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는 학원폭력 + 일진 사이다. 


1월부터 다시 바빠져서, 그 전에 한 편정도만 더 써보려고 했음.  학원폭력물 클리세만 따라가려고 했는데도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졌네. 요새는 학원 폭력 많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길 바람. 


좀 긴데 나누기 귀찮아서 그냥 한편으로 올림. 재미있게 읽어주면 고맙겠음.


전에 썼던 것들

무림 근육녀가 부모님의 원수를 갚다 (상편)  https://arca.live/b/musclegirl/64481991   (중편)  https://arca.live/b/musclegirl/64564101   (하편)  https://arca.live/b/musclegirl/64677257

근육 여교수에게 성적 고쳐달라고 찾아가 봤더니  https://arca.live/b/musclegirl/62697127

근육녀가 남사친의 납치된 여동생을 구해주느라 고생함 (상편) https://arca.live/b/musclegirl/62140375  (하편) https://arca.live/b/musclegirl/62290990

악의 조직 근육 여간부가 히어로의 집으로 혼자서 찾아왔다 https://arca.live/b/musclegirl/56550302

근육녀가 편의점 알바 구해주고 집으로 데리고 와서 노는 이야기 https://arca.live/b/musclegirl/55292406

얹혀살던 근육여후배에게 나가라고 했다가 따먹혀 버리는 이야기 https://arca.live/b/musclegirl/42986366

십수년만에 만난 고등학교때 여사친이 근육녀가 되어 있었다. https://arca.live/b/musclegirl/33515748

근육 여직원과 야근하다 생긴일 https://arca.live/b/musclegirl/2807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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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퇴근 시간. 


서울을 빠져나가는 광역버스 10XX번은 사람으로 꽉 차 있다. 


자리자리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들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버스는 지금 압구정 근처 정체구간을 지나느라 답답한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 창문자리 하나에 앉아 있는 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형적인 퇴근길 직장인의 복장을 하고 있는 이 남자는, 브라우저로 이페이지 저페이지 들여다 보다가도, 웹툰 몇개를 들날날락 거리다가도 하고 있다. 


그러더니 남자는 셋플레이 앱을 켜고 이달의 신작을 스캔하기 시작한다.


“어, 이거 나왔네?”


케이튼. 


15년쯤 전에 나왔던 영화다. 전직 특수 부대 출신의 요원이 납치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갱단과 싸우는 액션 영화.


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그때 옛날의 기억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은 앞으로 자기가 100년을 더 살아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


200X년. 9월 초.


월요일 아침 6시 45분. 


경기도 산천시 인정고등학교 1학년 3반 교실.


스르륵–


앞문이 열리고 박진수가 교실안으로 들어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교실 안에는 대 여섯명의 다른 아이들이 와 있었다. 


박진수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그 아이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박진수에게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야, 빡찐, 이 ㅆㅂ ㅆㄲ야. 왜 이렇게 늦게 와.”


“아 이 ㅅㄲ. 빠져가지고.”


“배고파 뒤지겠다 ㅆㅂ ㅅㄲ야 너 때문에.”


박진수는 쭈삣쭈삣 거리며 어색한 자세로 교실 뒤편에 진을 치고 있던 아이들 쪽을 향해갔다. 두 손에는 비닐봉투가 들려있었다. 


먼저온 애들은 책상을 이리저리 모아 옮겨서 자기들이 놀기 좋게 둥그렇게 만들어 두었다. 


자기들끼리 무슨 게임을 하고 있었던 듯 했다.


박진수는 비닐봉투를 아이들에게 건네 준다. 그 안에는 편의점에서 사온듯한 먹을 것들이 들어있었다. 삼각 김밥, 샌드위치, 과자, 핫바. 거기에 캔커피 같은 음료수도 몇개 들어 있었다.


“아이 ㅆㅂ ㅅㄲ야. 이거 누구 코에 붙이라고 사온거야?”


양정훈이 삼각 김밥을 뜯어며 화를 냈다. 


정지희는 박진수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을 보탰다.


“빡찐. 미친 ㅅㄲ. 머리도 ㅈㄹ 나빠 하튼. 사람이 몇 명인데, 이거 가지고 돼?.”


박진수는 고개를 떨구고 자신을 갈구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어쩔 씨구리. 이건 뭐냐? 레쓰고? ㅂㅅ ㅅㄲ 커피를 사와도 ㅈㄴ 싸구려만 골라서.”


“ㅆㅂ ㅅㄲ 안되겠네.  너 ㅆㅂ 요기와서 무릎 꿇어.”


먼저와있던 아이들은 박진수를 둘러쌌다. 특히나 덩치가 큰 양정훈이 박진수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고 밀고 당겼다.


박진수는 신음 소리를 내며, 그 애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수그렸다.


먼저와있던 그룹의 아이들은 한마디씩 돌아가면서 박진수를 갈궜다. 이것이 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게임이자 의식인듯 했다. 


“야, 빡찐. 우리 오늘 부터 아침형 인간 하기로 했잖아. 너도 끼워주는 대신에 니가 아침 사오기로 했어 안했어?”


심진혁이 박진수를 몰아세웠다. 박진수는 고개를 계속 수그린 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이런 결정이란게 어떻게 이루어 졌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수 있는 것이다. 


“근데 ㅆㅂ. 이거 가지고 되겠냐, ㅆㅂ아?”


차아악 —


“아아아 ㅆㅂ.”


캔을 따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더니 김민아가 소리를 질렀다.


사이다 캔을 땄는데 내용물이 파악하고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김민아의 교복 상의와 치마에 사이다가 튀어서 얼룩이 졌다.


짜아악–


김민아가 손을 휘둘러서 박진수의 뺨을 때렸다. 경쾌한 소리가 비어있는 교실에 울렸다.


“ㅆㅂ. 이 ㅅㄲ 일부러 흔들고 왔어 ㅆㅂ. 이거 어쩔꺼야 ㅆㅂ.”


김민아는 큰 소리로 짜증을 냈다. 


심진혁이 김민아를 말렸다. 심진혁은 이 그룹의 리더급인 인물이었다. 3반의 반장이기도 했다. 


“야, 민아야. 얼굴은 때리면 안된다고 했잖아. 얼굴은 티가 난단 말이야.”


이미 박진수의 얼굴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하지만 박진수는 알고 있었다. 딱히 티가 난다고 해도, 누가 자신에게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학교내에서 자신에게 감히 말을 거는 학생들은 한명도 없었고, 선생님들은 딱히 학생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설령 얼굴이 부어 있는 것을 알아본다고 하더라도, 굳이 신경써서 왜 그랬느냐고 물어 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야, 빡찐. 이 거 닦게 니 옷이나 벗어 ㅆㅂㄹㅁ.”


덩치가 큰 양정훈과 파마머리 윤상준이 박진수의 자켓과 이어서 교복 상의를 벗겼다. 김민아는 박진수의 교복 셔츠로 자기 몸에 묻은 사이다를 닦아내더니, 박진수의 교복은 그대로 땅바닥에 던져 버렸다. 


심진혁은 이 모습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고 있더니 갑자기 박진수의 옆구리 부근을 걷어찼다.


“아야야.”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박진수의 몸을 움추린다..


심진혁이 웃으면서 말했다.


“알았어, 김민아? 몸을 때리라고. 배랑. 등이랑. 허리랑.”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박진수에 몸위로 구타가 이어진다.  일진의 무리들은 남학생 여학생 가리지 않고, 박진수의 몸을 번갈아 가며 발로 차고 또 밟는다. 


박진수는 몸을 바싹 업드린채 두팔을 머리쪽으로 모으고 구타를 막아냈다.


몇차례 구타가 지나간 다음, 양정훈이 박진수를 일으켜 세웠다.


심진혁이 박진수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래, 박진수, 내일부턴 조심하자.  너때문에 친구 옷 망가지면 안되잖아, 응?”


심진혁은 박진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자, 오늘 회비 내야지.”


얻어 맞아서, 아직 고통이 남아 있는 상태였지만 박진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진혁아, 오늘 내가 먹을거 사왔잖아.”


“하, 이 꼴통 ㅅㄲ. 진짜 정신 못차리네.”


심진혁의 말에 일진무리 학생들인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야, ㅂㅅㅅㄲ야. 지금 사온건 아침형 인간 모임 하는거 참가하는 조건으로 니가 사온다고 한거고. 우리 모임 끼려면 회비는 매일매일 내야 될꺼 아니야?”


“아 왕따 ㅅㄲ. 보살펴 줬더니 고마운지 모르네.”


“.... 우리 아니면 학교 안에서 너하고 이야기 하는 애 한명도 없잖아? 응? 젤로 잘나가는 그룹에서 받아주는데, 그럼 회비는 꼬박꼬박 내야지. ㅆㅂㄹㅁ”


양정훈이 어느샌가 박진수의 책가방을 꺼내서 바닥에다 내용물을 전부 쏟는다. 정지희는 박진수의 자켓 주머니를 뒤지고 있다. 


그렇게 찾아낸 지갑속에 남아 있던 천원짜리 몇개는 양정훈이 챙겨가고 만다.


“아 ㅅㄲ ㅈㄴ 가난하네. 왕따 ㅅㄲ ㅆㅂ.”


양정훈의 투덜거림을 들으면서, 심진혁은 박진수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말한다. 


“야 박진수. 모자란건 내일 더 가져와, 알았어?”


박진수는 아무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이들은 이제 내버려 둔채 자기들 끼리 놀기 시작했다. 박진수가 사왔던 주전부리들은 어느새 게눈 감추듯 다 먹어 치웠다. 


박진수는 교복을 주섬주섬 줏어 입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줏어서 책가방 속에 집어 넣었다. 하지만 일진 아이들은 박진수를 자기 자리로 가게 하지 못하게 하고, 여전히 자기들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있게 하였다.


그렇게 기껏 만들어낸 ‘아침형 인간’의 시간은 시덥지않은 수다로 흘러갔다.


몇몇 아이들이 벌써 등교해서 자리에 앉기 시작했지만, 이 무리의 아이들은 아무 상관 없이 여전히 자기들끼리 떠들고 놀고 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중 한명이 심진혁에게 와서 이야기를 했다.


“진혁아 좀 있으면 담임 선생님 올 시간이야.”


진혁이 신호를 하자 일진 그룹의 아이들 나머지 7명은 비로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3반 소속인 심진혁 본인과, 김미아, 정지희를 뺀 나머지 애들은 자기 반 교실로 돌아가기 시작갔다. 아니, 그중 파마머리 윤상준은 여전히 남아서 김민아, 정지희와 수다를 계속 떨고 있었다.  


책상을 원래대로 정리하는 일은 박진수의 몫이었다. 


1학년 3반의 다른 아이들은 박진수가 하는 일과 박진수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구태어 무시하고 있었다. 그게 이 학교, 이 반의 룰인 것이었다.


잠시후 조례 시간이 다가오고, 앞문이 열리며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야, 너, 왜 너네반 안가고 여기있어?”


담임 선생은 뒷자리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윤상준을 발견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윤상준은 근처에 앉아 있던 박진수의 목을 팔로 감으며 이야기 했다.


“박진수랑 친해서 노느라고요. 죄송합니다.”


윤상준은 서둘러 뒷문으로 나가서 자기 반으로 달려갔다.


—---


조례시간. 담임 선생님이 교단에서 몇가지 공지를 하더니, 갑자기 헛기침을 하면서 목소리를 바꾸었다.


“에헴. 아, 그러니까, 오늘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어요.”


반 학생들이 살짝 웅성거렸다. 2학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전학생이 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 것이었다.


“최수연, 들어와라”


교실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전학생이 교실안으로 들어왔다. 


여학생이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더 커진다.



https://www.deviantart.com/musctonk/art/Wet-898250526


교실문 안으로 들어온 여학생의 모습은 평범한 여학생의 흔한 모습과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우선 키가 엄청 컸다. 


180 센치도 넘어 보였다.


거기에다가 어깨도 굉장히 넓었고, 몸도 굉장히 두꺼웠다.


