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어쩔 수가 없어. 갑작스레 발령 난거야.”

남편은 미안한 듯이 말했다.


"얼마나 가요?"

"두 달쯤 걸릴거야."


"엣, 두 달이나!?

“에이, 두 달은 금방이야. 그 동안 당신 하고 싶은 거라도 하고 있어.”

신혼 2년째. 드디어 신혼생활에도 익숙해지고, 우리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남편이 너무 좋아서 남편 이외의 것에 눈을 돌리지를 않았다.


“그런데 역 앞에 생긴 헬스클럽에 다녀보는 건 어때? 이거 봐봐.”

그렇게 말하고 남편은 내가 자랑하는 가슴을 쓸어 넘기고 배를 쳐다봤다.


“아이고... 아이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나는 황급히 두 손으로 배를 가렸다.



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만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가슴은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여길 만큼 크다. 하지만 그만큼 허리 둘레에도 살이 붙어 버렸다.


일은 결혼을 하고 그만두었다. 평소 남편 이외에 만나는 남성은 기껏해야 슈퍼 점원 정도이다.


"알겠아요. 당신 돌아올 때면 엄청 예뻐져서 깜짝 놀래 줄 테니까."

"하하, 기대할게."

그러면서 남편은 해외 출장을 떠났다.



남편은 그저 장난으로 말했을 뿐이지만, 나는 열심히 할 것이다.


“하지만 헬스장 가입비는 너무 비싸잖아.”

아무래도 처음이라 불안하다.

생활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그다지 부유한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신문 전단지에 할인권이 붙어 있던 것을 생각해 냈다.


"...거짓말..... 왜 이렇게 비싸?"

전단에는 입회금 10만엔, 한 달 수강료 3만엔이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시세는 모르겠지만, 이건 좀 비싼 것 같다.


"최신 설비를 강조하고 있어도, 이건...응?

다른 전단지에 섞여 유달리 눈에 띄는 말이 적혀 있는 전단지를 발견했다.



여성을 위한, 남자를 반하게 할 이상적인 "아름다운 몸"을 만드는 미용식품. 두 달이면 당신도 멋지게 태어납니다.


그 전단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잘 읽어보니 아무래도 건강식품 광고지인 것 같다.


“음.. 1일 3식분의 건강식품, 운동기구, 매뉴얼 DVD를 전부 포함해서 월 2만엔!?”

입회금이 없는 만큼 이쪽이 훨씬 싸다. 게다가 2개월 이상 구입하게 되면, 1개월분이 무료가 된다 쓰여 있었다.


"식비도 비싸고, 집에서 할 수 있으니 편하고, 이쪽으로 해야겠다."

식사로 칼로리를 계산할 필요도 없고, 단연 이쪽이 피트니스 클럽에 다니는 것보다 편하다.



주문을 하자 바로 다음날에 택배가 도착해ㅛ다.


건강식품을 세 끼 섭취하고 DVD에 맞춰 훈련을 했다.

식품 자체는 다양해서 의외로 맛있고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DVD도 알기 쉽고, 트레이닝도 하고 있어 즐거웠다.


"즐기면서 뱃살도 뺄 수 있다니 정말 잘 샀어."

남편이 없는 외로움 때문인지, 나는 훈련에 푹 빠져 갔다.




2개월 후.



"어떻게 해야 되지...?"

나는 고민하고 있었다. 이제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다.


"그 이에게 어떻게 설명하지?"

내 몸의 살들은 확실히 떨어졌다. 툭 불거졌고 느슨했던 배는 이제 더 이상 없다.


“너무 많이 한거 같은데....?”

훈련은 하면 할수록 즐거웠고 그 사이에 두 달은 훌쩍 지나갔다.

건강식품의 효과가 즉각적이고,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은 몰랐다.

아름답게 잡힌 몸. 그건 분명 내가 원하던 거였다.

남편도 이 몸을 보면 놀랄 것이다. 놀라게 할 자신이 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이 엄청난 몸매를 보면 누구나 경탄의 소리를 낼 것이라는 것이다.


“헛수고일지 모르지만, 속일 수 있을 만큼 넘어가 속여 뵈야지. 겨울이라 다행이야.



딩동.


오늘은 택배가 올 계획이 없다. 틀림없이 남편일 것이다.


"네~~”

실내 인터폰을 잡았다. 카메라에 찍힌 건 분명 두 달 만에 보는 가장 사랑하는 남편이다.


"미안해, 짐이 많으니까 문 좀 열어줘."

