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은 파리였다.

 

이 거지 같은 아파트에 뭔 놈의 파리가 이렇게 많을까에서 시작된 불쾌감.

 

단순히 몰상식한 노인네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복도에 뒀나 보다 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창문에 파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604호.

 

그리고 그 안에서 불쾌한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복도식 아파트에 단점은 비밀이 없다는 것이다.

 

옆집에서 라면을 끓이면 온 집안에 라면 냄새가 풍긴다.

 

누군가 생선이라도 구워 먹는 날에는 환기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지경이다.

 

저렴하다는 이점 하나만 보고 부모님이 계약한 하자 투성이인 아파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역하다.

 

 

 

복도를 돌아다니는 파리는 며칠이 지나도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수가 더 늘어가는 느낌이다.

 

혹시나 집에 파리가 따라 들어올까 싶어 눈치를 보며 현관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니 슬슬 분노가 차올랐다.

 

괜히 담배 피우러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불쾌감에 604호로 눈을 흘긴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보게 된 것이다.

 

복도와 연결된 604호의 방의 구석에 벌레 채집용 케이스가 놓여있고, 케이스 뚜껑이 절반 정도 열려있다는 사실을.

 

하나의 케이스가 아니다.

 

차곡차곡 쌓인 케이스 위로 밀웜, 귀뚜라미 등등이 놓여 있고 그 위로 파리가 날아든다.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나도 모르게 604호의 문을 쾅쾅 두들겼다.

 

“저기요! 606호인데! 문 좀 열어보세요!”

 

안에서 부스럭 인기척이 들려왔다.

 

“예, 뭡니까?”

 

갈라지는 목소리.

 

“잠깐 문 좀 열어봐요.”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오고 가며 몇 번이나 본 아줌마다.

 

“그쪽 창문에서 계속 파리가 나오는데 어찌 된 겁니까? 복도에 날아다니는 파리 안 보여요?”

 

“예?”

 

“여기 봐요! 여기! 방으로 넘어와서 보세요!”

 

뻔뻔함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아...”

 

아줌마가 내 말에 몸을 돌려 옆방을 슥 하고 바라본다.

 

무언가 숨기고 싶은 표정.

 

“죄송해요. 우리 아이 취미인데... 주의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아줌마는 나에게 거듭 사과를 한 뒤 현관문을 닫았다.

 

나는 문이 닫힌 뒤에도 제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분명 봤다.

 

좁은 문틈 사이였지만 나는 분명히 봤다.

 

그 집의 거실에 사람이 아닌 커다란 무언가가 앉아있었다는 사실을.

 

 

 

그 이후로 우리 아파트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생김새가 미묘하게 바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 아파트에 오래 살면 싫어도 이웃의 생김새를 알아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웃들이 무언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웃의 안구가 묘하게 머리 쪽으로 틀어졌다.

 

이웃의 미간이 넓어졌다.

 

눈알이 세로로 갈라졌다.

 

피부 톤이 푸석해지며 낯빛이 어두워졌다.

 

방금은 다리 사이로 꼬리를 본 것 같다.

 

그중 제일 두려운 것은 그거다.

 

시선.

 

나는 그들의 360도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시선을 느낀다.

 

뒤통수까지 느껴지는 시선에 두려움을 느끼며 집으로 도망친다.

 

뒤틀림 정도는 이웃마다 달랐다.

 

심하게 뒤틀린 이웃도 있었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이웃.

 

전혀 뒤틀리지 않은 이웃도 있었다.

 

다들 모르는 척하는 건가?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파리를 잡아먹는데?

 

벽에 붙은 파리를 혀로 휘감아 잡아먹는데?

 

정신이 나갈 것만 같다.

 

신고해야 하나?

 

공격하면 어쩌지?

 

그러다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들의 모습이 도마뱀처럼 변해갔다는 것을.

 

 

 

 

“그거 렙틸리언 같은데.”

 

이런 쪽으로 비상한 친구에게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렙틸리언?”

 

“들어본 적 없나? 파충류 형상을 한 인간을 말하는 건데.”

 

그 말에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계속해 봐.”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같이 북아메리카에서 많이 들려오는 괴담이다. 주로 인간인 척 위장하고 살아가는데 인간하고는 엄연히 다른 무엇이지. 머리가 비상하고 야심이 많아서 정치계나 방송계, 연예인 같은 유명한 사람들이 알고 보면 렙틸리언이 변장한 경우가 많다더라.”

 

머리가 아파졌다.

 

“아니, 그런데 그런 괴물들이 굳이 이런 아파트에 있을 이유가 있으려나...”

 

“안전해서 일 수도 있겠지. 그런 노후된 아파트에 자기들 위협할 수단이 있을 리 없으니까. 세력 확장용으로 좋겠지. 그리고 거기 파리가 많이 날아다닌다며. 그러면 먹을 거도 풍부하겠네.”

 

나는 그 말에 괜히 막아놓은 창문과 현관문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들이 벽을 기어다니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그래, 네 말이 다 맞는다고 치자...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일단 나는 그 604호가 제일 수상하다. 아마 이 모든 일의 원인이자 숙주겠지?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중요한 이야기를 할 테니까...”

 

...

 

...

 

...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참고삼아 품속에 칼을 챙겼다.

 

공구상자에서 망치를 꺼내 베란다로 나와 얇은 벽 앞에 섰다.

 

비상시 대피를 위해 만들어 둔다는 비상 탈출용 공간.

 

두들겨보니 가볍게 통통 튀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을 향해 망치를 휘두르자 가볍게 벽이 부서졌다.

 

미처 상황 파악이 덜 끝난 그것들을 향해 다가갔다.

 

가엾은 사람들.

 

이들은 자신이 언제 감염되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혹시나 꼬리나 팔다리를 자르고 도망갈 수도 있으니 최대한 신중하게 칼을 휘둘렀다.

 

그들의 비명소리가 온 아파트를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 온 그것들로 현관문이 쿵쿵거렸다.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판단해 벽을 하나 더 부쉈다.

 

그것들은 생각보다 저항하지 않았다.

 

이것은 값진 죽음이다.

 

베란다 창문 아래에 빨간색 파란색 불빛이 교차하며 반짝이는 게 보인다.

 

저들이 인간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몇 마리나 잡을 수 있을까?


그가 묻는다.

 

나는 서둘러 벽 앞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