무슨 커다란 곰 한마리가 교실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아마 교복도 가장 큰 사이즈로 맞춰서 온 듯 했는데, 그 교복이 굉장히 작고 답답해 보였다. 


그리고 교복 치마 아래로 내려온 다리.


최수연의 두 다리는 보통 여학생들의 얇고 가느다랗고 호리호리한 다리와는 굉장히 다른 모양이었다. 


무슨 조선시대 누각의 돌기둥 처럼 커다랗고 두툼한 두 다리가 투욱 하고 뻗어 내려와 있었다. 


무릎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스커트 아래로 보이는 살짝 보이는 허벅지.


하얀 스타킹으로 감싸고 있는 종아리.


맨살이 보이는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그 다리의 부피감은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특히나 하얀 스타킹이 겨우겨우 감싸고 있는 두꺼운 종아리의 모양이 주는 경이감이 대단했다. 


그냥 다리가 두꺼운 것이 절대로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튼튼해 보이는 정강이뼈를 중심으로, 볼링공처럼 커다란 동그란 모양의 덩어리가 양쪽 방향으로 투욱투욱 튀어 나와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엄청나게 발달한 근육덩어리 들이었다. 


스타킹과 스커트 사이로 슬쩍슬쩍 보이는 맨살 부분이, 그 정체에 관한 힌트를 더 주고 있었다. 


얼마 안되게 드러나있는 맨다리살은 온통 울퉁불퉁한 근육의 조각들이었다. 그 차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근육덩어리들이 이쪽저쪽 방향으로 사정없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신기한 것은 최수연은 흉악한 몸집을 가지고 있으면도, 그위에 붙어있는 얼굴은 매우 귀여운 소녀의 페이스였다. 거기에 전반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몸매의 라인도 그렇고, 덩치와 부피만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모습은 신기하게도 오히려 전형적인 여고생의 스타일과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도 잠시, 담임선생님이 말을 이어갔다.


“에, 최수연은 육상부 투포환 팀에 들어갈 거니까, 그렇게들 알아요.”


인정고등학교는 육상부 특히 필드 육상부가 남아 있는 몇개 안되는 학교중 하나였다. 투포환 팀이라면 저런 엄청난 덩치와 몸이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학교 역사상 지금껏 투포환 선수는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있어도 남자선수들만 있었는데, 여자 선수는 처음이었다.


참고로 인정고등학교의 학교 방침은 운동부 학생들도 오전 수업은 모두 듣게 하는 쪽이었다. 야구, 축구, 농구같은 프로가 있는 구기종목이 아닌 이상 그쪽이 학생들의 미래에 장래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자기 소개 해라.”


담임선생님의 말에 최수연은 앉아있던 학생들을 향해 꾸벅 목례를 하더니 입을 연다. 곰같은 덩치에 비하자면 귀여운 얼굴에 목소리도 나긋나긋 했다. 


“안녕, 나는 최수연이야. 육상부 스카우트 돼서 이 학교로 전학오게 되었어. 잘 부탁해.”


짝짝짝.


“수민이는 일단 저기 뒤에 빈자리 앉아라.”


담임선생님이 가리킨 자리는 박진수의 옆자리였다.


1학년 3반에서 자리 배치는 전적으로 반장의 권한이었다. 반장 심진혁은 1달에 한번씩 자리배치를 공평한 “랜덤”으로 바꿨는데, 정지희, 김민아를 비롯한 심진혁과 친한 사람들이 항상 ‘우연히’ 뒤쪽 명당 자리 심진혁 근처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박진수는 항상 거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우연히도 혼자 앉게 되었다.  


심진혁 그룹의 심부름을 위한 노예의 자리이자, 다른 일반 학급 급우들로부터 박진수를 격리시켜 주는 보호의 자리이기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진수의 옆자리는 항상 비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수연은 박진수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쿵쿵쿵.


커다란 최수연의 몸집이 움직일때 교실 바닥이 살짝살짝 울렸다. 


박진수는 옆자리까지 다가온 최수연의 몸을 보자, 새삼 그 막대한 크기가 주는 위압감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허나 최수연은 옆자리에 앉으면서, 아주 살갑게 웃으면서 박진수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반가워.”


박진수는 잠깐 최수연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무언가 말을 웅얼거렸다. 제대로된 대답은 아니었다. 어짜피 얼마지나지 않아 최수연도 자기랑 이야기 하지 않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교단에서 담임 선생님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아, 반장. 이번 주 학교 미화 우리반 구역이 체육창고다. 이번에는 남자애들 차례니까,  당번들이랑 10명정도 뽑아서 이따가 수업 끝나고 보내..” 


심진혁이 능글맞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최수연 때문에 조금 길어진 조례가 끝나자 마자, 쉴 시간도 없이 바로 1교시 종이 울렸다. 


언제나 1초도 늦는법이 없던 과학 선생님이 들어오고 곧 수업이 시작되었다.


교과서를 꺼내든 박진수를 보더니 최수연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했다.


“지난번 나 다니던 학교랑 교과서가 다르네? 오늘 좀 같이 보여줄래?”


 박진수는 으응도 흐응도 아닌 중간정도 소리를 낸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업시간 동안 박진수와 최수연은 교과서를 사이에 두고 같이 보게 되었다.


운동부인 주제에 아주 놀랍게도, 최수연은 과학선생님이 하는 말을 매우 골똘하게 경청해서 듣고 있었다. 대놓고 딴청 피우는 많은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수업 태도였다.


거기에 노트 필기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과학선생님이 칠판에 쓰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완벽하고 깔끔하게 노트에다가 옮겨 적고 있었다. 


박진수의 눈에 슬쩍 들어온 최수연의 노트는 무척이나 깔끔하고, 놀라울정도로 소녀스럽게 귀여웠다. 몇가지 색깔의 펜을 바꿔가면서 적는 글씨체는 동글동글 하고 소녀스러웠고, 밑줄이나 꽃표를 추가하는 모양도 굉장히 귀염스러웠다. 


저 곰처럼 커다란 덩치가 아니었다면, 전형적인 귀여운 여학생의 깔끔한 필기 노트라고 생각했었을 것이었다. 


그 귀여운 필기구가 최수연의 커다랗고 단단해 보인 손과 손가락에 붙들려 있는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최수연의 손은 그야말로 솥뚜껑만했고, 그 손가락의 마디마디들도 울룩불룩하고 단단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하나하나가 딱풀 크기 정도로 굵고 단단한 손가락 사이로, 가느다란 플러스펜들이 움직이면서 귀여운 글씨를 노트에 적어 나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몸에 딱 달라붙던 교복이 말려올라가면서 그 커다란 손바닥 아래로 손목과 전완부분의 살갗이 드러나 있었다. 


그 전완부분에는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단단해 보이는 힘줄과 근육들이 뻑뻑하게 붙어 있었다. 운동좀 한다는 남자애들의 팔도 이러진 않을 것이었다. 케이블 TV에 나오는 프로레슬링 선수들 팔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참 선생님의 필기를 받아 적는데 열중하고 있던 최수연이 박진수의 시선을 알아 차렸다. 최수연은 박진수의 얼굴을 보더니 한번 씩 웃어주었다. 


박진수가 민망해서 얼굴을 돌리려는 찰라, 최수연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필기를 잠깐 멈추고 오른팔을 굽혀서 살짝 힘을 주어 알통을 만들어 주었다.


https://www.deviantart.com/mrpouletgrosbiceps/art/Can-I-help-you-929392595


가뜩이나 최수연의 커다란 몸에 딱 달라 붙어 있던 교복은 한계 까지 늘어났다.


최수연의 오른팔의 알통이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냥 있었을 때도 무슨 나무줄기처럼 굵직굵직 했던 팔에서, 커다란 볼링공 하나가 산봉우리 처럼 더 튀어 올랐다. 


박진수는 놀라서 허억 소리가 나올 뻔 했다. 


사람팔에 저렇게 큰 알통이 달려 있는 것을 TV가 아니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여자애 한테서.


찌이익.


교복이 살짝 찢어지는 같은 소리가 나지막히 들렸다. 다행히도 수업소리에 묻혀서 박진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최수연은 마지막으로 놀리는 표정을 한번 더 짓더니 다시금 필기에 집중한다. 반면 박진수는 이후 수업은 듯는둥 마는둥 했다. 최수연이 주는 충격적인 모습에 아까 아침에 괴롭힘  당했던 기억마저 이미 희미해져 있었다.


딩-동-댕.


1교시 마침종이 울렸다.


“교과서 빌려줘서 고마웠어. 너는 이름이 뭐니?”


최수연이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최수연의 활짝 웃어주는 귀여운 얼굴에 박진수는 왕따가 시작되기 전인 학년 초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박진수는 최수연에게 대답을 했다.


“으으응.. 나는 박진수. 너는 운동분데 공부 열심히 하나 보네.”


최수연은 헤헤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 아빠 참 무서운데. 나 운동부하더라도 공부 꼭 하라고 하셔서.”


박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애는 어쩜 이렇게 강할까. 자기는 학교에서 왕따나 당하고 있는데 이 애는 운동부를 하면서 공부까지 하고 있다. 거기에 엄격한 아버지 까지. 


“근데 박진수 너는 공부 잘하니?”


“흐음..”


박진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면, 나 뭐 좀 물어보께. 있잖아. 지금 배운거 여기.”


최수연이 금방 노트에 필기한 화학식을 가리키면서 물어본다.


“여기 이거. 왜 N은 큰글씨로 쓰고 a는 쪼그만 글씨로 쓰는거야?”


박진수의 머리가 띵해졌다. 


“... 그.. 그건 이게.. 나트륨이라서 하나거든.”


“... 아, 그니까 N이랑 a랑 합쳐져서 나트륨이 되는 거지? 맞지?”


최수연은 혼자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박진수는 깨달았다. 


이 애도 많은 수의 다른 운동부 아이들처럼 … 


.. 빡대가리였다. 


그냥 선생님이 필기하는거 열심히 예쁘게 옮겨 적고 있을 뿐이었다. 


그 내용은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 주지 하고 박진수가 고민하고 있는 순간, 등 뒤쪽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 빡찐. 간만에 사람이랑 이야기 하니까 아주 그냥 신났지, 그치?”


박진수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김민아의 목소리였다.


잠깐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한 기억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거의 6개월만에  처음으로 밝아졌던 박진수의 얼굴이 다시금 어두워졌다. 


박진수는 치잇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서 푹 수그렸다. 


김민아는 박진수와 최수연의 자리 뒤에서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최수연을 바라보면서 김민아가 이야기 했다.


“야, 투포환. 니가 오늘와서 잘 몰라서 그러는거 같아서 알려주는 건데… 학교에서 얘는 같이 이야기 하면 안되는 애야.”


최수연이 잠시동안 눈을 꿈벅거리더니 이야기를 받았다.


“응? 뭐라고? 왜 그러는데?”


“아놔, 말귀 ㅈㄴ 못 알아 먹네. 쟤랑 이야기 하면 너도 찐따 옮아.”


최수연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김민아의 명찰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그래, .. 김민아.. 그니까 니들이 박진수를 왕따시키고 있다 이 이야기니?”


왕따라는 단어를 이런식으로 동사로 사용하자, 박진수에 대한 호칭으로 사용했을 때와는 어감이 확실히 다르게 들렸다. 


“아니, 따당할 만 한 애니까 따를 시키거지.”


그러나 최수연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고건 난 모르겠고. 어쨌거나 난 왕따 같은거 안시키는데 어쩐디?”


교실안에는 순간적인 충격과 정적이 흘렀다. 모른척 하면서 눈치를 보던 애들의 눈과 귀가 최수연과 김민아 쪽으로 집중되었다.  학급내에서 암묵적으로 유지되던 김민아의 권위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최수연에게서 갑작스러운 충청도 말씨가 튀어 나온것 정도는 작은 노이즈에 불과했다. 


“아이, ㅆ. 코끼리 같은 년이 재수없어.”


김민아는 빼액 하고 소리를 질러 버리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 


박진수가 고개를 살짝 들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까지 할 필요 없어.”


그러나 최수연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얼굴에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응? 내가 뭐? 아무일도 안했는데?”