"네, 알겠어요."

나는 서둘러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대량의 여행 가방을 안은 남편의 모습이 있었다.


"드디어 집이구만....”

“어서오세요, 여보. 혹시 살이 좀 빠지셨어요?”

남편의 뺨은 어딘가 홀쪽하고 선이 가늘어진 느낌이다.


“저쪽 밥이 워낙 안맞아서 말이지. 체중도 줄었어. 당신보다 더 말랐을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말하며 남편은 거리낌없이 웃었다. 겉보기랑은 달리 건강한 것 같다.


“얘기는 나중에하고 일단 지금은, 짐부터 옮깁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짐이 많아요?”

기분 탓인지 출장 전보다 짐이 늘어난 것 같다.


“면세점에서 선물같은 것을 샀더니, 짐이 증가해 버려서~”

“좋아요. 같이 나릅시다.”

말하고 나서, 나는 눈앞에 있는 가장 큰 트렁크를 손에 들었다.


특대 사이즈의 트렁크이다.

빵빵하게 속이 가득 차 있으면 여자인 내가 들어올릴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러나, 나는 아주 간단하게 "그것"을 들어올렸다.


“이거 제일 큰 가방인데 아무것도 안 넣었어요?”

한 손으로 "들어 올려 버린" 트렁크를, 남편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

"왜 그래요?"

남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나를 보고 있었다.

‘어라, 어딘가 내모습이 이상한걸까...? 잘 속이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거... 그 트렁크 너무 많이 넣어서, 너무 무거워서, 필사적으로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 거짓말"

이 가방, 약간 무겁긴 한데 솔직히 한 손에 들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혹시...


“그, 그런 것보다 밖이 추우니까 어서 들어와요.피곤하죠? 식사부터 할까요, 아니면 목욕을 할래요?"

"아, 아아. ...그래, 우선 목욕부터 할까"

나는 부부들의 흔한 대사로 어떻게든 그 상황을 넘겼다. 



남편이 목욕을 하는 동안 아까 트렁크를 열어 보았다.


“・・・・・・・”

이것도 그렇고, 어떻게 넣었는지 할 정도로 내용물이 꽉 차 있었다.

실제로 한 번 열면, 다시 닫을 수 없게 되어 있다.


확실히 이것을 질질 끌고 왔다고 하는 것도 수긍이 간다. 그렇다면 역시...


"·····시원하구만~"

그러는 사이에 남편이 욕실에서 나왔다.

남편은 항상 까마귀 목욕으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럴 때는 좀 천천히 나오시지...’


“여보, 우리 승부하지 않을래?”

"...승부? 그게 뭐에요?"

남편은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면 손에 목욕탕에 놓여 있던 체중계를 들고 있었다.


“서로 몸무게를 재서 무거운 쪽이 지는 걸로. 이긴 쪽이 하는 말은 뭐든 하나 듣는 건 어때?”

“・・・・・・・・”

남편의 속셈을 읽을 수 있었다.


목욕탕에서 체중을 쟀더니 의외로 가벼웠을 테니 지금 내 "체형"을 보고, 자신이 더 가볍다고 생각한 것일 것이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사사건건 용돈을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큰 어른이 한 달을 놀기에는 충분한 액수를 줬을 텐데 남편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했다.

아무리 전업주부라지만 이쪽은 가계를 책임지는 몸. 쉽사리 그런 요구에 굴복할 수는 없다.


"...네, 좋아요..."

망설였지만, 나는 그 승부를 승낙했다.

이기면 오히려 남편이 나에게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


그래도 아무리 남편이 말랐다고 해도 남자와 여자. 키도 남편이 더 크고 근육량도 다르다.


‘어라? 나 마지막으로 몸무게 잰 게 언제였지?

게다가 근육량이라고 말한다면 지금의 나는······.’


"...자 잠시만."

“자 여기.”

이미 늦었다, 남편은 내 눈앞에 체중계를 놓고 그위에 타고 있었다.


“헤~ 73㎏~”

"으, 거짓말"

남편의 키릉 본다면 마른 정도다물론, 출장 전보다 체중이 줄었다.


“자, 다음은 여보 차례.”

“·····”

마지못해 나는 옷을 입은 채 체중계에 발을 올려놓았다.


헉! 하는 효과음이 들릴 것 같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눈금이 움직였다.

눈금은 순식간에... 100kg이 넘었다. 

말도 되지 않는다. 키가 158cm인 내가 100kg가 넘는다니.


