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실습 안오셔도 되요!

 

매주 2일 의 실습 4일의 수업 3일의 알바

일주일을 9일로 살고 있는 나에겐 상당히 좋은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내일은 하루가 통으로 비니 시간이 좀 있으리라

야 나 내일 쉰다 할꺼없음 술이나 먹자

말을 꺼내면서도 잔고가 떨어져가는 통장이 생각났지만 오랜만에 쉬는날을 그냥 넘기기엔 너무나 아쉬웠다.

오산에서 지하철을 타고 수원에서 내려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중 누군가가 말을건다

저기.... 혹시 서점이 어딘지 아시나요...?”

밖에는 비가 장대같이 내림에도 우산하나 들고있지 않는 여성 

지하철을 타고 왔다면야 그럴수도 있지만 굳이 수원까지 서점을 오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왔는가비는 점심나절부터 내렸고 지금은 저녁을 지나 해의형체마저 보이지 않을 저녁이다.

즉 서점을 오기 위해서였다면 우산을 들고왔을텐데...

생각에 잠겨가는 중

혹시 서점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문득 눈길이 그 여성의 입술로 간다생기있다고 말하기엔 과한 빨간입술 눈이 자연스레 위로 올라간다.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지만 난 그얼굴을 모른다 확신할 수 있다귀여운 듯 성숙한 느낌의 얼굴 나의 취향을 저격한듯한 분위기다.

객관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다소 부족한 듯한 얼굴이란건 알지만 이미 내 마음은 일렁인다.

..서점이요저도 여기 주민이 아니여서..잘은 모르겟는데.. 아마 옆에 ak프라자로 가셔서 올라가시면 나올꺼에요

말을 하면서도 생각은 점점 많아진다아 사이비 종교 권유인가보다 휴대폰만 검색하면 나올내용으로 말을 걸다니

저기 혹시 우리 어디서 본적 있나요?”

하지만 사이비면 어떠리 여자친구와 해어진지도 2달남짓 오랜만의 가슴의 떨림을 사이비라고 넘기기엔 마음이 가질 않는다.

.. 적당히 차한잔 먹고 이야기 하다가 돈이야기 나오면 빠져 나오면되겟지

간단하게 생각을 하고있는 찰나

..? 혹시 00대학교 학생...?”

“?? 저희가 어디서 뵜엇죠?”

아 저 00대학교 테라동아리 있엇는데... 나준형...?”

기억난다 군대가기전에 1년정도 했던 토론동아리 이름이 테라였다토론동아리인 주제에 당시에 새로나온 맥주이름과 같은 동아리여서 기억에 남는다이름과 다르게 술을 마시는 동아리가 아니라 꽤나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동아리였어서 좋았는데 코로나동안 학교에서 동아리 정리를 하며 사라져 버렸다.

맞는데...누구시죠..?”

저 테라동이라에서 같이 활동했던 하연이인데 저 기억 안나세요?”

하연이...하연이..? 기억에서 없는 이름인데..하연이라...

나랑 친했던 어문학부 듀오는 윤호랑 연화고 동아리 운영하던 선배들은 수경 진화 은수.... 

아 중간에 나갔던 그 디영과 여자애인가그아이 이름이 하연이 였던가..?

저 엠티 갔다가 은수선배가 토한거 같이 치웠잖아요

그때 누군가가 토를했었나..? 했던거같다 맞아 은수선배가 술게임하자고 하더니 본인이 먼저 꼴아서 변기를 끌어안고 잤엇지 그걸 내가 치웠엇고... 하연이... 기억난다.

기억났어요 디영과 다니셧던분 맞죠?”

맞아요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그때 방학끝나니까 갑자기 동아리 나가셧다 해서 놀랐엇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그러니까요 오랜만이네요 혹시 시간좀 되면 이야기좀 더할까요?”

사이비라고 거리감이 생기던게 내가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드니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래 이미 알던사이고 한데 이야기정도는 할수 있겟지

좋아요 저 지금 친구랑 술먹으러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하연씨도 아는 분이에요 윤호온다했거든요

윤호...? 아 그 어문학부에 키크고 마른분 맞죠좋죠!!”

그럼 저 잠시 전화좀 할께요

어 윤호야 너 지금어디냐?”

침대지 임마

너 미친놈이냐오늘 술먹잿잖아

아 비오잖아 너 가 걍 내 자취방으로와 집에서 전이나 부쳐먹자

아니 야 너 동아리때 하연씨 기억나그분이랑 만나서 같이 가려는데 너 자취방 쓰레기장이잔아 존나에바야 할맥으로 와 병신아

하연그런애가 있엇나?”