곧이어 2교시가 시작되었고, 3교시, 4교시 까지 이어졌다. 


그 이후에는 별다른 큰 사건이 없었다. 


최수연은 박진수와 교과서를 계속 같이 보았고, 수업 시간에 열심히 선생님의 설명을 필기했다. 그렇지만 어떤 과목이건 간에,  최수연이 실제로 그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쉬는 시간 마다 최수연은 박진수와도 대화했고, 주변의 몇몇 다른 급우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 친구들은 박진수와는 차마 대화를 나누지를 못할지언정, 최수연과는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아까 김민아랑 말다툼이 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최수연은 공식적인 왕따 대상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거기에 심진혁 일파에 대해 내심 못마땅 하게 생각했던 애들이 특히 보란듯이 최수연과 친한 척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4교시를 마치고서는 최수연은 육상부 필드팀에 합류하러 가야 했다. 박진수가 매점에서 심진혁과 정지희의 빵을 셔틀해 왔을 때 이미 최수연은 나가버리고 없었다. 


최수연이 나가버리고 나자 다시금 5,6,7 교시는 평소와 같은 음울한 시간의 반복이었다. 박진수는 쉬는 시간마다, 자기자리에 웅크려서 혹시라도 심진혁이나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리러 올까봐 숨을 죽이고 시간을 보내야했다.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  


7교시 종이 치고 나서, 담임선생님이 일이 있어서 조례는 생략한다고 교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대신 반장으로서 심진혁이 교무실에서 전달된 메시지를 읽는다.


“지시사항: 교내 미화 금주 우리반 담당 구역인 체육 창고 청소 깨끗하게 완료할 것. 기구들이랑 물건 싹 정리하고, 선반 닦아 놓을 것.”


심진혁은 이렇게 말하더니 학급 안을 한번 쓱 둘러 보았다.


“자, 들었지 얘들아. 선생님이 체육 창고 청소 말끔히 하라고 그러네. 근데 그거 누가 하러 가냐 하면 말이지…”


심진혁이 잠시 뜸을 들였다.


박진수는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 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심진혁의 얼굴에 야비한 웃음기가 돌았다.


“짜잔~~ 우리 박진수 친구가 우리반 학생들을 위해서 혼자서 청소하겠다고 자원했어. 훌륭한 봉사 정신을 보여주는 박진수 친구에게 박수!”


김민아와 정지희를 포함하여 심진혁과 친한 아이들 몇명이 박수를 친다. 다른 아이들은 박수에 적극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어쩔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귀찮은 청소에 말려들지 않게 되어서 내심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 아이들도 있었다. 


심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진수야, 선생님 이야기 잘 들었지. 청소 깨끗하게 해 놔야돼. 만약 제대로 안되있으면, 선생님이  뭐라고 하실 텐데, 그럼 그땐 진수 니가 책임을 져야해, 알겠어?”



이렇게 해서 박진수는 혼자서 체육창고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인정고등학교는 육상부가 있어서 운동장이 매우 넓었다. 그 넓은 운동장 끝에 넓직한 체육창고가 위치하고 있었다. 


박진수 청소도구를 챙겨들고 체육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아–


불을 켜는 순간 일단 한숨 부터 나왔다.


넓직한 창고 안에는 이것저것 많은 물건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부피가 큰 허들이나 높이뛰기 대부터 시작해서 매트 같은 것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되는 것들은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박스들 이었다. 야구 글러브와 배트들. 농구공, 축구공. 줄넘기, 훌라후프, 라켓 … 


온갖 잡동사니들이 여기저기 박스에 흩어져 담겨 있었다.  무어라고 붙어 있는 라벨들은 이미 빛이 바래서 읽을 수가 없었다. 


체육 창고안에 줄을 지어서 선반들이 놓여 있었고 그 박스들이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저 박스들을 전부 정리하고 선반에 쌓여 있는 먼지를 닦으라는 말이었다.


‘이걸 어떻게 다 —’


보는 순간 한숨만 나왔다. 


도저히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충 눈가림이라도 해보자.’


박진수는 가장 가까운 선반에 맨 아래칸에 있는 박스를 하나 꺼내볼 생각을 했다. 


박진수는 허리를 숙여 박스에 두 손을 뻗어보았다. 그리고 박스를 들어보려고 힘을 주어 보았다. 


끄으으응 –


좀 묵직한 상자였다. 30 킬로그램 정도는 되는 듯 했다. 


끄응차 –


박진수는 힘을 다해서 그 박스를 들어서 선반 바깥쪽으로 끌어 내서, 몇발자국 걸어갔다. 그렇게 박스를 옮겨서 넓은 곳으로 옮겨서 내려 놓았다.


쿵-.


이렇게 겨우 한개다. 앞으로 한 30개 정도는 옮겨야 될것 같았다. 벌써부터 머리가 핑핑돌고 어지러웠다. 


박진수가 두번재 박스쪽으로 향했다. 박스를 들기위해 다시 힘을 주는 순간.


아악–


아까 박스보다 두배는 무거운 것 같았다. 쉽게 생각하고 들었다가 허리를 삐끗한거 같았다. 


“야, 그 정도 해가지고 허리 뽀사지겠냐?”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박진수가 뒤를 돌아 보았다. 


최수연이였다. 


https://www.pixiv.net/en/artworks/89959438


금방 육상부 훈련을 마치고 온 듯 했다. 두 손에는 커다란 금속 소쿠리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던 오전 수업시간과 달리 최수연은 지금 육상복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민소매에 반바지. 얇게 들러 붙는 재질.


최수연의 살깣의 많은 부분이 바깥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박진수는 민망한 기분에 공연히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민망한 기분도 잠시, 박진수는 최수연의 대단한 몸의 실체를 마침내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할수 있었다. 


민소매 육상복 바깥으로 드러나 있는 최수연의 몸은 아니나 다를까 100% 순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교복 밑에 감싸져 있었던 그 두꺼운 몸 전체가 그냥 순수한 근육 덩어리들이 뭉쳐서 있었던 형태였던 것이었다. 


사람몸에 이렇게 많은 근육이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특히 여자애 몸에 말이다. TV에서 나오는 몸짱 아가씨 들과도 전혀 달라 보였다.


민소매 육상복 위쪽으로 볼수 있는 최수연의 어깨부분은 둥글둥글하고 울퉁불퉁한 근육의 바위덩어리 들이 이리저리 능선을 만들고 있는 산맥과도 같았다. 


특히 최수연의 귀여운 얼굴이 붙어 있는 목부분. 등세모근과 넓은 등근이 만나는 부분의 근육은 최수연이 방금 운동을 마치고 와서였기 때문인지, 한껏 자극되어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목뒤에 커다란 고깔을 붙여 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양쪽으로 넓게 벌어진 어깨 끝에는 볼링공만한 크기에 큐브형태의 어깨 세모근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아래쪽으로는 아름드리 나무 줄기처럼 묵직한 두 팔이 인상적으로 뻗어나와 있었다. 


아까 수업시간에 교복아래로 튀어나오는 알통의 능선을 보긴 했었지만, 그 모습을 직접 바라보는 것은 또다른 장관 이었다. 


두갈래근과 세갈래근이 우락부락하게 붙어 있는 윗팔의 모양은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흉기와도 같았다. 


최수연의 팔의 둘레는 박진수의 머리통을 가져다 댄 것보다도 더 크고 두꺼웠다. 


그냥 부피가 두꺼운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었다. 금방 포환던지기 훈련을 마치고온 최수연의 양팔의 근육들은 한껏 자극되어 강인하게 펌핑이 되어 있었다. 


세갈래근과 두갈래근을 이루는 큰 근육의 덩어리들. 그 덩어리들을 구성하는 밧줄자락 같은 근섬유의 뭉치들이 갈라져서 팽팽하게 일어난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단단해 보이는 근섬유뭉치 하나하나에서 야수와도 같은 파워가 숨어있는 것이 가까이에서 느껴졌다. 


반바지 육상복 아래로 나와 있는 코끼라 다리 같은 양 다리도 마찬가지 였다. 


박진수 허리 아니 몸통 두께만큼이나 크고 두꺼운 허벅다리 였다. 


그 허벅다리는 몇개인지 모를 커다란 큰 근육의 모양이 단단하게 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 큰 근육 덩어리는 다시금 조약돌과 같은 크기의 작은 근육덩어리들로 자글자글 갈라져서 뱅뱅뱅 돌아가는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마치 천둥과 번개가 그 막대한 에너지를 내제한 채로 형상화되어 굳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 커다란 허벅다리를 받치고 있는 것은 매우 유연해 보이는 무릎관절이었고, 그 아래에는 다시또 인상적인 근육질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는 장단지와 종아리가 있었다.


럭비공 같은 모양과 부피의 근육덩어리들이 앞뒤 좌우로 동그란 모양으로 투욱투욱 튀어 나와 있었다. 


허벅지의 근육과 마찬가지로 장단지근과 가자미근등 큰 근육 덩어리들의 인상적인 부피감은 다시금 자잘하게 갈라진 잔근육들의 빗살무늬로 채워져 있었다. 


박진수는 그 충격적인 비주얼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입을 살짝 벌린채 잠시동안 넋을 놓았다. 


최수연은 박진수가 자기몸에 충격을 받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는 다는듯 히히히 웃으면서 반가운듯 이야기를 더해 나갔다.


“박진수, 여기서 뭐하냐?”


“으으응.. 청소.”


박진수가 쭈삣거리며 대답해였다.


“청소? 너 혼자서?”


박진수가 고개를 끄덕 거렸다. 최수연은 곧 어떻게 된건지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좀 도와줄까? 같이 하면 빨리 끝날거야.”


박진수는 체육창고 선반에 쌓여 있는 상자들을 보고는, 차마 거절을 하지 못했다. 


“이 상자들 다 끄집어 내면 되는 거야?”


“.. 으응.. 상자 치우고 선반 청소한 다음에 다시 정리해서 올려두면 돼.”


“알았어 그럼. 내가 상자 꺼낼 테니까, 니가 선반 닦고 치워.”


최수연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였다.  최수연은 먼저 자기가 들고 있던 금속 소쿠리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박진수의 눈에 소쿠리 안에 내용물이 들어온다. 연습에 사용하던 투포환 공들이다. 큰것들만 예닐곱게, 작은것들도 대여섯개정도 들어있다. 


그 소쿠리를 내려놓는 순간 들린 쿵 하는 소리가, 최수연이 그걸 무슨 나물 바구니 처럼 들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게 얼마나 무거운 물건들이었는지를 말해 주었다. 


최수연은 방금의 그 상자, 박진수가 들려다가 허리에 무리가 온그  상자쪽으로 가더니 그것을 무슨 종이상자 처럼 가볍게 집어 들었다.


최수연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 상자를 선반 바깥으로 끌어내더니 그 옆에있던 비슷한 크기와 무게의 다른 상자를 하나 더 꺼내서 그 상자 위에다가 쌓아 버렸다. 


그리고 그 상자 두개를 한꺼번에 들어 올렸다. 여전히 몸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 없었다. 그냥 우유상자 두개를 겹쳐 쌓고 들고간다 그런 느낌이었다. 


대포알처럼 두껍고 커다란, 자글자글하게 갈라져있는 최수연의 양팔의 근육들은 이토록 기적처럼 놀라운 일을 행하고 있는 것 이었다. 


박진수는 놀라서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최수연. 투포환 하는 애들은 힘이 그렇게 센거야?”


상자 두개를 손쉽게 옮겨낸 최수연은 웃으면서 박진수의 질문에 알듯모를듯한 답을 해주었다.


“아, 그게. 힘은 내가 원래 센거고. 내가 힘이 세서 투포환을 하게 된거야.”


최수연은 이렇게 손쉽게 무거운 상자들을 선반에서 끄집어 내어 여러개씩 번쩍번쩍들어 올려서 창고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치워주었다. 


박진수도 제꺽제꺽 움직여서 비어낸 선반들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걸래로 닦아내고 넘쳐나온 쓰레기들을 집어서 쓰레기 봉투 안에 집어 넣었다. 