“・・・・・・・・”

“・・・・・・・・”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황급히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맞아! 분명히 체중계가 고장난 걸 거에요, 아마도......"

"아니, 하지만 내 몸무게는 평범하게..."


“여보! 승부 방법을 바꾸지 않을래요? 이대로는 결말이 나지 않잖아요.”

“방법을 바꾼다고 뭘로?”


“기계를 사용하지 말고, 저와 당신이 직접 승부하는 거죠. 글쎄요. 예를 들면 팔씨름 이런 거?”

"팔씨름? ··········좋아."

한순간 남편이 피식 웃는 걸 보았다.


남편은 키도 크고 체격이 좋은 데다가 학창시절 유도를 했다.

유도가들은 팔씨름이 강한 사람이 많다. 끄는 사람의 힘이 중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남편은 기계로 트집을 잡는 것보다 팔씨름이 확연히 승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것은 남편 자신이 자신의 승리를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인 여자와 격투기 경험자인 남자. 보통은 승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나에겐 하나의 승산이랄 수 있는 예감 같은 게 있다.

아니, 이제 깨달았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곧 식탁에 대면으로 자리를 잡는 식으로 앉았다. 여기에 식사가 즐비했다면 언제나 식탁 풍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래라면 식사가 놓여져야 할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서로의 오른팔뿐.


"긴 여행에 지쳐 돌아와서, 목욕을 해 피곤한 나에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듣고 보니 확실히 그랬다. 조건적으로는 내가 상당히 유리하다.


“하지만 뭐 안심해도 돼. 어차피 이기는 건 나니까.그 정도는 딱 좋은 핸디캡이야.”

 확실히 이기고, 이것으로 마음 놓고 용돈을 올리는 것.


"여보 시작하고 싶을 때 시작해."

남편은 여유롭기 말했다.


"...네...그럼 레디...고!"

나는 시작과 함께 힘껏 오른팔을 쓰러뜨렸다.


퍽!!


"아파!"

순간이었다. 다음 순간에는 남편의 오른손은 단단한, 튼튼한 식탁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저의 승리...맞죠?”

“아니야! 그냥 잠시 방심했을 뿐이야!”

하도 싱겁게 승부가 결정돼서 그런지 남편은 납득이 안 되는 듯했다.


“그럼 지금 것은 무효로 하죠. 아까 그 체중계 것만 계산해요. 1대0.”

 아냐아냐. 1대1. 다음번엔 안봐줄거야.”

"아, 아, 좋아요."

남편은 정성스럽게 오른팔을 풀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진심일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당신이 구호를 외쳐요.”

"아, 알겠어."

그렇게 말하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사실 첫 번째 승부에 예감인 것 같았던 것은 이미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제 여유롭다.


“레디 고!”

구호와 함께 남편의 흥, 하는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아마 최대한 혼신의 힘을 다해 내 오른팔을 쓰러뜨리려고 기를 쓰고 있을 것이다.

눈을 감고 관자놀이에 핏줄이 떠오를 것 같을 정도로 필사적인 표정이다.


"그, 누, 누, 누."

“・・・・・・・・”

한편, 나는, 그것을 무표정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팔은 시작 위치부터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진짜 효과였던 것이다..


건강식품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1개월 정도 지나고, 신체의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을 무렵.

그 효과에 나는 위화감을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다이어트는 이제 끝이라고 할 정도로 다이어트가 꽤 빨리 진행 되었다.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는 그대로이며, 그 외의 불필요한 지방들은 다 사라졌다.

대부분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남은 한 달. 만약 이 나타난 효과가 아직 '중간' 정도 였다면?


나는 거기서 몇 번이나 매뉴얼을 다시 읽어 보았다.

거기에는 본래, 쓰여져 있어야 할 「말」은 어디에도 쓰여져 있지 않았다.

전단이나 훈련 방법 등이 쓰여진 수십 페이지에 이르는 매뉴얼.

그 어디에도 다이어트라는 단어는 일절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딱히, 클레임의 전화를 넣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딱히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것은 아니다. 남자를 다시 본다는 말, 거기에 모종의 기대를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전업주부이다.


밖에서 생활비를 버는 남편의 입장은 여자인 나보다 위이다. 그게 당연하게 되어 있었다.

