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신전과 같은 공간에서 남자 한 명이 일어났다정신을 차린 남자는 현재 상황을 알아보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폈다거대한 기둥과 끝없이 펼쳐진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인 남성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만큼 작은 문과 그 앞에 작은 석판이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조심스럽게 문에 다가가 바닥에 놓인 석판을 집어 들었다.

 

“ ‘’ 를 정확히 알 것 

 

“ 앞으로 나아갈 것 

 

 이렇게 단 두 문장만 쓰여있었다남자는 석판과 문을 번갈아 보다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짧은 한숨을 내뱉고 문을 열고 몸을 숙여 나아갔다몇 걸음 걸어가던 남자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더니 식은땀을 흘리며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중얼중얼 무어라 내뱉으며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처음과 다르게 걸음걸이에는 감출 수 없는 긴장과 공포가 섞여 있었다.

 

 “이름은 김채원, 91년생고향은 창원이고...”

 

 남자가 내뱉던 중얼거림은 자신에 대한 것들이었다석판에 적혀있던 말을 지키려는 듯이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잊지 않으려는 듯이 강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그렇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니 들어왔을 때 봤던 문이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문이 남자 앞을 막아섰다

 

 “.........이름은...”

 

 남자는 그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그러더니 심하게 떠는 목소리로 문장을 잇지 못하고 ....” 라고만 반복적으로 말하며 이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떨구었다.

 

어째... 나 한테...” “그만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듯이 말을 쥐어 짜냈다남자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눈동자가 초점을 잡지 못하고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잠시 후 벌떡 일어나더니 온몸을 꼿꼿이 피고 차렷 자세로 중얼거리며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남자는 농부였으며 백인 대장이었고 이리저리 유랑하는 행상인이었으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철학자였다또한 누군가의 아내였으며 연인이었다또한 어느 종교 단체의 사제였고 신의 계시를 받은 예언가였으며 수많은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마였고 정의감 넘치는 경찰이었으며 큰 성공을 이룬 사업가였다.

 

 끝없는 기억의 파도에 남자는 마치 과부화가 걸린 컴퓨터 마냥 그 자리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사고조차 하지 못하였다한참 동안 서 있던 남자는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그의 움직임에는 한치에 망설임조차 없었고 몸의 떨림은 멈추고 그에게는 더 이상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마침내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끼이익 -

 

남자는 문을 열었고 문은 아주 오랫동안 닫혀있었는지 소리를 내며 열렸다그는 환희찬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붉은 달에게 영예와 영광힘과 권능이 영원히 있나이다.”

 

그는 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