최수연이 무거운 상자들을 순식간에 휙휙 날라주자, 청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뽀얗게 모래와 먼지가 쌓여 있던 선반들이 순신간에 깨끗하게 닦였다. 


그리고 일단 상자들을 밖으로 다 치워서 한곳에 늘어놓자, 어느 상자에 뭐가 들어 있고 어떤 상자들이 중복되었는지 금방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박진수와 최수연은 몇몇 상자에서 물건들을 서로 정리하고, 물건들이 잘못 분류되어 있던 상자들은 재포장하였다. 그리고 나서 상자들을 다시 순서에 맞게, 무거운것 가벼운것, 운동기구 종류별, 학년별로 분류하여 차곡차곡 선반에다가 다시 옮겨 두었다. 


아무리 무거운 상자들이라도 최수연이 피자박스처럼 쉽게쉽게 번쩍번쩍 들어서 쉽게쉽게 옮겨주었기 때문에, 청소를 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가지 물건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던 체육 창고가 깔끔하게 잘 정리된 물류 창고 처럼 변해갔다.


… 어느덧 창고 정리도 거의 마무리가 될 즈음이었다. 


최수연이 박진수에게 갑자기 물어봤다. 


“... 근데, 박진수. 애들이 너 왜 왕따 시키는 거야?”


박진수는 대답없이 고개를 떨궜다. 사실 이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왕따는 당할 이유가 있는 애가 당하는게 아니라, 시켜도 되는 애한테 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하고는 이야기 해 봤어?”


박진수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 나 엄마 안 계셔.”


“...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 아빠는 일 때문에 일년에 6개월은 지방에 출장 다니셔.” 


이게 아이들이 박진수를 만만하게 보는 이유였다.  최수연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장이랑 김민아랑, 걔네들이 주동인거지?”


“응, 거기에 다른 반에서 찾아오는 일진 그룹 몇 명있어.”


“다른 애들은 왜 그 애들 무서워해?”


“애들이 싸움을 잘하는 것도 있는데, 3학년 학교짱 형이랑 친해. 그 형은 조폭들한테 스카웃 되고 그랬데. ”


피식-


최수연의 얼굴에서 알듯 모를듯한 비웃음의 표정이 지어졌다.


“애들이 암만 싸움 잘해봤자, 애들 싸움이지. 선생님들은 뭐라고 안하셔?”


“... 우리 담임은 기본적으로 애들한테 관심이 없어. 거기에 심진혁 엄마가 학부모회 임원이라, 선생님들은 심진혁 말만 들어.”


최수연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진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최수연이 말을 박진수에게 말했다.


“진수야. 내가 조금은 도와 줄 수는 있을 지도 몰라. 근데 결국엔 니가 용감해야돼. “


“...”


박진수는 아무말 없이 표정이 굳어 있었다.


“... 어떻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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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화요일 7시 35분.


드르르륵–


교실문이 열리면서 박진수가 교실안으로 들어온다. 책가방을 제외하고는 빈손이다. 


교실안에는 일진 그룹의 아이들이 어제처럼 뒷편에 진을 치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그 아이들 대부분도 어제에 비해 늦게 도착했었더랬다. 아침형 인간이란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게 아닌 것이다.


교실안에는 그 그룹을 제외하고도 일찍 등교한 다른 학생들도 몇명 있었다.


하지만 일진 그룹은 그 다른 애들은 무시하고, 박진수를 보자 마자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야 빡찐 이 ㅆㅂㅅㄲ야. 어딜 어슬렁어슬렁 이제 기어와..”


“ㅅㄲ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빨리 안뛰어와?”


하지만 박진수는 천천히 걸어 들어올 뿐이었다. 박진수는 교탁 근처에 멈춰 서더니, 그 애들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심진혁, 김민아,  그리고 나머지 애들. 난 오늘부터 니들 말 안들을 거니까, 그런줄 알아라.  그리고 니들도 다른 애들 괴롭히고 그러는거 그만 둬라.. “


박진수의 충격과 같은 선언이었다. 뒷자리에 진을 치고 있던 일진 그룹 애들에게서 부터 고성과 욕설이 이어졌다.


“ㅆㅂ 찐따 ㅆㄲ가 눈에 뵈는게 없나?”


양정훈과 윤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애들이 박진수를 붙잡으러 앞쪽으로 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두 사람은 움직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곧이어 최수연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최수연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면서 자신의 커다란 몸을 문 안으로 들이밀었다. 


사뭇 느끼는 것이지만 굉장한 몸이고, 굉장한 덩치였다. 180센치미터도 넘는 신장에 태평양같이 넓은 어깨.


팽팽하게 늘어난 교복이 간신히 감싸고 읽는 엄청난 부피감. 


최수연의 몸은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산더미였다. 


그리고 그 몸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엄청나게 발달된 근육덩어리 들이었다. 


박진수는 그 실체를 두눈으로 어제 확인을 했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확인하지 않더라도 교복천 아래로 비추이는 갈라진 근육의 선분들의 흐린 모습과,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실루엣은 그 웅장한 신체의 대단함을 모두에게 넌지시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러니 최수연은 그 몸만으로도 어느시간 어느장소에서도 긴장감을 줄수 있는 존재였다. 


순진한 얼굴로 웃으면서 밝은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분명히 박진우와 미리 이야기를 해둔 것이 분명했다. 


갑작스러운 최수연의 등장에 심진혁과 그 일당은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최수연의 존재감이 엄청났던 것이었다. 


이들이 어영부영하는 사이, 박진우와 최수연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앞뒤로 나란히 서서, 줄지은 책상 사이를 지나서, 자기들의 자리 쪽으로 걸어 갔다.


사실 박진우와 최수연의 자리는 지금 일당들이 진을 치고 있는 교실 뒤쪽자리 근처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애들은 놀고 있느라 뒤쪽자리 책상들을 제 자리에서 벗어나 둥그렇게 모아 두고 있었다. 


최수연이 말했다.


“얘들아, 여기 우리 자리 책상들이 흐트러져 있네, 제자리로 좀 돌려놔 줄래?”


“아이 ㅆㅂㄴ 재수없어.”


그 순간 김민아의 앙칼진 목소리가 교실안을 가득 매웠다.


“야 이 미친ㄴ야. 너 뭔데 왤케 싸가지야?  여자라고 봐주고 그러는거 없거든? 야 뭐해 니들은? 쟤좀 어떻게 해봐.”


김민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김민아가 눈에 독기를 품고 주변을 쏘아보자 그 옆에 있던 남자애들이 최수연 쪽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마지못한듯 머뭇머뭇 했다.


다들 말은 안했지만 하나같이럼 최수연의 모습에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일행중에 양정훈도 덩치가 큰 편이었지만 최수연에 비하자면 어림도 없었다. 키는 양정훈과 최수연이 비슷했지만, 어깨 넓이를 비롯한 몸집의 부피는 그냥 보기에도 큰 차이가 났다. 


거기에 교복 아래에 감춰져 있는 최수연의 넓고 커다란 등과 어깨. 그 등과 어깨를 이루고 있는 것은 근육의 덩어리 들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여학생 아니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근육의 양이 절대로 아니었다.


그 넓은 등판과 어깨는 그져 바라 보는 것 만으로 위압적이었다. 남자애들은 최수연의 몸이 주는 위험을 본능적으로 알수 있었고, 그래서 감히 쉽게 나가지를 못했다. 


반면 최수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웃음을 지으면서 자기에게 쭈삣쭈삣 다가오는 남자애들을 바라보았다. . 


파마머리 윤상준이 가장 먼저 최수연의 앞에 접근했다. 스스로 나섰다기 보다는 반쯤은 떠밀린 것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윤상준이 어설프게 파이팅 포즈 같은걸 취하자, 최수연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혀를 한번 끌 차더니, 그 바위덩어리 같은 오른손을 쭉 뻗어서, 윤상준의 멱살을 한손으로 확 틀어 잡아 버렸다.


그러더니 최수연은 그대로 무우 뽑듯이 윤상준의 몸을 쑤욱 들어 올렸다. 윤상준의 몸은 마치 로케트 처럼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갔다. 최수연에게는  아무런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다는 듯이.


그 엄청난 힘을 과시하는 광경에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쿵 –


놀라움도 잠시, 뒤이어 최수연은 윤상준을 옆쪽 책상 위에다가 찍어 버리듯이 내려 놓았다.  엉덩방아를 찧는 같은 충격이 윤상준에게 전해졌다. 엉덩이 꼬리뼈 쪽에 충격이 온듯했다. 통증을 느낀 윤상준의 얼굴은 울상으로 찌푸려졌다.


최수연은 아무런 일도 아니란듯 손을 한번 툭툭 털더니, 이번에는 본인이 남아있는 일진 애들 무리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양정훈과 김준수 두 사람이 어쩔줄 몰라하며 그 앞에 서 있었다. 


최수연이 두 팔을 앞으로 뻗더니, 그 커다란 두 손으로 두 사람의 머리통을 각각 한손으로 꽈악 움켜 쥐었다. 


“으아아아아아.”


두 사람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나왔다. 


최수연의 악력이 두사람의 머리통을 부셔버릴듯이 찍어 누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두 녀석을 허둥지둥 최수연의 팔을 치워 보려고 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양정훈과 김준수의 두 손은 최수연의 두껍고 단단한 손목을 제대로 붙들지도 못했다.


교복 안쪽으로 가려져 있는 최수연의 전완과 손목역시 차돌처럼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 져 있었던 것. 두 사람의 손가락은 그 딱딱한 팔을 제대로 파고 들지도 못하였다.



https://www.pixiv.net/en/artworks/75948302


반면 최수연의 단단한 손가락은 두 사람의 얼굴 위쪽, 정확히 말하자면 이마와 관자놀이 부분을 꼬옥 붙들고 있었다.


무거운 쇳덩어리를 꽉 붙들고 멀리 던지도록 훈련되어 있는 그 단단한 손이었다. 


최수연의 악력은 보통 학생들이 겪어 볼 수 있는 그런 수준을 아득히 벗어났다.


양정훈과 김준소, 두 사람에게는 엄청난 고통이 가해지는 듯 했다. 끄응끄응 소리를 내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르고 온몸을 이리저리 비비 꼬아 보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도저히 최수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삼장법사의 주문으로 테고리가 조여드는 손오공의 고통이 이런것이었을까?


엉덩이뼈 부분의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윤상준 정도를 제외하고, 교실안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이 너무나도 기이하고 경이로왔기 때문이었다. 


최수연은 손에 힘을 가하는 일을 잠시동안 계속하더니, 다음으로는 두 사람의 머리를 붙잡아서 끌어다가 근처 책상 위에다가 눌러 내리기 시작했다.


최수연의 상상을 초월하는 파워에 양정훈과 김준수는 꼼짝달싹 하지 못하고 그대로 질질 끌려다녔다. 


최수연은 두 사람의 머리통을 책상위에다가 짓이기기 시작했다. 


딱딱한 책상에 머리가 눌리면서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났다. 


최수연은 몇 십 초 정도 계속 이 애들의 머리를 짓눌렀다. 감히 누구도 최수연을 막아서거나 말릴 수 없었다. 


양정훈과 김준수는 꺼이꺼이 소리를 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최수연은 책상위에 엎드리고 있는 두 사람 머리위에 고개를 가깝게 가져다 대고는 나즈막히 속삭였다.


“니들은 이제 슬슬 너네들 반으로 가는게 어떨까? 다시 또 우리반 와서 얼쩡거리면 그땐 또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최수연은 일분 정도 더 머리를 누르다가, 비로서 손을 떼어 준다. 


양정훈, 김준수는 이마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 옆에서 윤상준은 엉덩이를 아직도 움켜잡고 있었다. 


최수연이 눈꼬리를 살짝 치켜 올리자 이 애들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서 교실 바깥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다른 반에서 온 여자애들 허유나, 문수정 두 사람도 잽싸게 그 뒤를 따라서 나갔다.


이 애들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최수연은 김민아와 심진혁 쪽으로 더 다가갔다. 그러자 김민아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최수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끄러우니까 너는 좀 저쪽으로 가 있어 줄래?”