물론 부부생활에 불만은 없다. 남편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뭄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뭔가 하나, 남편보다 앞서는 부분이 필요했다. 자랑할 만한 부분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기대했던 대로, 아니 기대 이상의 효과가 지금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격투기 경험자이자 체격도 나보다 나은 남편의 혼신의 힘을 지금 여유 있는 힘으로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어디선가 솟는 감정. 왠지 나는 점점 즐거워졌다.


왜냐하면, 2개월전이라면 내가 져도 이상하지 않은 팔씨름 승부를 지금, 지배하고 있는 것은 나다.

지금 생각하면 남편이 끌고 온 트렁크를 가볍게 들 수 있었던 시점에서 결과는 분명했을지도 모른다


"으으으~~~~~~~~~~~~~~~~~~~~

 ......하아, 하아"

내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남편은 계속 힘을 주고 있었던 것 았고, 어느새 어깨까지 쓰고 있었다.


"······· 어느 사이에 이렇게 '무겁게' 된거야?"

"...무겁다뇨!?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 말은 너무해요!!!”


"왜 이렇게 무겁지?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살이 쪘잖아."

“잠깐만요! 살이 쪘다구요!?”


“이거 봐. 그 스웨터, 팔뚝이라든지, 어깨라든지, 등이라든지, 울퉁불퉁해. 게다가 그 옷 자세히 보니 내 옷이잖아. 당신이뚱뚱하지 않으면 내 옷이 저렇게 울퉁불퉁해질리가 없어.”

확실히 나는 나보다 한층 더 큰 사이즈의 남편의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옷으로는 이 체형을 가릴 수 없었다.

애초부터 남편을 놀라게 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었다


“마음껏 놀려야지!”

이 남편의 조심성 없는 한마디가 내게 불을 질렀다.


우선은 준비 단계라는 듯, 남편의 오른팔을 쓰러뜨릴 것이다.

아까와는 달리 천천히, 천천히 힘의 차이를 보여 주듯이 시간을 들여 쓰러뜨려 간다.


“응?...으, 그, 그, 그, 가... 아아!?”

남편은 신음 같은 소리를 내며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서서히 쓰러져 가는 오른팔을 한순간도 멈출 수 없었다.


··제길!”

남편은 체면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빈 왼손을 내 오른손위에 갖다 댔다.


여자인 내가 오른팔 하나, 남자인 남편이 양팔로 팔씨름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 45도 정도의 각도에서 양쪽의 팔이 멈추었단


“와, 진짜 무겁다! 두 팔로 겨우 막았네.”

“아~! 또, "무겁다"고 했어요!?”


사실 힘이 균형잡혀서 멈춘 게 아니다. 내가 그 자리에서 멈춘 것이다.

남편이 왼손까지 쓰는 게 너무 귀엽고 하찮아 보여서 좀 장난삼아 잠시 멈춘 것이다.


"저기, 여보."

"...뭐야? 양손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 적 없어."

남편은 이 와중에도 변명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멋진 남편인 것 같은데, 이때만큼은 환멸을 느꼈다.

지금 이때, 앞으로의 부부 생활에서의 서로의 위치를 나타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유도가 출신인데 버틸 수는 있겠죠?"

“뭐라고?”

남편은 지금 내 오른팔을 전체 체중을 실어 되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하기에 따라 남편의 자세는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고 난 다시 손을 직각까지 되돌렸다.

남편은 자기힘으로 만들어진줄 알고 이때다 라는듯 다시 내 오른팔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안되죠 ♪.”

"에,에,에"


빠각!!


남편의 두 손이 식탁에 내동댕이쳐지는 충격음과 동시에 남편의 몸은 한 바퀴 돌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으악!!"

남편은 바닥에 나뒹굴면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모든 몸무게를 내게 실었으니 당연하겠지.”


"...아파..."

"어때요? 이렇게 하면 문제없죠?"

마루에 주저앉은 남편에게 나는 다가서며 승리의 포즈를 했다.


“그냥 당신이 더 무거워서 이런거잖아!”

이 말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아직도 모르겠다면, 좋아요! 이제 보여줄테니까 그 눈으로 봐요!”

그러면서 나는 스웨터를 벗었다.


"...에!? 굉장..."

남편은 입을 벌리면서 놀랐다.


그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스웨터 아래에 있던 것은, 브라를 붙였을 뿐인 내 맨살 뿐이다.

스웨터를 뚱뚱하게 만들었을 옷도, 하물며 지방 같은 건 결코 없었다.


체격에서 우세한 남편이 온 체중을 실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방은 사라지고 날렵해진 팔뚝. 전완근은 전보다 더 두꺼워진 상태.

