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에 다녀온 나는 검정고시라도 통과해서 고졸로 살아볼까 했으나 내 머리로는 녹록치 않았다. 

 한동안 방황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밥은 벌어먹고 살기 위해 고졸은 돼야 하지 않겠나. 일반적인 고등학교는 소년원에 다녀온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치만 국비지원 3년 고등학교 과정 수료 가능한 ‘청화학교’ 전단지가 마침 전봇대 마다 붙어있었다. 항상지나다니는 거리의 전봇대의 전단지, 나는 항상 만학도를 위한 야간학교겠거니 하며 거들떠 보지 않았다. 오늘은 아니다. 항상 붙어있었던 전단지, 이상했다. 만학도를 위한 학교라면 이미 몇 장은 없어질법도 했다. 나는 그런 고민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QR코드를 찍어 보았다.  

 청화학교의 홍보사이트에서 눈에 띈건 소년원 다녀온 나같은 구재불능을 위한 학교라는 홍보문구들이었다. 나는 다행이다 싶었으나 안좋은 학교라도 예쁜 곳만 찍어 잘보이려는 홍보사이트와 달리 여기의 홍보 이미지들은 마치 소년원과 다름 없어 보였다.  여지가 있겠는가하며 입학처에 문의하기로 했다. 절차는 속전속결. 입학이 아닌 입소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고민하며 집 앞까지 데리러온 셔틀 봉고차를 탔다. 

 한참을 달려온 시골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길로 한 시간쯤 더 갔을까 허허벌판에 교도소 처럼 높은 담장을 친 학교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조례시간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흙먼지를 날리는 봉고차의 차창으로 수십 명의 학생이 차렷자세로 단상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었다. 그 중 봉고차를 탄 나와 눈이 마주쳤거나 흙먼지가 눈에 들어갔는지 눈을 비비며 차렷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던 애들은 주변 교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부 단상위로 끌고 갔다.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내가 신체검사를 위해 검사장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보지 못했지만 좋게 마무리 될 리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