최수연이 왼손으로는 김민아의 어깨를 잡더니, 오른손 세번째 손가락으로 김민아의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때렸다.


따아악 —


굉장히 크고 청명한 소리가 교실 안을 채웠다. 


김민아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휘쳥거렸다. 


김민아는 눈앞에서 말 그대로 노란색 별이 반짝반짝 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통 전체가 디잉 하고 울렸다. 이마가 깨져버리는 것 같았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충격이었고 아픔이었다. 


김민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보를 터뜨렸다. 서럽게 우는 목소리가 교실안을 채웠다.. 정지희가 그 옆에서 김민아를 다독여 주었다.


하지만 최수연은 김민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마지막 남은 심진혁 쪽으로 걸어 갔다. 심진혁은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당황해 하고 있었다. 


최수연은 심진혁 바로 옆에 몸을 대더니 어깨동무를 하는 것처럼 자신의 팔을 심진혁의 어깨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팔을 심진혁의 목에다가 감았다.


꽈악–


최수연은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심진혁이 몸으로 느낄수 있도록 해주기 시작했다..


최수연의 어깨 세모근 부분의 부피는 심진혁의 머리통만 했다. 


터저나갈것 처럼 간신히 최수연의 팔을 감싼 교복 소매에는 마찬가지로 심진혁의 머리통만한 알통의 모양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와 있다. 


그 막대한 어깨와 팔이 심진혁의 목주위를 감싸고 돌았다. 


그 어깨와 팔은 딱딱한 근육의 덩어리였다. 그 안에 꽉 죄인 순간 심진혁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 수 있었다. 


흡사 벽돌로 앞뒤에서 자기 목을 누르고 있는 것과 같은 고통스러운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엄청난 파워.


상상도 못해보았던 강력한 힘이 심진혁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통증과 고통이 심진혁의 목주변에 가해졌다. 


“진혁아. 니가 반장인데, 니가 앞장서서 친구들 왕따 시키고 그러면 어떻하냐?”


“윽–윽–”


심진혁은 차마 대답을 못했다. 아니 뭔가 말을 하고 싶어도 철기둥과 같은 최수연의 단단한 오른팔이 심진혁의 어깨와 목을 단단하게 조르고 있는 것이었다. 


심진혁은 몸부림을 쳐보았지만 도저히 최수연의 팔의 조임을 풀 수가 없었다. 


두손과 두팔로 최수연의 팔을 떼어내 보려고 했지만, 그 저항은 최수연에게 간지럽지도 않은 듯 했다. 


오히려 최수연이 귀찮다는듯 팔의 각도를 조금 올리자, 심진혁의 얼굴이 위로 젖혀져 올라갔다. 심진현의 목젖부분이 최수연의 강철같은 오른팔에 상완에 눌리기 시작했고, 이 자세는 방금전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워졌다. 


“같은반 친구끼리 왕따 시키고,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응?”


최수연이 계속 말을 붙였지만 심진혁은 대답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심진혁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고 입가에는 침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숨넘어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수연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글게, 학교다니면서 같은 반 애들끼리 잘 지내야지. 그러라고 반장이 있는 거 잖아 그치?”


최수연은 일부러 그러는지 아니면, 본인의 충청도 억양이 원래 그런건지, 말을 계속 느릿느릿 천천히 이어갔다. 심진혁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넘어서 푸른 빛이 돌기 시작했다. 


“너랑 느그 애들이...  박진수나 아니면 다른 친구 또 못살게 굴면, 내가 그때는 진짜로 가만히 안둘 것이여. 오늘처럼 좋게좋게 이야기 안 할거야. 알겄냐?”


이 말을 마치고도 잠시동안 더 최수연의 팔은 심진혁의 목을 붙들고 있었다. 그러다 옆에서 봤을때도 심진혁이 이젠 한계다 싶을 무렵이 되어서야, 최수연이 심진혁을 풀어주었다. 




https://www.pixiv.net/en/artworks/81150838


심진혁은 케엑케엑 기침을 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최수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 그럼 여기 책상들좀 제자리에 놔줄래?”


심진혁은 죽다살아난 얼굴로 최수연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는 책상들을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 김민아를 위로하던 정지희가 얼른 다가와서 책상을 정리하는 심진혁을 도왔다. 


반면 김민아는 여전히 바닥에 앉아 있는 채였다. 이마에 새빨간 혹이 투옥하고 부어 올라와 있었다. 김민아는 울음은 그쳤지만, 세상에서 가장 표독스러운 눈동자로 박진수와 최수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최수연은 김민아나 심진혁은 이제 안중에도 없다는 듯했다. 책상이 정리되자 최수연은 자기 자리에 앉았고, 뒤이어 박진수도 따라서 그 옆 자리에 앉았다.


사실 이미 3반 교실 안에는 어느덧 많은 학생들이 등교해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는 것은 그 애들이 전부 금방의 이 장면을 보거나 들었다는 말이었다. 


심진혁이 가지고 있던 알량했던 특권은 이 한방에 다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김민아는 자기자리에 돌아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엎드리고만 있었다. 심진혁은 교실 밖으로 나가서 화장실로 가더니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시작종이 올리고 조례가 시작될 무렵에는 반의 모든 학생들이 아침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다 알게 되었다. 


담임 선생은 김민아가 뒤에서 고개를 파묻고 있건, 반장 심진혁이 얼굴이 그늘져서 굳어져 있었건, 반 분위기가 어딘가 들떠있었던 간에, 전혀 알아채지 못하였다. 그냥 어제 체육창고 청소가 아주 잘되어서 학년 주임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나 전해주었을 뿐이었다.


2교시가 끝나고, 3교시 쉬는 시간이 되었을 무렵에는 전교생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게 되었다. 


정작 최수연은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주변 반 아이들이랑 시덥지 않은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 대화에 박진수도 끼어 들게 했다. 


그렇게 박진수는 왕따가 시작된 다음 처음으로 다른 반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


사건이 일어난 것은 4교시 마침종이 울린 다음이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식생활관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반면 최수연은 훈련에 참여하러 운동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순간이었다.


우르르르르– 쾅–


천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교실 뒷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큰소리를 질렀다. 


“ㅆㅂ. 어떤 ㄴ이야 분위기 개 ㅆㅊ낸 ㄴ이?”


3학년 임준호였다. 


인정고등학교 일짱. 


학교 내 부동의 짱 이었을 뿐 아니라 주변 학교들에도 그 명성이 알려진 싸움꾼이었다. 


공고를 다녀도 거칠고 흉폭하다고 여겨질 녀석이 왜 인문계에 와 있는지는 미스테리였다. 원래는 공부도 곧잘하고, 복싱 체육관 다니면서 운동도 하던 녀석이었는데, 어느순간 완전 나락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은 완전 학교에서는 대놓고 내놓은 학생 취급이고, 제발 학교안에서만 사고 치지마라고 선생들이 비는 녀석이었다. 


소문으로는 조폭들한테서 스카웃 받고있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과연 키도 크고 몸도 탄탄하고 날렵해 보였다. 


얼굴은 굉장히 흉악하고 사나운 표정을 짖고 있었다.  입에서는 뭔가 사나운 욕설을 끊임 없이 내뱉고 있었다.


임준호의 뒤로는 심준혁과 양정훈, 윤상준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1학년 3반의 학생들은 순시간에 공포분위기에 휩쓸리며 조용해 졌다. 


최수연만 빼놓고.


운동부 준비물을 챙기던 최수연은, 아무일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면서, 임준호 쪽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면서 말했다.


“아, 혹시 저 찾으러 오신건가요?”


“이 ㅆㅂㄴ이, 뭐야, 너, 이 ㅆㅂㄴ아. ”


“하, 3학년 선배인거 같은데 말 참 무식하게 하네. 3년동안 학교 폼으로 다녔나. ”


최수연은 전혀 겁먹지 않고 임준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한마디 한마디씩 임준호를 받아쳤다. 덕분에 임준호가 처음 만들어 냈던 공포 분위기가 상당히 희석되었다.  아니 교실안에 남아 있던 학생중 몇명은 벌써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임준호는 당연히 지금 상황이 상당히 맘에 안들었다. 


“ㅆㅂㄴ이 죽을려고? 지금 장난해 ㅆㅂㄴ아?”


임준호가 주먹을 쥐고 최수연에게 달려들려고 했는데, 심준혁과 다른 애들이 임준호를 뒤에서 붙잡는다.


“준호형, 교실에선 안돼요.”


“뭐 ㅆㅂ?”


임준호가 위협하며 노려보자 심준혁도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수그린다.  교실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최수연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심준혁의 만류 때문인지 임준호는 최수연에게 즉각 달려들지는 않았다.


“ㅆㅂㄴ아. 학교 끝나고 후문밖 공터로 뛰어나와.. 안나타나면 거기 왕따 ㅅㄲ건 누구건 할꺼없이 다 조져 버릴줄 알아.”  


최수연은 피식 웃음을 짓는다.


“하, 그쪽이야 말로 겁먹고 도망가지 마시지. 무서우면 똘마니건 친구건 다 데리고 오던지.”


“ㅆㅂㄴ. 너 죽을때 까지 쳐 맞고 돌림빵 당할 줄 알아라. ㅆㅂㄴ아. 뚱뚱해서 따먹지도 못할 ㄴ이.”


임준호는 사나운 표정으로 으르렁 거린다. 심준혁과 그 친구들이 여전히 임준호의 앞을 가로 막고 당장 싸움으로 번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심준혁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임준호를 데리고 와서 교실 안에서 진짜로 싸움이 벌어지면 입장이 곤란해 지는 것이었다. 


최수연은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실실거리며 임준호의 속을 박박 긁고 있었다. 


“그러등가. 아, 근데 나 훈련 6시에 끝나니까 그거 끝나고 갈께.”


“뭐, ㅆㅂ, 뭐 ㅆㅂ, 뭐?.”


임준호가 마지막으로 화를 냈지만, 여전히 심준혁등의 만류를 뿌리치지 못하고, 끝내 깨치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반면 최수연은 여전히 이죽거리고 있었다.


박진수가 걱정어린 눈으로 최수연을 쳐다본다. 하지만 최수연은 그냥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박진수, 괜찮으니까 걱정마. 이렇게 될거 다 알고 있었잖아, 그치? 나 늦었다. 이따 봐..”


최수연은 이렇게 말하고 서둘러 교실밖으로 나가 운동장쪽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하교길의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심준혁과 그 일당이 박진수가 다른데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았던 것이었다.


아침에 최수연에게 혼줄난 것이 있어서, 차마 박진수에게 폭력을 행사하지는 못했지만, 박진수를 분명하게 약속장소인 후문뒤 공터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후문뒤 공터라는 곳은 사실은 학교에서 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이 모래와 자갈이 깔린 공터지만 몇년후에 아파트가 지어지기로 정해졌다고 들은 곳이었다. 나중에 케이마트 들어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박진수와 심준혁 일행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들은 한참을 임준호와 최수연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현장에는 이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상당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공터 주변에 몰려서 삼삼오오 짝을지어 주변에 진을 치고 앉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윽고 먼저 임준호가 자기 친구 두명을 데리고 나타났다.이 두면은 임준호와 어울리는 패거리들로, 인정고등학교 학생은 아니었다. 


임준호는 심준혁과 그가 데리고온 박진수 쪽으로 접근해 왔다. 


“이 ㅅㄲ가 그 왕따 ㅅㄲ냐?”


임준호는 박진수를 보더니 심준혁에게 물었다. 심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너부터 좀 맞고 시작하자.”


그렇게 구타가 시작되었다. 


임준호가 매서운 실력으로 주먹을 휘둘러서 박진수의 얼굴을 때렸다. 박진수는 그 빠르고 강한 주먹을 차마 막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그 강한 주먹을 그대로 얼굴에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일어나 이 ㅅㄲ야.”


임준호는 쓰러진 박진수를 구두발로 한번 걷어 찬다. 옆구리 부분에 발자국이 생긴다. 박진수가 크흑 하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아까의 주먹보다는 나았다. 발은 임준호의 주무기가 아니었다.