힘을 주지 않아도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부풀어 오른 덩어리 같은 이두.

거기로부터 어깨, 승모근과 근육의 융기에 의해 마치 산맥이 이어졌다.


원래부터 컸던 가슴은 그 크기를 잃지 않고,

대흉근 위로 이전보다 더 앞으로 툭 튀어나와, 그 박력을 늘리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둘레는 깔끔하게 6등분된 복근이 깊게 패여 있었다.


가슴은 조금 작아졌지만 그래도 이만큼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붙었는데도

 이 크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옷을 못 입게 됐는데... 브래지어도 고무로 이음새를 연결해서 겨우 끼운 상태이다.

사실, 옷은 남편의 것을 이렇게 빌려 입었지만, 역시 브라만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놀랬어요, 여보?"

“놀라운 정도가 아니잖아 그 몸!?”


“어머나, 실례되는 말투네요.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여자의 누으로 봐도 나는 내 몸을 예쁘다고 생각했다.


바디 빌더와 같이 울퉁불퉁한 것과는 다른, 요염하고 여성적인 바디 라인을 남긴 샤프한 근육미이다.

본래 필요한 지방까지 떨어뜨려 버리는 보디 빌딩이나, "세심함"만을 주시한 무리한 다이어트와는 다르다.

깎아야 할 부분은 깎아내고 남길 부분은 남겨둔 고차원으로 균형 잡힌 하이브리드 바디이다.


"다, 다이어트 한 거 아니었어?"

“저도 처음엔 그럴 생각이였지만 다이어트는 못했어요. 말로는 잘 설명못하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다이어트와는 비교가안 되는 건 확실해요.”

나는 남편 앞에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했다.


“억울하면 팔씨름으로 이겨보는 게 어때요?”

오른팔을 구부렸다.

힘없이 구부리기만 한 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론 크기의 이두가 크게 솟아올랐다. 힘을 주지 않아도 22inch는 되보이는듯 하다.


"...으"

본 적도 없는 것 같은 큰 근육에 남편은 주춤거렸다.


지금까지 나에게 어떤 인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남편에겐, 여자인 아내인 나는 이길 수 없는,그런 편견 말이다.

하지만 겨우 2개월을 단련 한 것만으로, 나는 남편의 힘을 상회해 버렸다.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지금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


처음 본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만...좀, 한심해 보였다.


"우선 용돈은 반 토막이에요."

“엣!?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진 사람은 이긴 사람에게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약속 했을 텐데요."

"...하지만......"


“싫으면 다시 도전해요. 바닥에 누워서 온 체중을 다 실으면 좀 더 나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 알겠어. 얼른 해보자.”

과연 이렇게까지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은 남편도 참을 수 없었던 것 같았다. 남편은 각오를 하고 바닥에 앉았다.


팔만의 승부라면 몰라도 남편이 온 체중을 싣고 올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바닥에서 하는 것이 식탁에서 하는 것보다는 다소라도 좋은 승부가 되었을 것이다.


나도 남편과 마주 보는 위치에서 엎드려 남편을 향해 오른팔을 세웠다.

힘의 조절에 관계없이, 내 팔은 구부리기만 해도 그 위 매론 같은 알통이 부풀어 오른다.

그것을 본 남편에게서 긴장 때문인지 꿀꺽하고 군침을 삼킨 소리가 들렸다.


“어떤 모습으로 승부해도 상관없지?”

"...? 네, 괜찮은데요?"

양손 사용하는 것 이외에 또 뭐가 있나 했더니 남편은 놀라운 행동을 했다.


팔을 세우고 내민 내 오른손을 잡지 않고 남편은 놀랍게도 내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내 오른쪽에 앉아 내 오른손을 그의 두 손으로 끌어안듯이 해서 쥐었다.

그것은 마치 전투기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조종기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건 그렇게 멋있는 모습이 결코 아니.

서로가 직각이 되도록 앉아서 하는 팔씨름 같은 건 들어 본 적이 없다.


"····어이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 뭐, 이것도 괜찮지만"

“아, 시끄러워! 이걸로 이기면 용돈 올려줘야 돼!”

남편은 그렇게 씩씩거렸다.


남편은 아까 용돈이 반액으로 떨어진 것을 없애는 것으로 하는 것 같았다. 모처럼 봐줘서 반값에 맞춰줬는데…


“좋아요. 그 대신 진다면 이번에는 용돈을 모두 깎을 거에요.”

