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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일기장

연합왕국 12군단 정훈중대













1282

날짜-알게뭐냐




빨리 집에 가, 진짜로 그냥 뒤돌아서 째란 말이야.

당연히 참호에서 도망치면 장교들이 널 쏘겠지, 하지만 적과 싸우는 것보다 아군과 싸우는 게 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차들은 다 어디갔지? 우리 비행전함들은? 다 어디갔냔 말이야.

7년 전에 제페라토르랑 크게 한판 붙었을 때는 안 이랬다고.

비행전함이 고폭탄으로 지표면을 갈아버리면 전차가 밀고 들어갔지, 이런 일은 없었단 말이야.



고작 한 줌의 폭도가 적인데 이건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그까짓 양치기 촌놈들이야 대포 몇 방 때리면 다 끝날 줄 알았겠지

제페라토르는 나름의 군이 있는 국가였지만, 여기 있는 적들은 한낱 폭도란 말이야.

그때처럼 전차로 밀어버리려고 8군단까지 동원한거 아니야?


그래

그렇게 믿도록 명령받았겠지.

한낱 소요일 뿐이니까 진압은 금세 끝날 거라고, 3개월이 지나기 전에 집에 갈 거라고.

정신차려. 우린 지금 6개월째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까. 3개월은 개뿔.

이젠 우리가 사람이랑 싸우고 있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어. 망할놈의 안개때문에.




그래, 안개가 깔리면 바로 참호에서 빠져나가. 장교들이 매의 눈을 뜨고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안개만 깔리면 재빨리 도망쳐.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든 그냥 달려 장교가 너한테 총을 쏘든, 아니면 앞을 향해 쏘든.

무조건 혼자서.
어차피 안개 속에서 헤어지게 될 거야.



만일 미늘갑옷 소리가 귓가에서 들린다면.

















싸워


총검을 휘두르고, 방아쇠를 당겨
궁지에 몰린 쥐가 좀 아프게 물 수도 있지.


놈의 얼굴을 본 적은 없어서 어떻게 생겨먹은지는 알려줄 수 없어, 알려주고 싶어도.

애초에 마주치고 살아남은 사람도 없을 테고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짤랑거리는 소리, 그걸 못 들으면 기회조차 놓치는거야

그러니까 귀에 집중하라고.






이 일기장 주운 재수좋은 놈은 나한테 기도나 좀 해라

집에 갈 수 있게

엄마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