“야, 이 ㅅㄲ 일으켜 세워.”


임준호가 으름장을 놓지만 심준혁 패거리는 살벌한 분위기에 움츠러 들었는지 쭈삣거리기만 하고 제꺽제꺽 움직이지 못했다. 임준호의 친구 두명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박진수의 각각 한쪽 어깨를 붙잡아들고 박진수를 일으켜 세웠다. 


“이 ㅆㅂ 재수 없는 ㅅㄲ. 왕따 ㅅㄲ가 어디 ㅈㄴ ㅆㅂ 무서운줄 모르고 ㅆㅂ.”


임준호는 먼저 박진수의 싸대기를 사정없이 때렸다.


짜악.


박진수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박진수는 충격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ㅅㄲ 똑바로 못해?”


이번에는 임준호는 주먹을 말아쥐더니 박진수의 배부분을 그대로 올려치듯 가격했다. 


울컥–


박진수의 몸이 살짝 공중으로 떠올른것 같기도 했다.


복싱을 조금 배웠다는 임준호였다. 대충 친거 같지만 제대로된 보디블로우가 들어갔다. 


굉장한 충격이 박진수의 몸에 전해졌다. 아까 얼굴을 얻어맞은것도 그렇고, 임준호의 펀치는 심준혁이니 하는 애들이 괴롭히면서 구타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주고 있었다.


박진수는 몸에 힘을 잃었다. 그대로 쓰러지고 싶었지만 그의 몸을 붙들고 있는 두 사람이 그렇게 쉽게 쓰러지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우에에엑–


위장에 온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박진수가 꿀럭하고 토사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이 ㅆㅂ 더러운 ㅅㄲ.”


임준호의 구둣발이 박진수의 정강이를 걷어 찼다.  빠각 하는 충격이 전해졌지만, 주먹으로 맞았던 것에 비하면 훨씬 견딜만 했다.


토하는걸 멈춘 박진수를 다시 한번 때리려고 임준호가 손을 쳐드는 순간 공터 저편에서 누군가가 고함을 쳤다.


“야, 그 손 못놔?”


최수연의 목소리였다. 


반팔, 반바지의 학교 체육복 차림이었다. 육상부 유니폼 위에다가 체육복을 걸쳐입고 온듯 했다. 


덕분의 최수연의 우람한 팔과 다리가 어떤 근육으로 이루어 져 있는지, 공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반바지 체육복 아래로 뻗어나온 최수연의 두 다리의 부피감은 무슨 드럼통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커다랗고 둥그런 허벅지를 이루고 있는 단단한 근육의 덩어리들은  금방이라도 지진이 일어나서 땅을뚫고 이리저리 융기해서 올라온 바윗돌들의 뭉치와도 같았다. 


인상적인 넓다리 네갈래근은 힘차게 뻗어나간 근섬유의 줄기들이 단단하게 얽히고 아름답게 뭉침으로서 구성되어 있었다. 


종아리 부분을 이루고 있는 긴종아리근과 짧은 종아리근도 마찬가지였다.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아니라 단단한 근육의 덩어리들이 쩌억쩌억 분명하게 갈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바윗돌과 같은 어깨 근육 아래로, 흉악한 몽둥이처럼 늘어져 내려와 있는 굵은 양 팔이었다. 


최수연의 신체 다른 어느 부위와 마찬가지로 그 두 팔 역시 두껍고 튼튼한 근육의 덩어리들이 얼기설기 붙어서 구성되어 있었다. 


노끈처럼 단단한 근섬유 줄기들이 뭉쳐서 자갈과도 같은 잔근육들을 만들어 내고, 그 잔근육의 물결들이 모여서 쇠몽둥이와도 같이 묵직한 세갈래근과 두갈래근의 알통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람의 팔이라기 보다는 고릴라의 팔과 같은 야성적인 힘이 보기만 해도 느껴졌다. 


이 흉악한 팔근육을 전시하는 것 만으로, 흉기를 내비치는 것과 비슷한 위압감을 주변 사람들에게 줄 수 있었을 것이었다. 


최수연은 큰 동작으로 한걸음 한걸음 임준호가 있는쪽으로 다가왔다. 걸을때마다 그 드럼통 같은 다리짝에서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https://www.pixiv.net/en/artworks/89026799


거기에 최수연의 평소에는 귀여웠던 얼굴에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이 올라와 있었다. 


그 분노한 모습과 엄청난 근육질의 팔다리의 형상에 임준호도 잠시 속으로 위축 되었으나, 임준호는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을 더 험상궂게 구기면서 사정없는 욕설을 내뱉었다.


“ㅆㅂㄴ. 너 오늘 ㅂㅈ를 찢어서 죽여 버린다. ㅆㄴ야.”


최수연은 조금도 물러섬이 없다. 그저 여전히 성난 표정을 짓고 있다.


최수연은 임준호 앞에 충분히 가까이 다가온 다음 멈추어 서더니, 두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두 손은 허리에 얹은채 몸을 쫘악 펼치고 섰다.


산더미 같은 그 근육질의 몸체의 장대한 모습이 그렇게 위압적일 수 없었다.


박진수 주변에 서성이고 있던 심진혁과 그 일행, 그리고 임준호가 데리고 온 두 친구들 마저도 최수현의 이 야수같은 모습에 겁을 짊어 먹었다. 


“시끄러우니까 빨리 덤벼.”

 

최수연이 짧게 던졌다.  


“이 ㅆㅂㄴ이.”


마침내 임준호가 최수연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몸을 날린것은 아니었다. 


임준호도 배운 가락이 있어서 훈련을 통해 몸이 익어 있는 대로, 스텝을 밟으면서 두손을 올려 파이팅 포즈를 만들고, 상체를 움직이면서 계산적으로 접근하였다.


사실 보통의 길거리 싸움을 하는 애들은 이정도 움직임만 보여줘도 도저히 따라가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임준호가 경쾌한 스텝으로 최수연에게 접근하는 동안, 최수연도 역시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을뿐 조금도 움직 이지도 않았다. 


최수연이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한 임준호는, 자신있게 허리와 어깨를 함께 움직이면서 오른팔을 들어올려 수평으로 휘둘렀다.


막싸움 하는 애들이 붕붕 휘두르는 펀치 따위가 아니라, 깨끗한 폼의 숏훅이었다.


한번에 얼굴을 박살낼 요량으로 턱을 노리고 들어간 펀치였다. 


티익–


펀치 스피드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임준호였다. 


하지만 임준호의 훅은 어느사이 인가 휘두른 최수연의 팔에 막혔다. 


멜론과도 같은 크기의 두꺼운 삼두근이 쩍쩍 갈라져 있는 최수연의 팔이 순신간에 움직였다. 


사실 그 무겁고 두툼한 팔이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수연이 허리춤에 얹어 놓았던 팔을 무슨 파리 쫏는 것처럼  휘익 소리와 함께 휘둘렀던 것이었다. 


몸무게를 싣고 허리와 어깨를 사용해서 휘두르던 임준호의 펀치였지만, 그렇게 최수연은 팔을 가볍게 휘두른 것 만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자신의 손등으로 그 펀치를 정확하게 쳐서 흘려버리고 만 것이었다.


임준호는 펀치를 날렸던 팔이 튕겨져 나가면서 몸에 균형을 잃고 스텝을 헛딪었다. 


사실 마음만 먹었으면 최수연이 이 순간 빈틈을 노려서 주먹을 지르건 발로 차건 해서 임준호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수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시금 손은 허리에다 짚은채로, 차가운 눈초리로 임준호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너 하고 싶은거 다 해보라는 표정이었다. 


임준호는 당황했지만, 이내 중심을 다시 잡고 다시 최수연 쪽으로 파고 들었다. 


이번에는 주먹을 아래쪽에서 위로 올려치면서 최수연의 명치를 강하게 노렸다.


최수연은 굳이 막거나 피하지도 않고, 임준호의 주먹을 그냥 몸으로 받아냈다.


티이익–


세상에 이럴 수가.


임준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의 몸을 때리는 기분이 아니었다. 


금방 모래를 가득 채워서 조금의 여유도 없이 단단하게 뭉쳐있는 샌드백을 글러브 없이 맨손으로 내려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건물 벽을 맨손으로 내리친것 같은 단단함이 었다. 


임준호의 주먹은 말그대로 튕겨져 나왔다. 


체육복에 가려져 있는 최수연의 복부역시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잘 발달된 근육의 덩어리 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 얇은 면재질의 체육복 뒤쪽에는 바윗돌만큼이나 단단하게 단련된, 빨래판 만큼이나 선명하게 나누어져 있는, 조각상 만큼이나 아름다운 복근의 블럭들이 튼튼하게 엮어서 불침의 성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근육 덩어리들의 두께와 강도는 비단 임준호 아니라도, 다른 일반적인 학생들이 상상할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임준호의 맨손 주먹이 최수연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아니 임준호가 그나마 주먹을 휘두르는 훈련을 했었기 때문에, 팔목을 삐거나 손가락을 다치지 않았다는 쪽이,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서 더 올바른 설명이었다. 


임준호는 적잖이 당황하였지만, 그의 몸은 기존의 훈련을 통해 익숙해져 있었던 대로, 쉼없이 제이 동작, 컴비네이션을 이어갔다. 왼손을 수평으로 휘둘러서 최수연의 옆구리에 다시금 펀치를 내지른 것이었다. 


티이익–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빴다.


임준호의 왼손은 오른손보다 살짝 부정확 하게 들어갔다. 반면 최수연의 옆구리의 배바깥빗근 역시 최수연의 경이로운 근육질의 몸집 그 어디에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강인하게 발달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체육복을 살짝 열어 보기라도 한다면, 노끈처럼 굵은 근섬유들의 다발이 일정한 방향으로 촘촘하게 발달되어 아름다운 빗살 무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었다.


복근과 마찬가지로 이 빗살무늬의 근육들 역시 최수연의 몸 코어부분의 불침의 성벽을 구성하고 있었다. 


복서로서 프로급도 아닌 임준호의 실력 가지고서는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흠집을 만들어 내는 일이 불가능 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임준호가 내지른, 최수연의 몸통을 향했던 두번의 바디 블로우 컴비네이션은 최수연의 강철과도 같은 근육질의 성채앞에 그야말로 완전한 무위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임준호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해졌다. 학교내에서 일짱 칭호도 받고 덩치크고 싸움좀 한다는 놈들과도 여러번 붙어 보았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었다.


이정도 벽은 아마도 프로 헤비급 복서랑 시합을 해야 겨우 느끼게 될 것이었다. 


아니 임준호와 최수연 사이의 피지컬적인 격차는 사실 그것 보다 더 컸었다. 


임준호도 이제 슬슬 그것을 알았는지 얼굴이 초조함에 사색이 되기 시작했다. 


“이야야야–”


임준호가 고함을 지르면서 몸을 날리며 펀치를 날렸다. 


그렇게 날아간 펀치는 최수연의 턱을 향했다. 


당황했기 때문이었을까? 몸을 날려서 팔을 쭉 뻗기는 했지만 스트레이트에 제대로 체중이 실리지 않았다. 


최수연도 그것을 알고 있는듯 했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팔을 들어서 주먹을 쳐내는 대신 그냥 가만히 펀치가 날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만 있었다. 


임준호의 펀치가 최수연의 턱에 닿았다. 


그러나 최수연은 고개만 살짝 뒤로 까딱 했을 뿐이었다. 


임준호의 펀치의 충격량은 최수연의 턱을 제대로 흔들거나, 두개골과 뇌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주 살짝 펀치를 탄것 만으로도 임준호의 펀치는, 최수연의 소녀스러운 얼굴 아래쪽을 받치고 있는 목과 어깨부분,  탄탄한 넓은 목근과 그 뒤로 코브라의 머리처럼 넓게 뿜어져 나오고 있는 두꺼운 등세모근이 받혀주는 힘에 그대로 상쇄되어 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렇듯 자신이 힘껏 날린 펀치들이 아무런 성과 없이 흩어져 버리는 것을 확인한 임준호는 황망하여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했다. 


