“대단하구나, 용사여. 일반 민트초코도 아닌 트리플이라니…필시 저 자의 오장육부는 망신창이가 됐겠군.”


“댓가를 치룬거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물어 볼 건 아니다만 물어 볼 게 있다네.”


“뭐지? 남은 깍두기 녀석들이 모여들고 있으니 간결하게 말하도록.”


“그대는 3초를 주기로 했는데, 남은 2초는 어디로 간게냐?”


“서머타임이라 2초 단축시켰다.”


온 대륙의 모든 이들이 ‘일일 마력 절약’ 차원으로 시계를 앞으로 당기고 있는 마당에, 용사의 시계라고 안 당길 수 있는 노릇인가?


당연히 주먹의 시계도 앞당겨, 3초를 줘야 할 것을 1초로 단축시키는 것으로 룰을 준수했다.


그것이 질서 선의 용사로서 응당히 치뤄야 할 시민의식이니까.


“전혀 상정하지 못했군, 짐이 한 수 배웠네. 또 묻고 싶은게 있다만…”


“그건 저 깍두기들을 처리 한 이후에 물어보도록.”


그렇다.


마왕년의 불타오르는 학구열을 맞아주는 것도 중요하다만… 


“저 새끼들 뭐야! 야!! 연장 가져와!!!”


“VIP들 심기 불편하지 않게 후딱 처리해!! 괜히 귀에 들어갔다가 골치아프니까!!!”


지금은 하나같이 심상치않은 연장들로 무장한 깍두기 무리들을 대응 해야 할 상황. 


저 깍두기들을 담그는게 우선이다.


.

.

.

.

.


잠시 후, 호스트바 내부.


“마왕, 그래서 묻고 싶은게 뭐지?”


깍두기들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 할 필요가 있겠는가.


동네 앞산에 자리잡은 드래곤의 강냉이를 털 듯, 간단하게 담가버리고 당당하게 내부로 진입한 이 몸과 마왕년.


목적인 당대표를 잡기에 앞서, 잠시 숨고르기에 나섰다.


“그대가 사용했던 민트초코 햄버거 말이다.”


“그게 왜?”


“그런 괴팍한 물건은 어디서 구한게냐? 아니, 그런 괴팍한 물건을 누가 만든게냐?”


“친하게 지내는 어느 한 햄버거집 사장에게 받은 물건이다. 성격은 좋은데 좀 평범하지 않는 음식을 만드는 녀석이지.”


“오호~ 햄버거집 사장이라? 마침, 짐도 그런 기괴한 음식을 ‘창조 정신’ 이라는 미명하에 만드는 자를 알고 있다네.”


“그거 참 우연이군. 뭐, 그건 둘 째 치더라도…”


복도를 중심으로 양 끝으로 줄지어져있는 무수한 격실.


그리고 격실 곳곳 울려퍼지는 노래소리와 쾌락에 겨운 남녀들의 신음소리.


거기에 역하게 풍겨오는 약초 태우는 냄새.


굳이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저 안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는 그림이 그려졌다.


“용사여, 격실마다 들쑤시면서 찾겠는가?”


“그럴 필욘 없다. 딱 봐도 저 방이니까.”


저 복도 너머 구석진 곳에 자리잡은 거대한 격실 하나.


일반 격실의 세 배는 되어보이는 저 격실은 노골적으로 VVIP가 이용중이라 홍보하는지, 주변에 경호원이 배치되어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깍두기 녀석들이 빠가사리가 아니면, 분명 증원을 요청했을거다.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당대표를 자진납치 시키겠다.”


“자진납치라? 그 앞뒤 안맞는 단어는 또 무엇인게냐?”


“보면 안다.”


그래, 보면 알 일이다.


자진납치가 무엇인지는 말이지.


.

.

.


콰아아아아앙ㅡ!

 

와장창창ㅡ!


“이 돼지 새끼들아!! 당대표 빼고 다 꺼지도록!!!”


굳게 닫힌 VVIP 방문을 분자단위로 분해하고 내부로 진입한 이 몸과 여우년.


“후우! 오밤중에 알몸으로 단체 때씹이나 조지고 있다니? 타락해도 정도 껏 타락해야지.”


주변을 살펴보니, 상정 외의 상황에 말문이 막힌 돼지 새끼들이 눈에 들어왔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얼어 붙어서 이 몸에게 시선을 때지 못하는 알몸 돼지 새끼들이 말이다.


“흐음.”


그리고, 시선을 테이블 중앙으로 향하자 이 몸과 시선을 마주한 어느 한 보라머리 여성.


“…이년 봐라?”


하는 꼬라지는 여타 돼지 새끼들과 다를 바 없었으나,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다리를 꼰 채로 발 끝을 까닥까닥 거리는 건 둘 째 치더라도,


‘나는 저 녀석들과 격이 다르다.’ 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지, 이런 아수라장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으니까.


