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도시의 자랑인 F사의 야간 경비원으로 근무하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경비원은 다음 준수사항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래 경비원 근무 수칙은 전 근무자가 남긴 녹음 기록으로 보관하고 있었으나, 이런 나약한 수칙은 당신에게는 필요 없다고 판단되어 현재의 지침서로 대체합니다.




1. F사의 상징 중 하나인 그것들은 밤에는 낮과 달리 상도덕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F사의 자산이므로, 그것들이 파괴되어 예산이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2. 경비실에는 문이 총 두 개 있습니다. 문에는 후술할 잠금 버튼과 조명 버튼이 있으므로 헷갈리지 않게 잠금 버튼을 미리 막아두십시오.


2-1. 경비원들의 안전을 위해 F사는 양쪽 문에 고성능 잠금장치와 추가적인 조명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 있어 잠금장치 같은 나약한 장비는 익숙하지 않으니, 조명으로 그것들을 인지하고 손수 참교육을 시전해서 원래 자리로 가게 할 수 있습니다. 잠금장치는 안 쓴다고 쳐도 조명은 추가적인 전력을 소모하니, 4번 항목을 감안하여 사용하십시오.


3. 경비실의 불을 끄지 마십시오. 


쫄보십니까?


4. 절전은 선택사항입니다. 어차피 전기는 상도덕을 무시하는 그것들에게 똑같이 되갚아주는 수단일 뿐이니 모자랄 일도 없습니다. 3번 항목 또한 염두에 두십시오.


4-1. 만일 위 사항을 좆까고 전력을 전부 소모하였다면, F사 내부가 완전히 정전이 되어 그것들의 시각 인지 능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빛을 따라가서 조우하는 것이 귀하인지, 만만한 길거리 행인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경비실의 빛을 따라가던 그것들이 정전이 되면 마지막으로 빛이 보인 경비실로 움직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만일 정전 상태인데 문 앞에서 그것들이 플래시를 번쩍이고 있다면, 박자에 맞춰 춤을 추며 몸을 풀고 해가 뜨기 전에 그것이 플래시를 끄고 덤벼들길 기대하십시오. 다시 말하지만, 그것들은 당신이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5. 경비실 내부의 모니터로 F사 내부의 감시 카메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니터를 너무 오래 켜두면 낯선 것과 싸우는 재미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5-1. 1-C번 카메라는 심심하면 확인하십시오. 그곳의 천막의 모양에 따라 행동하십시오.


5-1-1. 천막이 완전히 닫혀 있을 때

그것이 당신의 존재를 모릅니다. 계속 업무에 집중하시면 됩니다.


5-1-2. 천막이 조금 열려 있을 때

싸울 상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기뻐하십시오.


5-1-3. 천막이 1/3쯤 열리고 내부에 작은 빛이 보일 때

당신을 알아챘지만 만만한 존재라고는 생각 않습니다. 호들갑 떨지 마십시오.


5-1-4. 천막이 거의 다 열리고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당신을 만만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방심하지 마시고, 미리 몸을 예열시켜 두십시오.


5-1-5. 천막이 완전히 열리고 그것이 사라졌을 때

이 현상을 확인한 직후 왼쪽 문으로 달려나가십시오. 아마 가장 신나는 한 판 승부가 될 것입니다.


5-1-6. 천막이 완전히 열리고, 2-A 화면에서 무언가 빠르게 뛰어오는 것이 잡히거나 왼쪽 문에서 발소리가 들려올 때

그것이 경비실 문턱에 걸려 자빠져서 싱겁게 끝나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6. 만일 그것들이 상도덕을 좆까고 경비실 안으로 몰래 들어왔다면 절대 눈을 피하지 말고 미동조차 허락하지 마십시오. 그것들 대부분은 당신의 기세를 극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 중 일부는 기세로 제압할 수 없습니다. 뭐 그래봤자 변하는 건 없습니다. 제압하는 수단은 기세뿐만이 아닙니다.


7. 그것들 중에서는 카메라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다행히 그것은 상도덕을 지키기 위해 웃음소리를 내는 기능이 있으니, 웃음소리가 난다면 바로 오른쪽 문으로 가 그것에게 정중하게 예우를 갖춰 인사를 한 후 결투에 돌입하십시오.


8. 폐품실 화면은 재미없으니 보지 마십시오. 그러나 카메라에 보라색 옷을 입은 남자가 포착되었다면 경보를 울려 당신의 존재를 알리고 전면전을 준비하십시오. 이때는 경비실을 비우셔도 됩니다. 남자를 제압해서 폐품실에 처박아뒀다면 폐품실 내부와 그 외부 화면은 심심할 때 한두 번씩 보기 좋습니다.


추신


본 지침서의 내용조차 나약하다고 여길지도 모르나, 그것들은 결투 전에 자신을 알린다는 기본적인 상도덕조차 지키지 않는 비겁한 존재들입니다.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선비가 아니고서야 상도덕은 상대방이 지킬 때나 지키는 겁니다.



아무도 써달라고 안 했지만 오늘따라 뇌절이 하고 싶어졌음. 원본이 부실해서 이것도 영 쓸 게 없네