최수연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하고서 말했다.


“다한 거지?”


이말과 동시에 최수연의 몸이 드디어 움직였다. 최수연은 두팔을 휙 하고 뻗어 임준호의 두 손을 붙잡았다. 그 동작이 어찌나 빨랐던지 임준호는 어떻게 피하거나 막을 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두 손을 붙들리고 말았다.


이제 최수연은 두손에 힘을 주었다. 그 무쇠와도 같은 팔의 근육이 꿈틀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상완과 전완에 조약돌 같이 붙어있던던 근육덩어리들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고, 힘줄이 당겨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아름다운 신체의 모습은 신고전주의 그림 속의 신화적 영웅과도 같았다. 


아아아악 —


임준호가 비명을 지른다. 그 엄청난 악력에 임준호의 두 손이 찌그러지고 부서지고 있었다. 손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허나 최수연은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최수연은 임준호의 두 손을 꽉 붙들어 짜내면서, 두 팔을 아래로 눌러 내렸다. 


그 장엄한 어깨의 근육의 능선역시 움찔 거리기 시작했다. 볼링공과 같이 둥그스름하던 어깨의 근육 덩어리들이 한층 더 부풀어 올랐다. 그 덩어리를 이루는 근육 섬유들이 저녁하늘에 반짝이는 바닷물처럼 자르르 흔들리며 꿈틀거렸다. 


그 믿을수 없는 힘에 도저히 저항을 못한채 임준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임준호는 최수연 앞에 무릎을 끓고 쓰러졌다. 두 손은 여전히 최수연에서 단단히 붙들린 상태였다. 



https://www.deviantart.com/makiya-makiya/art/Pro-wrestling-382386118


지걱지걱 뼈가 아스라지는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듯 했다. 


최수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두손에 힘을 계속 가해 나갔다. 임준호의 손바닥과 손가락 뼈를 하나도 남김 없이 완전히 갈아 버리기라도 할 기세 였다. 


한참동안 임준호의 비명이 계속되는가 싶더니, 최수연이 마침내 그 손을 놓아준다.


임준호는 무릎을 꿇은 채로 몸이 무너져 내렸다. 완전히 부서진 손의 통증 때문에 감히 그 손을 바닥에 짚을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최수연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다음으로 최수연은 임준호의 뒤통수를 붙들더니, 그대로 임준호의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그리고는 자갈이 깔려있는 흙바닥에다가 임준호의 얼굴을 문대기 시작했다. 임준호는 얼굴이 긁히면서 흙과 먼지로 더러워 졌고, 입안에도 모래가 들어갔다. 




https://www.deviantart.com/lh1/art/MowiPromo-883976205


몇십초간 그렇게 얼굴을 땅바닥에 문지르던 최수연은, 다시 임준호의 뒤통수를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임준호의 두 팔을 다시 붙잡아 등 뒤쪽으로 꺽으면서 잡아당겼다. 


그러면서 최수연의 돌기둥처럼 두꺼운 허벅지가 움직이더니 무릎으로 임준호의 등허리를 받혀 눌렀다. 


흡사 고래에게 붙잡힌 새우처럼, 임준호의 허리가 꺽여지고, 양 어꺠가 뽑혀나갈듯이 힘을 받았다. 


고통의 스트레칭이 다시한번 이어졌다. 임준호의 비명소리는 아까보다 작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아까보다 고통을 덜 받고 있기 때문은 분명히 아니었다. 


최수연은 다행히도 임준호의 등뼈를 부수지는 않았다. 


최수연이 손에 힘을 풀었다. 임준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최수연은 임준호의 몸을 붙잡은 채로,한쪽 무릎을 끓고 다른 무릎을 세운 자세로 바닥에 주저 않는다. 그리고 임준호의 몸을 엎어서 자기 무릎 위에다가 얹어 버렸다. 


최수연은 지금 마음 단단히 먹고 임준호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인정고등학교에서 박진수에게 가해지고 있던 왕따행위와 그 행위의 주도자였던 일진 그룹의 위세는 근본적으로 임준호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임준호의 폭력에 대해서, 학교와 그 시스템이 제대로된 대응을 못하고 있었고, 그 권위 위에 심진혁이니 하는 애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수연은 이 자리에서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그 폭력의 지배가 끝나고 있다는 것을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수연은 손에 사정 봐주는 것 없이 임준호를 완전하게 무너뜨리고 있었고,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모욕을 줄 생각이었다. 


최수연의 단단한 손이 임준호의 바지춤을 흩어나갔다. 우직하는 소리와 함께 바지의 버클 부분이 부서졌다.


쓰윽 하고 최수연이 손을 잡아 내리자 임준호의 바지와 속옷이 한꺼번에 벗어 내려가서, 그 엉덩이가 공중에 노출되었다.


맨살이 허공에 노출되었지만 외설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창피하고 민망하다는 느낌 뿐이었다. 


최수연은 아무 망설임 없이 임준호의 볼기짝을 그 커다란 손으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짜악–


짜악–


최수연의 손바닥은 흉기와도 같은 최수연의 근육질 팔의 끝에 달려 있었다. 


그 불가능할 정도의 근육덩어리의 팔이 온힘을 다한 스윙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수연의 손바닥이 임준호의 엉덩이에 내려앉을 때마다 천둥이 치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났다. 


임준호의 엉덩이는 멀리서 보기에도 분명히 눈에 들어오도록 새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이미 망신창이가 된 임준호는 조금도 저항 할 수 없었다. 아니 저항하려고 해도 그의 등을 단단하게 눌러내리고 있는 최수연의 근육덩어리 왼팔과, 그의 몸을 떠받치고 있는 최수연의 막대한 허벅지 근육들 사이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세대. 네대.


장난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최수연이 팔을 내리칠때마다 그팔에 붙어있는 멜론과도 같은 근육의 뭉치들은 사나운 모양으로 꿈틀 거렸다. 


손을 내리치는 순간순간마다 휘이잉 하는 바람소리가 났다. 


쇳덩어리를 던지는데 익숙한 최수연의 단단한 손바닥은 어지간한 각목이 주는 충격보다 더 강한 힘으로 임준호의 엉덩이에 내리 꽂혔다. 


그 스윙에 정통으로 맞는다면 태권도 시범에 쓰이는 어지간한 얇은 나무 합판 따위는 단번에 수십장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이었다. 


그 손이 내려 꽂힐 때마다 임준호의 엉덩이가 부어올랐다. 처음 한번에 빨갛게 손자국이 남더니 그 다음 부터는 시퍼런 피멍 자국이 들기 시작했다. 


최수연이 내려치는 볼기짝은 계속 이어진다. 셋, 넷, 다섯, .. 열, 열다섯을 지나도록 내려치는 속도와 강도에 줄어듬이 없다.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임준호는 이미 움직이지를 못했다. 


열아홉. 스물. 


마침내 최수연은 손을 멈췄다.  짜악짜악 소리만 울리고 있었던 공터에 마침내 정적이 찾아 왔다. 


임준호는 최수연의 무릎과 팔 사이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그의 몸은 이미 망신창이 였다. 


땅바닥에 긁힌 얼굴은 흙투성이에 상처가 나서 피가 배어나왔다.


두손은 최수연의 악력에 의해 부서지고 뭉개져 있었다. 손가락이 부러져 있었고 손바닥과 손등의 뼈도 부서져 있었다. 


양어깨는 탈구가 되었던지 아니면 인대가 늘어났다. 


엉덩이 부분은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푸루둥둥한 피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제대로 일어나서 걸어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수연은 임준호를 바닥에 떨구었다. 



https://www.pixiv.net/en/artworks/82285788


그리고 눈을 치켜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구경하러 왔던 학생들을 포함해서 공터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똑똑히 보았다. 


내일이면 전교의 모든 학생들이 알게 될 것이고, 근처 학교 학생들도 알게될 것이었다. 


최수연이 임준호가 데려온 두명의 친구들을 째려보았다.


“너희들도 한번 붙어 볼겨?”


최수연이 으름장을 놓자 두 사람은 쩔쩔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사람은 쓰러진 임준호 쪽으로 다가와서는 그의 상태를 살폈다.


다음으로 최수연의 눈이 심진혁과 그 패거리와 마주쳤다. 


최수연이 아무 말도 하기 전에 양정훈이 먼저 겁을 먹고 말했다.


“아니야, 최수연. 우린 아무것도 안했어. 진짜야.”


최수연은 그 애들은 무시하고 박진수에게 다가갔다. 박진수는 그 사이에 자기 몸을 추스려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까 임준호에게 맞은 곳이 욱신거렸지만 크게 다친것 같지는 않았다. 


“괜찮어, 진수야?”


최수연의 얼굴은 어느틈에 풀어져 있었다. 학교에서와 같은  밝고 상냥한 목소리로 박진수에게 안부를 물어보았다. 


“으응.. 괜찮아. 너는?”


최수연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최수연이 박진수를 일으켜 주었다. 박진수도 확실히 괜찮아 보였다.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길었던 왕따생활, 일진들과 폭력에 의해 강요되었던 그 생활이 끝났다는 해방감이 그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최수연이 박진수에게 말했다.


“우리 기분도 꿀꿀한데 있다가 이따가 영화나 보러갈까?”



7시 45분. 


산천 시내에 괜찮은 영화관은 딱 하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아파트 단지 들어오면 기가박스 체인 들어온다는 말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그전까지는 이 영화관 하나 뿐이었다. 


최수연과 박진수는 영화표를 예매한 다음 영화관 건물 옆 햄버거 가게에서 같이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8:15분에 시작하는 케이튼 이라는 영화였다. 특수부대 출신 남자가 납치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갱들과 싸우는 액션 영화라고 했다. 


영화표는 더치페이 했지만, 햄버거는 박진수가 사는 것으로 했다. 


박진수의 아버지는 오래 출장을 다니면서 박진수에게 생활비와 용돈을 넉넉하게 주고 가는 편이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박진수가 일진들의 타겟이 되서 삥을 뜯기게 되었던 것이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최수연은 그 커다란 거대맥스 버거를 벌써 세개 째 입안에 넣고 있는 중이었다. 


박진수와 최수연은 그렇게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며, 뭐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이야기나 나누면서 낄낄거리는 중이었다. . 


박진수로서는 이렇게 친구와 이야기하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얼마만의 일인지 몰랐다. 


그래서 그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https://www.pixiv.net/en/artworks/71379573


“최수연, 넌 근데 진짜 많이 먹는다.”


“뭐래 진짜. 야, 나 운동부거든? 운동부는 원래 이정도 먹어.”


박진수의 농담에 최수연이 받아쳤다. 둘은 어제 처음 만난 사이지만 벌써 한 5년은 친구한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였다.


“아아아악 — “


가게 문쪽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문이 활짝 열리면서 인상이 험악하게 생긴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대머리 남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팔과 어깨에는 이상한 문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누구 한사람이 더 있었다. 


임준호였다. 얼굴에는 붕대를 감고, 두 팔에는 깁스를 하고 있었다. 


임준호는 깁스한 팔로 박진수와 최수연쪽을 가리켰다. 


“저쪽이에요.”


대머리 남자는 박진수와 최수연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손에는 무엇인가 들려 있었다. 


칼이었다.


소위 말하는 사시미칼. 조직 폭력배들이 사람들 쑤실때 쓴다는 그 물건이었다. 


칼을 든 험상궂은 남자가 햄버거 가게안을 쿵쿵거리면서 들어오는 광경에, 출입문 근처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비명을 질렀던 것이었다. 


박진수는 겁에 질려 어쩔줄을 몰라했다.


반면 최수연 쪽은 침착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먼저 최수연은 용수철이 튀어오르듯 신속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나서 자기가 앉아 있던 의자를 바닥으로부터 뽑아들었다.


그렇다. 의자를 바닥으로부터 뽑아 들었다.


박진수와 최수연이 앉아 있던 의자는 학교의 책걸상과 같은 의자가 아니었다. 