결국, 이러한 태도는 이 몸으로 하여금 저 년이 누구인지 단박에 특정 짓게 만들었으니.


“네 년이 당대표 년이로군?”


“으흠흠~”


“사람이 질문했으면 콧노래가 아니라 대답을 하는게 예의아닌가? 애미애비가 그렇게 가르쳤는가?”


“…훗.”


오호라? 상당히 재밌는 년이다.


이 몸의 질문을 무시하는 걸 넘어, 조소를 짓다니?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가?


참으로 야마돌아서 테이블에 굴러다니는 양주병으로 뚝배기를 박살낼까 싶었다만, 꾹 참고 넘어갔다.


질서 선의 사나이는 언제나 대화가 우선이니까.


“당신, 나한태 볼 일 있는거야?”


“네 년이 당대표라면.”


“하암~ 한창 좋을 땐데 어쩔 수 없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지만, 손님은 손님이니까.”


탁탁ㅡ!


말을 마치는 동시, 가볍게 책상 모서리를 내려친 당대표년.


“크흐음…!”


“흐흠!!”


그러자, 소리에 반응한 돼지 새끼들은 저마다 각기 헛기침을 뱉으며 옷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하더니…


“크큼…!”


“크흠흠!!”


이윽고, 일사분란하게 우당탕당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장내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주인의 손짓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개새끼들과 비견될 정도로.


“돼지새끼들 조련을 잘 한 모양이다. 네 년의 손짓에 군말 없이 움직이는 걸 보니.”


“고작 이런 일로 당신에게 칭찬받을 줄 몰랐네? 내가 아는 당신이라면 더 비꼬면서 말 할 줄 알았는데.”


“오호라? 말하는 꼬락서니가 이 몸을 아는 것 처럼 구는군.”


“당연하지, 당신의 명성은 익히 알고있어. 오토 체이스…이런 자리에서 마주 하다니 정말로 반가워.”


이 몸의 명성이 이젠 대륙 구석에 쳐박혀있던 귀쟁이새끼의 귓대가리에도 들어간건가?


어떻게보면, 놀랍다면 놀랍지만 또 놀랍지도 않다면 놀랍지않은 일이다.


애당초 일족을 지도하는 년이 외부인사에 까막눈일 일은 없을태니까.


다만, 이 몸을 알고있음에도 놀라기는 커녕 여유로움을 유지하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으흥~ 이년 왜 이렇게 여유롭지? 혹시 이 년 어디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나보네?”


“요즘 귀쟁이 새끼들은 독심술도 쓸 줄 아는가 보군.”


“후후훗…사람은 말이야, 말과 표정은 숨길 수 있어도 눈빛은 숨기지 못하거든.”


“그렇다면 그 잘난 이론으로 네 년을 찾아온 이유도 맞춰보지 그래.”


“최근에 이슈가 된 실종자를 찾기위해 날 찾아온거지?”


“호오.”


여러모로 신기한 년이다.


이 몸이 원하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니.


아마도, 이 몸이 떠난 이후 파충류년이 언질을 줬거나 혹은 이 몸이 생각하지 못한 뒷 구멍으로 정보를 얻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잘 맞췄다. 그럼 사람 피곤하게 만들지말고 따박따박 불어라. 네 년이 공구리친 피해자들은 어디에 있나?”


“글쌔? 오토 체이스, 당신은 내가 범인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유감이지만 난 모르는 일이야.”


“하! 모르는 일이다?”


“으흥?”


“네 년이 가위치기하면서 나눈 녹취록과 증인이 버젓이 있는데 모르쇠하겠다 이 말인가?”


“…후후.”


이 몸의 추궁에도 전혀 기죽지않고 되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당대표년.


“우후후…! 아하하하!!”


그 웃음은 같잖음으로 가득 찬 미소였다.


이 몸을 바보 취급하는 그런 미소를 말이지.


“증거라…그래, 당신도 나름 무기를 가지고 덤벼든거구나?”


“네 년을 담가버릴 무기다.”


“그런데 어쩐다? 난 그게 날 죽일만한 무기라고 생각들지 않는데?”


“끝까지 능청스럽게 굴겠다라…”


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이 년은 이런 방식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갔을거다.


세 치 혓바닥으로 능구렁이같이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그런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년이 간과하고 있는게 있다.


범인이라면 그 방식이 먹히겠지만, 이 몸은 불세출의 용사.


저런 애미뒤진 년을 상대하는데에 이골이 난 몸이다.


그리고, 이 말이 무슨 뜻인가 하면…


“…좋다. 그 혓바닥을 얼마나 놀릴 수 있는지 보자.”


저 년은 누울자리를 잘못보고 누웠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