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팠다.


비명이 들렸다.


비명은 또 다른 비명을 낳았고 그 비명은 나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했다.


‘벌써 몇 번째지?’ 


비명은 끊이질 않았다.


나도 따라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던 적이 많았었다.


하지만 그러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애초에 요즘엔 더 이상 그럴 힘조차 없었다.


유경험자로서 그들이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안다, 하지만 한 번만이라도 영원히 닥쳐줬으면 좋겠다.


‘아니지, 내가 실제로 느낀 건 아닌가?’


시간은 지났고, 조용해졌다.


무언가가 뜯기고 녹는 소리, 물건이 부딪히는 소리, 도망치는 소리, 공포와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


그런 큰 소리는 모두 사라지고 조용히 흐르는 그 끈적한 소리만 남았다.


일반인에게는 들리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들린다.


나의 무기력함을 잠시라도 퇴치하는 그 불쾌한 소리.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서랍에 있던 포켓 나이프로 목을 그었다.


아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차악의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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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머리가 아팠다.


나는 왼팔에 박혀있는 이식형 칩을 눌렀다.



[100/100] 회

[실행 중]

[조기 종료 및 비상 호출]


언제 와 같이 버튼을 눌렀다.


[ᒷ∷∷𝙹∷_リ𝙹ℸ ̣ _ᓭ⚍!¡!¡𝙹∷ℸ ̣ ᒷ↸


ᓵ𝙹↸ᒷ  573

ℸ ̣ ⍑ᒷ  ∷ᒷᑑ⚍ᒷᓭℸ ̣   ╎ᓭ  リ𝙹ℸ ̣   ᓭ⚍!¡!¡𝙹∷ℸ ̣ ᒷ↸.]


지랄.


뭐, 기대는 안 했다.


나는 노트 앱을 키고 노트를 수정했다.


나: [337]

ㅇㅇㅇ: -27

# # #: -25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


머리는 아직도 아팠다.


며칠째 비명이 안 들리자 나는 핸드폰을 켜고 날짜를 확인했다.


[20XX 5월 10일 금요일]


‘내일이네.’


다시 잠을 자려고 했지만, 이 두통은 나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나 보다.


옷을 대충 입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소주 3병을 계산하던 중 나의 여자친구와 마주쳤다, 아니 아직은 여자친구가 아닌가?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 걱정하는 얼굴로 끈질기게 질문을 했기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똑같은 대화를 질리도록 했어도 부정할 수 없었다.


즐거웠다, 가짜여도.


**********************



눈을 떴다.


***********************


타는 냄새가 났다, 머리가 아팠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미리 준비를 안 한 탓에 원거리 무기를 확보하지 못하고 시작했을 때?




나의 방심으로 # #가 죽고, ㅇㅇ이가 부상을 입었을 때?




조급한 마음에 왕비를 찾기 위해 그녀를 혼자 내버려 뒀을 때?



왜 내가 가짜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가짜를 위해 삽질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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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머리가 아팠다.


오랜만에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노트를 수정했다.


나: [338]

ㅇㅇㅇ: -27

# #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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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다.’


나는 왕비를 무력화시켰고, 구조대와 성공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ㅇㅇ이와 # #는 둘 다 부상 없이 살아남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 그 효과음이 들렸다.


모든 소리 중 2번째로 듣기 싫었던 그 소리.


제발하지마제발하지마제발하지마제발하지마제발하지마제발하지마제발하지마제발하지마제발하지마제발하지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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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머리가 아팠다.


나는 노트를 수정했다.


나: [339]

ㅇㅇㅇ: -28

# #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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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왕비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고 구조대도 부르지 않았다.


식량은 충분하고, 과거에도 # #와 ㅇㅇ이는 날 배신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쨌든 은신처를 들킬 가능성도 매우 낮았다.


믿을 만한 사람이 둘이나 있다는 게, 운이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이기적이지만, 행복했다.



[ᒷ∷∷𝙹∷_↸╎ᓭꖌ_⎓⚍ꖎꖎ


(ᓵ𝙹↸ᒷ 781)


ℸ ̣⍑ᒷ∷ᒷ ╎ᓭ リ𝙹ℸ ̣ ᒷリ𝙹⚍⊣⍑ ᓭ!¡ᔑᓵᒷ 𝙹リ ℸ ̣⍑ᒷ ↸╎ᓭꖌ.]



내가 만든 현실이 버벅거리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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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머리가 아팠다.


나는 노트를 수정했다.


나: [1000]

ㅇㅇㅇ: -122

# # #: -122


드디어 네 자리수다.

 

내가 여기에서 언젠가 나가긴 할까?


그 후로 나는 더 이상 노트앱을 켠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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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루틴대로 대출과 사채로 미리 무기, 식량과 은신처를 확보했다.


# #와 ㅇㅇ이, 그리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한 몇 명을 “바캉스”에 초대했다.



***********************


또 실수했다.


‘나는 왜 이렇게 자만을 하는 거지?’


# #랑 ㅇㅇ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잖아, 왜 5번 정도밖에 안 본 인간들을 초대하냐고?


그 미끈거리는 새끼들은 못 와도 방심하면 인간을 올 수 있잖아.


# #는 뒤지고 ㅇㅇ이는… 씨발.


‘애초에 왜 이 지랄을 하는 거지?’


어차피 그냥 고급 인형 놀이잖아.


인형이면 얌전하게라도 있을 것이지 왜 죽고 지랄이냐고?


흐윽...흑....


들렸다.


가장 듣기 싫은 그 소리.


나는 ㅇㅇ이의 목을 졸랐다, 그녀의 비통한 얼굴은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도대왜?’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내가 아는 모든 욕을 퍼부었다.


그 거지 같은 얼굴 좀 하지 마!


가짜면서 왜 그렇게 현실적이냐고!

비명을 지르면서 죽든, 세상을 잃은 것처럼 울든, 시간만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볼 거면서 왜!


움직임이 멈췄다.


나는 그녀의 굳어가는 몸을 안고 울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안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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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웹소설을 자주 읽고 하나 써보려다가, 내가 그 소재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단편으로 짧?게 연습 삼아 써봤어.


좀 중2병 느낌이 많이 난다면 미안하다, 챈 구경만 하고 써 본 적은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