미국식 인테리어 유행을 따른 햄버거 가게였다. 높은 바형 탁자.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놓은 하이 체어 스타일의 의자. 즉 금속 기둥이 높게 솟아올라 있고, 그 위에 동그란 쿠션과 작은 등받이가 달린 그런 의자였다. 


그리고 그 금속 기둥은 가게 바닥에 못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최수연은 그렇게 못으로 고정시킨 의자의 기둥을 바닥으로 부터 뽑아 들었던 것이다. 


최수연이 의자를 뽑아드는 순간, 최수연의 온몸의 근육들이 다시한번 신묘한 파워를 만들어 내었다. 울퉁불퉁한 이두근과 삼두근은 멜론만한 크기로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힘을 만들어 내었다. 드럼통과 같이 두꺼운 두 다리는 콘크리트 건물의 기둥과도 같은 안정감을 제공하며 그 무게를 받혀주었다. 절구통과 같이 막대한 부피의 코어근육 역시 최수연의 온몸이 효율적으로 그 힘을 전달하도록 탄탄하게 버티어 주었다. 


그렇게 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 타일이 부서지면서 금속 기둥 및 의자와 함께 바닥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순간 회칼을 든 폭력배 같은 남자가 최수연을 향해 달려 들었다. 그러나 최수연쪽이 한발 빨랐다. 최수연은 뽑아든 의자의 금속 기둥 부분을 마치 창처럼 휘두르며 남자의 어깨쪽으로 강하게 찔렀다. 


퍼억.


최수연쪽의 리치가 훨씬 길다. 폭력배는 어깨에 강한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뒤로 벌렁 자빠졌다. 

그러면서 들고 있던 칼은 바닥에 떨어 뜨렸다. 


최수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폭력배 위에 올라앉는다. 최수연의 묵직한 몸이 폭력배의 몸위에 얹어지자, 그 힘과 무게에 폭력배가 어헉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 형세는 흡사 먹이를 사냥하는 곰이 방금 잡은 먹이감 위를 올라탄 것과 같았다.  


최수연의 근육질의 거체는 쓰러진 폭력배의 몸을 단단하게 사로잡았다. 


무릎을 끓고 앉은 최수연의 기둥처럼 굵고 단단한 두 다리가 폭력배의 가슴팍을 양쪽에서 커다란 핀셋마냥 고정시켜 눌렀다. 


최수연의 돌덩이 같이 단단한 두 허벅지가 폭력배의 갈비뼈를 양쪽에서 조이고 있었다. 아스라이 그 갈비뼈에서 피이식 하면서 금이 가는 소리가 늘렸다. 


최수연의 근육질의 왼팔은 쭉 내려서 폭력배의 가슴팍 위쪽 부분에 얹고 누르고 있었다. 


포탄과도 같은 둥그런 세갈래근의 조각들이 최수연의 왼팔에서 울퉁불퉁 튀어나왔다. 유압기 프레스가 압축하는 것과 같은 강한 힘이 최수연의 손끝에서 발휘되었다.


폭력배는 도저히 그 강한 손길을 거슬러, 몸을 일으켜볼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폭력배는 팔을 휘둘러서 최수연의 손이나 다리를 밀어내 보려고도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폭력배의 팔은 이상한 문신으로인해 지저분 해 보이기만 했을뿐, 근육으로 뭉쳐진 최수연의 두꺼운 무쇠덩어리와도 같은 팔에 비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앙상하고 갸냘펐을 뿐이었다. 살짝 과장해서 비유하자면 인도네이아 산림에서 갓 자른 원목의 둥치와 동네 가로수의 앙상한 나뭇가지 만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팔이 낼수 있는 힘의 양에서 도대체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폭력배가 자꾸 꿈틀 거리자 최수연이 이번에는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철기둥과 같은 두 다리였다. 두툼하고 아름다운 네갈래근을 이루고 있는 근섬유들은 흡사 강철의 코일처럼 질기고 단단하였다. 그 질긴 근육들이 아름답게 뭉처져서 거대한 근육을 이루는 모습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사람들이 탐미하던 바로 그 미학적인 모습의 완성이었다. 


그 네갈래근육이 만들어내는 파워 또한 경이로운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갈비뼈에서 아삭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폭력배가 비명을 질렀다. 폭력배의 입에서 외설스러운 욕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짜악–


최수연이 폭력배의 얼굴에 따귀를 때렸다. 


폭력배가 눈깔을 치켜뜨며 몸부림을 더 심하게 쳤다.


짜악 –


최수연의 따귀가 계속 되었다. 


짜악 –


짜악 –


네대째 따귀를 맞는 순간 폭력배가 조용해 졌다. 자기의 갈비뼈를 누르는 최수연의 두 무릎의 기계와도 같은 힘. 자기 가슴팍을 누르고 있는 무쇠와도 같은 왼팔의 힘.


그리고 따귀를 내려치는 최수연의 오른팔. 거기에 달려있는 보기만 해도 흉악하고 무시무시한,  꿈틀꿈틀 거리는 근육 덩어리들의 뭉치. 


폭력배는 자기가 도저히 이 여학생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깨달은 것이었다. 


“여기 누가 경찰좀 불러주세요.”


박진수는 가게에서 일하던 알바생 누나들에게 이런 부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미 누군가 벌써 경찰을 부른 상태이긴 했다. 


최수연은 폭력배가 완전히 제압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임준호는 어느샌가 도망가 버리고 없었다. 


최수연의 부탁을 받은 박진수는, 최수연의 가방에서 폴더폰을 꺼내서 최수연에게 건내주었다. 최수연이 여전히 폭력배를 깔고 앉아 제압한 자세에서, 스피드 다이얼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응, 나 아빠 딸내미.”


수화기 저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아빠. 나 부탁이 있는디, 산천서장님 한테 전화좀 걸어줘. 나 지금 여기 무슨 조폭 같은 사람 한명 붙잡았거든.”


수화기 저쪽에서 귀청을 찢을듯한 사나운 소리가 들려온다.

 

“... 아냐, 아냐.. 그런거 아냐. 나 괜찮고, 이 사람이 난대없이 공공장소에서 소란 피운거 내가 잡은 거유.”


또다시 들려오는 고함소리.


“.. 아따. 그정도로 해서 딸내미 귀 먹겠어? 응응.. 알았어. 이따가 집에가서 내가 이야기 할께. 끊어요. 알라뷰.”


전화가 끝났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었지만 최수연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다. 그것도 경기남부 경찰청에서 상당히 높은 직책에 있으신 분이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결국 박진수와 최수연은 영화를 같이 보는데 실패했다. 


두 사람은 출동한 경찰이 난동을 부린 조직폭력배를 연행했을때, 그 사건의 정황과 진압 과정을 청취하기 위해서 경찰서에 같이 출두해야 했던 것이었다. 


최수연 아버지의 전화와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들은후, 경찰은 이 두 학생은 별 혐의 없이 집으로 돌려 보내줬다. 



그 다음부터는 간단한 후일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다음날 조례시간에도 담임선생님은 아무런 내색을 안하셨다. 그 다음날 조례 시간이 되서야, 담임선생님은 겨우 최수연과 심준혁에게 물어 봤을 뿐이었다.


“야, 최수연. 너 심준혁이랑 싸웠냐?”


최수연이 뭐라고 답하기 전에, 그 옆에 서있던 같은반 친구 서진태가 먼저 대답했다.


“아니에요 선생님. 심준혁이 박진수 괴롭혔는데, 최수연이 구해준 거에요.”


담임 선생님은 이게 무슨소리인가 어리둥절해 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일주일 뒤 최수연, 심준혁, 박진수는 교무실에서 교감선생, 학생주임, 그리고 담임선생과 면담을 한다. 심준혁의 어머니도 잘 차려입고 나와 있었다. 박진수의 아버지는 불참. 그리고 최수연의 아버지는 정복을 입고 참석하고 있었다. 


경찰 정복을 입고 계급장까지 달고 있는 최수연 아버지는 회의실 안에 확실한 존재감을 불어 넣고 있었다. 


선생들의 몇가지 질문에 답하던 최수연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 그래서 좀 살짝 싸웠는데, 이제 다 화해 했어요. 이제 다 친구에요, 그치, 얘들아?”



https://www.deviantart.com/lingster/art/Pushed-Around-809558103


이렇게 말하면서 최수연은 그 넓은 어꺠를 활짝 펴고, 그 단단한 근육질의 두 팔을 넓게 벌렸다. 그리고는 양옆에 앉아있던 박진수와 심진혁에게 어깨동무를 하 듯, 양 팔을 두 사람의 목에 각각 걸어 버렸다. 


박진수는 진심으로 방긋 웃었지만, 심진혁은 소름이 돋아 오만상을 지었다. 


그 미팅은 그렇게 흐지부지 되었다. 


이후 적어도 박진수와 최수연이 졸업할때 까지는, 모든 학생들이 최수연의 눈치를 보느라 박진수의 경우와 같은 폭력적인 왕따 행위가 다시는 없었다. 


임준호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자퇴했다. 원하는 대로 조폭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같은학교 여학생한테 쳐맞아서 몸을 다친데다가, 끈이라고 한명 있던 형님이라는 작자를 빵에 보내 버린 셈이 되었으니, 진로가 원하는 대로 풀렸을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심진혁은 2학년이 시작되기전, 겨울 방학기간 동안에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건너 가버렸다. 그 전부터 말이 있었기는 했었는데, 최수연 때문에 자신의 학교내의 입지가 무너진 것을 도저히 견디지 못했었던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심진혁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일진 그룹에 가입했던 다른 애들은 다시는 나대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학교를 다닐 수는 있었다. 그 애들은 나름 박진수에게 용서도 빌고, 주변 애들에게 잘못했다고도 사과도 하고 다녔다. 또 박진수에게 받아갔던 ‘회비’도 반납해 주었다. 박진수 본인을 비롯한 몇몇 애들은 그애들과 절대 다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게 좋은거라고 어울려 주는 애들도 있긴 했다. 


허나 그 애들은 최수연이 근처에만 오면 잔뜩 겁을 먹고 100미터 바깥으로 도망가고는 했다. 


김민아만 예외적이었다. 김민아는 절대 용서를 빌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교실 한구석에서 세상을 부셔버릴것 같은 눈으로 사방을 째려볼 뿐이었다. 그러니 김민아와 이야기 하려는 애는 아무도 없었다. 이따금 정지희 정도가 챙겨주러 올 뿐이었다. 


그렇게 3년 내내 김민아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고립된 고교 생활을 보내야 했다. 


3년의 고교 생활을 마치고, 박진수는 졸업해서 인서울에 진학했고, 최수연은 체대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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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 –


광역버스 자리에 앉아 있었던 박진수의 휴대폰에서 깨비톡이 울린다.  대화명 (이쁘고 힘센 마누라)다.


>> [하니, 언제 퇴근해?]


                                                                       [지금 버스안] <<


>> [엄마가 소윤이 재워놓고, 이제 가신데.]


>> [난 좀있다 체육관 닫고 들어간다.]


                   [나도 회사 그만두고 자기랑 체육관 같이 할까?] <<

 

                            [그럼 우리도 24시간 체육관 할수 있잖아.] <<


>> [(한심콘). 그 정도해서 집안 말아 먹을 수 있겠어?]


>> [헛소리 말고 월급이나 잘 받아와.]


                                            [우리 이따 밤에 셋플 같이 보자.] << 


>> [ㅇ? 갑자기 뭐?]


                                                [그거 셋플 올라왔더라. 케이튼] <<


>> [그거 옛날 영화 아냐? 갑자기 왜?]


                          [그때 우리 고딩때 그영화 보려다가 못봤잖아] <<


>> [(어리둥절 콘) 그랬던가?]


>> [(두리번두리번콘) 난 그때 영화 제목 기억 안나는데]


                                                                    [이거 맞어 케이튼] <<


>> [ㅇㅇ. 알았어]


>> [같이 보자. 빨리 오기나 해.]


>> [알라뷰.]


                                                                [나도 알라뷰 (하트콘)] <<


대화를 마친 박진수는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다시 집어 넣고는, 광역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댄다. 


버스는 막히는 구간을 벗어나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