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신문을 발견해 집으로 가지고 왔다.


군데군데 찢어져 있고 더럽다. 많은 글자가 지워져 있지만 다행히 남은 페이지 중엔 괜찮은 것도 있었다.


-예산 증액에도 출산율 0.6명대... 마땅한 대책 없어.-

-러시아군. 우크라이나군 학살.

-대한민국의 빚 1000조 초과. 정부의 대책은?

-북한의 32차 핵실험에 전세계 긴장.

-절정에 치달은 남녀갈등. 해결책 없어...


더러운 신문들에 적힌 내용들은 모두 세계의 운명을 걱정하는 글귀들로 가득하다.


창문에 쳐진 커튼을 걷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카만 검은색이 눈동자에 비친다. 이쯤 중천인 태양은 온데간데 없다.


길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진 쓰레기들과 깨진 아스팔트와 부서진 건물들의 산이 필쳐져 있다.


사슴이 이족보행으로 뛰어다니고, 호랑이의 하반신에 멧돼지의 상반신을 가진 것이 그르렁거린다.


날개 달린 고양이가 부서진 건물에 앉아 뭔가를 토해낸다.


나는 커튼을 걷고 한숨을 쉬며 오늘의 수확을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 


바퀴벌레와 생쥐를 합친 듯한 것 두 마리, 유일하게 내가 잡을 수 있는 것.


'2마리... 내일은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하나는 남길까 했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더러운 꼬챙이를 대충 옷에 문질러 닦은 뒤, 꽂아서 입에 가져다 댔다. 축축하고 차가운, 끔찍한 느낌에 몸서리가 쳐졌지만 굶어 죽는 것보단 낫기에 입에 욱여넣는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새카만 물을 더러운 옷에 걸러낸다. 기포가 끓는 검은 덩어리가 남는다.


그렇게 여과해낸 물을 마시며 나는 천장에 매달아둔 밧줄을 곁눈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