어 그 중간에 나간디영과

그 애가 하연이였나....?“

저 제가 한번 말해보면 아시지 않을까요?“

아 그러실래요야 전화 받아봐

야 갑자기 전화를왜 바...“

네 저 하연이에요 네네 네 왜 그때 불꽃놀이 하는데 아무도 라이터 안가져왔는데 윤호씨가 라이터 가져와서 불 붙여 주셧잖아요 네네

이야기가 끝났는지 건네주는 전화를 받는다

어 야 그럼 여자도 있는데 좀 좋은 술집으로 가자 내가 쏠게 나 어제 퇴직금 정산 받아서 돈많다야

이놈이 왠일이래 생각이 들면서도 내돈도 굳었다는 생각에 좋은게 좋은거지 하고 넘어간다

야 근데 그럼 연화도 부를까너네 아직 사귀지 않냐?“

아 뭐래 이미너랑 술먹는다곤 했어 뭘 불러

아니 야 너 여친두고 딴여자 있는데 술자리 안부르면 연화 개삐질 텐데?“

괜찮아 오랜만에 이렇게도 먹는거지

새끼 여친 바라기놈이 뭔일이래싸웠냐?“

그런거 아니야 술집에 돈많이 쓰면 뭐라고 할텐데 그럼 너가 쏘던가

아 아냐 안불러도 되겟다 그럼 뭐 저기 펍으로가?“

어 그래 거기로 와라

그래 그럼 먼저 가있는다?“

ㅇㅇ 씻고 한 30분 내로 갈테니까 먼저가서 먹고있어

그려

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하연씨를 본다붉은 입술 화장기 없는 피부 초점이 약간 없는듯한 눈 거부감이 느껴지던 얼굴이 점점 더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하연씨 먼저 가서 먹고있죠 아 서점부터 갔다가 갈까요?“

아 괜찮아요 서점은 다음에 오면되죠 일단 갈까요?“

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내 팔둑을 잡는다역 밖으로 나와 자연스레 같은 우산을 쓰며 그녀가 나에게 가까이 붙는다날듯말듯한 향기 향수라기엔 부드럽고 샴푸나 바디워시라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그 냄세가 새삼스래 훅 올라온다여자친구라곤 전여친 한명 그나마도 100일도 안돼어 일본으로 유학을 가버려 키스는커녕 뽀뽀도 제대로 못해봤는데... 사실상 모솔의 마음이 떨려온다괜시리 부끄러워 지도를 꺼내 이미 잘아는 길의 지도를 본다.

한 8분 남짓 걸었을까 늘 가던 펍이 눈앞에 보인다


 

 

 

금일 건강상의 이유로 임시 휴업합니다

 

 

 


 

이러면 어디로 가지..? 

하연씨 잠시만 윤호한테 전화좀 걸께요

윤호의 컬러링 여자친구인 연화가 좋아하는 아이유의 밤편지 소리가 들려오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좋은 꿈이길 바라요.. 전화를 받을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삐소리

씻고 있는지 전화를 안받네요

.. 그럼 우선 제가 알고있는곳으로 가서 거기로 오라고 할까요?“

그게 낫겟네요 여기서 거리가 좀 있나요?“

아뇨 바로 앞이에요

라고 하며 그녀는 앞블럭의 골목을 가리킨다

그럼 하연씨만 믿고 갈께요

장난스런 말을 하며 그녀가 이끄는대로 간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리 만치 길에 사람들이 없다.

골목길을 지나자 다시 큰길이 나온다다시 골목길로 골목길로 골목길로

하연씨와 대화를 하며 길을 걷다보니 5분인가 걸었으려나 생각보다 많이 걷네 라고 생각이 들때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에요예약을 안해서 자리가 있으려나~“

지하로 내려가는 나무계단 상당히 오래된 곳 같지만 나무계단 특유의 파임이나 눌림등은 보이지 않고 마치 아무도 들어가지 않아 세월의 흔적만 남은 듯 깔끔하게까지 느껴지는 엔티크한 곳이다.

오 수원에 이런곳이 있엇네요 분위기 엄청 좋은데요?“

그쵸그쵸제가 진짜 남들한테 안보여주는곳인데 준형씨니까 데려온거에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나르 이끌고 지하로 내려간다.

펍과 바 사이의 그곳은 마치 판타지의 중세시대로 온듯한 분위기 마져 느껴졋다.

사장님 저 왔어요~“

어 왔어?“

네 오늘은 친구만나서 데려왔어요있다가 한명 더 올꺼에요 스스로 찾아올수 있다면요

아 둘이 온게 아니야난또 하연이가 남자친구를 데려왔구나 생각하고 첫잔은 서비스로 주려고 했는데 아쉽게 됬구나

에이 그럼 지금 잠깐 남자친구 할테니까 비싼거로 줘요!“

그녀가 장난스래 말하며 내 팔을 잡고 그녀의 가슴께로 끌어당긴다.