"!?...젠장! 아냐, 내가 이기면 될 뿐이잖아! 가자!”

그게 시작 신호였는지 남편이 양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누, 구, 아, 가, 아, 가, 아...!"

체중, 온 힘을 걸고 내 오른팔을 넘어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

하지만 난 그걸 콧노래를 부르면서 버텼다. 아니, 사실 버틴다기보단 가만히 즐기고 있었다.


남편은 마치 이종격투기 선수가 목을 당기는 거 같은 모습으로 힘을 주고 있었다.

반면 나는 누워서 다른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힘을 의식해서 넣지 않아도 내 팔 근력은 남편을 버티기에 충분했다.

혼신의 힘인 남편이 힘을 주지도 않은 내 팔보다 약하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아, 기분 좋아요.”

‘큰일났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버렸네, 뭐 괜찮겠지? 필사적인 남편은 내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것 같다.


순식간에 끝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재미없고 그냥 버티고 있는 것도 지루했다.

그래서 나는 넘어가는 척 해봤다.


"...그, 어?"

순간 남편의 얼굴이 화색해보였다. 그러나 다시 시작 위치로 팔을 옮겼다.


"...크윽, 젠장!"

언뜻 보였던 희망에 기대듯 남편은 더욱 더 필사적이였다.


근력을 훈련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훈련은 고중량에 의한 저반복보다 알맞은 중량을 여러 번 반복시켜 부하를 주는 것이좋았다.

지금의 상황은 그것과 동일했다.


개시 위치에서 45도, 쓰러지는 척 다시 원위치, 다시 반대로 135도의 위치까지 팔을 왔다갔다했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이기고 지는 사이사이를 왔다갔다해서 좋은 승부라고 생각될것이고, 

나로서는  '살아있는 웨이트'를 즐기며 트레이닝 할 수 있다. 바로 일석이조다.

아니 이걸로 힘의 차이를 보이면 일석삼조인가?


하지만 10분쯤 지났을까. 남편은 역시 지쳐보였다.

가끔 남편의 팔 힘이 빠져 하마터면 바로 이겨 버릴 것 같았다.

아니, 원래 이길 생각이니까 그건 상관없지만...


목욕을 마치고 나왔는데도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남편을 보고 왠지 불쌍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도 반복운동 탓인지 상완에 피가 돌고, 그 때문에 체온이 올라 서서히 땀이 배어 왔다.

기분 탓인지, 아까보다 알통이 두 배는 커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그걸 눈치챈 건지, 아니면 상황이 이상한 걸 눈치챈 건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마침내 남편은 힘을 멈추고야 말았다.


"...뭐에요?"

나는 당황해서 시치미를 떼었지만 아무래도 늦은 듯 하다.


“혹시 처음부터 대충 했니?”

"····네, 아하하하"

이젠 이렇게 된 이상 웃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내가 졌어. 아까는 무겁다거나 몸 보고 놀랐다고 얘기해서 미안해, 여보.”

남편은 패배를 인정했는지 깨끗이 고개를 숙였다. 본래는 이런 느낌에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다.


"아, 알면 됐어요."

그 말에 부끄러워서 승자인데도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정말.....엄청나게 최선을 다했는데 말이지..... 게다가 그 근육...."

남편은 내 팔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승부가 길어진 만큼 알통이 커진 것 같아. 혹시 승부라고 거짓말 치고 알고보니 너가 운동할려고 그랬던 건 아니지?”

“····예리하네요. 티가 많이 났나요?”


“....죄송해요....이겨놓고 사과라니. 그래도 승부는 승부죠.”

“아, 알고 있어. 우선 이달 용돈은 줄여도 좋아.”


“.....우선?”

“승부는 몇 번이라도 해줄거지? 또 기회를 봐서 리벤지야.”

그러더니 남편의 얼굴은 좋아졌다. 조금 전까지의 험악한 분위기는 이제 없다.


역시 운동 선수여서 그런지 이런 것은 깔끔하다.

나로서도 그것은 바라는 바였다.


"네, 언제라도 받아 들일게요."

나도, 거기에 미소와 "근육"으로 대답했다.


"······ 하하. 다, 다음번엔 이겼......으면 좋겠다."

남편은 "그것"을 보고 창백해지면서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돌아오고 나서 남편의 눈앞에서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펌프업한 상태에서의, 전력의 이두를 만들어 보인 것은.


그렇게 우리 사이에는 팔씨름이 정기적인 부부 스킨십 항목 중 하나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