낯선느낌과 당황스러운 상황에 잠시 얼어있다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하하 그럼 지금부터 1일 할테니까 잘 부탁드릴께요

정말 입밖으로내놨지만 너무 구린맨트다... 스스로 자책했지만 사장님과 그녀모두 웃으며 넘어가기에 나쁘지 않다 자위하며 자리에 앉는다.

다른 친구라는 분은 언제쯤 온다니?“

글쎄요 곧 오긴할텐데

아 제가 전화 한번 걸어볼께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켜보지만 켜지지 않는다전원이 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핸드폰 충전을 안하던 습관 때문에 종종일어나긴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아 사장님 제가 지금 핸드폰이 꺼졌네요 혹시 충전좀 해주실수있나요?“

그래 그럼 잠시 맡아둘테니 필요하면 말하게

감사합니다

휴대폰이 충전되길 기다리며 윤호가 오길기다리며 사장님이 준술을 마시며 그녀와 대화한다

그녀의 농담에 내가 웃고 나의 농담에 그녀가 웃는다.

동아리때 있던 우스웠던 이야기 동아리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동아리가 해산됬단 이야기 동아리를 나오고서 무슨일이 있엇는지 서로 무엇을 하며 살고있는지 무슨일을 하는 중인지

앞으로 무엇을 할지의 계획 시덥잖은 신변잡기 중간중간 농담을 섞으며 이야기를 한다.

사장님이 알아서 주시는술은 버번같이 달콤한것도 리큐르같이 향기로운것도 진과 섞인듯한 칵테일 한잔 두잔 마시다보니 마음의 벽은 완전 풀려버렸다술기운이 올라올수로 그녀의 얼굴만 보이게 된다 검붉은 입술 자연스러운 흑갈색의 머리카락 흑단같은 초점없는 검은눈 

어느순간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화장기가 없는 하얗지만 검게 느껴지는 피부 

저희 이제 2차를 갈까요?“

그녀가 말한다

”2차는 조금 조용하게 먹고싶은데 아시는곳있나요?‘

그녀의 입술이 움직인다

그러면 저 따라오실래요?”

그녀의 입술이 오물조물 말한다

그녀가 나를 이끈다나는 그저 그녀를 따라간다.

멍하니 걷다 술기운이 조금 깨어나니 방안이다숙박업소는 아닌듯한 방

블랙엔 화이트로 깔끔한 방은 흰 벽지 말곤 모두 검은 가구다.

물소리가 들린다콧노래소리도 들려온다

내 신경은 더 이상 주위를 둘러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잡념이 늘어난다.

그녀가 어느세 나와 나에게 술을 더 권한다.

술이 담겨있던 보틀은 알아보기 어렵다 취한탓일거라

방추형의 술병을 잔에 기울인다나와 그녀는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한다

그녀의 이름.. 하연...하연...瑕掾 그녀는 이름과 같이 나의허물도 이해해줄 인연일 것이다.

나는 허물을 벗듯 그녀에게 다가간다 나는 그녀와 같은 잠자리에 들었다...나는...나는...

그거 알아요사람을 공수레 공수거라 하잖아요 그러면 사람이 태어나서 갖는모든것들은 전부 허물인거죠 직업 옷 재산 이름 심지어 기억과 몸뚱아리 까지우리는 그런 허물은 원치 않아요

당신도 술을 먹을 때 내용물을 먹지 병이나 포장지를 먹진않잖아요그러니 나에게 본질을 주세요 당신의 허물은 그대로 둘께요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던지

 

 

 

 

다음날 술에서깻을땐 옆에 하연씨는 있지 않았다연락처도 받지 못했는데,.. 아쉬운 마음에 술상을 치우고 상위에 내 전화번호와 즐거웠다는 쪽지를 남기고 나온다.

휴대폰을 켜보니 카톡알람이 올라온다

-윤호-

야 너 지금 누구랑있냐이새끼 나랑 술먹자고 하다가 갑자기 누굴 데려온다더니 하다가 말도 안하고.

하연이는 또 누구야 디영 걔는 수현이였잔아 이새끼 여친 만들겟다고 그냥 없는것도 지어내내.

야 일단 데려와너 지금 폰 나갓는지 니 목소리 안들린다

야 지금 나 연희랑 펍에 있는데 너 어딧냐?

야 나 간다 좋은시간보내라.

 

나는 별중요하지 않는 카톡을 지우고 어젯밤의 기억을 되세기며 집으로 향한다.

 

 

 

 

 

 




오탈자는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내용만 읽으시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